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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1월 28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신형의 집 전경, 밤
혜자E 누구 왔니?
$#2. 신형의 집 거실
신형 (평상복 차림), 쟁반에 물에 말은 밥과 김치를 담아 들고 이층 쪽으로
가는데 혜 자, 안방에서 나오며,
혜자 (방에서 나오다 신형을 보고) 뭐하는 거야?
신형 (난처하다) 어, 출출해서.
혜자 아홉 시밖에 안 됐는데? 일곱 시에 밥 먹고 또 먹어? 넌 그러니까 쪄.
신형 그게 아니구...
혜자 현수 들어왔니?
신형 어, 응. 늦어서, 엄마한테 미안하다구 밥 안 먹는다잖아.
혜자 그럼, 다른 것두 좀 챙기지. 어떻게 그것만 낼름...
(신형 밉게 보고, 주방으로 가려하면)
신형 (혜자 팔 잡으며) 지가, 이렇게 먹는 게 맛있대. 엄만 모른 척 하고 있어.
쟤가 부담스러워 해.
혜자 부담은... 한 식군데, 무슨.
신형 (눈짓하며) 올라간다. (하며 뒷걸음치며 가다가 이층 난간에 부딪쳐
휘청한다) 이크...
혜자 으이그, 저 덤벙이.
신형 (괜히 웃으며) 엄마 자. (하고는 올라간다)
혜자 잠자는 귀신 붙었니, 벌서 자게. (하고 방에 들어가려다 시계 보면 아홉
시다)
우리 이병국씬, 일차 밥 먹구 이차 갈 시간 됐네. 이병국, 당신은 참
재미나게도 산다. (하고 방에 들어간다)
$#3. 신형의 방
신형은 평상복 차림이고 현수는 잠옷을 입고 있다.
신형 (다른 옷으로 갈아입다 놀란 듯) 뭐?
현수 (침대에 앉아 그릇을 들어, 물을 마시고, 그릇 내려놓고, 티슈를 뽑아
입닦으며) 놀라긴.
신형 (옷을 마저 입으며 침대 밑에 와 쭈그리고 앉으며) 강재호 만났어? 걔
만나서 지금까지 놀았어, 술 마시고 춤추고?
너 정말 별나다. 그런 애랑 말이 통해?
현수 (신형 안 보고 웃으며, 벽에 기대 책 펴들고) 안 통할 건 뭐 있어? 걔가
발로 말하고 나만 입으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문득, 신형 보 며) 오바하지마.
걔랑은 차 한잔밖에 안 마셨어. 술 마시구 춤추구는 딴 애랑 했어.
신형 누구랑?
현수 (책보며) 누구라 그러면 언니가 아니?
신형 (멍하게) 아니...
현수 (책보며) 안 나가? 길진이오빠 만난다며?
신형 (눈치보며) 재호가 뭐래? 걔가 너 만나쟤? 사귀쟤?
현수 (신형을 귀엽다는 듯이 보고 웃으며) 언니, 언니는 그래서 남자를 못
사귀는 거야. 언닌 누가 언니한테 만나자, 사귀자 그럼, 언닌 만나고 사귀니?
신형 아니, (사이) 걔 어때?
현수 (건성으로) 사귀자? 만나자? 그런 소리 안 해서 좋더라.
신형 좋아?
현수 (밥 쟁반 옆으로 놓고) 이 교수님, 가세요. 내가 교수님한텐 무슨 말 을
못해요.
신형 난 너 걱정돼. 너 한국 나온 지 석달 됐지? 석달 동안 무슨 남잘 하루에
한
명씩 사귀어? 니네 엄마, 아빠가 너 그러구 다니는 거 알면 얼마나
걱정하시겠냐?
현수 (웃으며) 언니, 우리 엄마, 아빠 나 이러구 다니는지 다 알어. 그리구 우
리
엄마, 아빤 내가 아닌 언닐 걱정해.
신형 왜?
현수 (놀림 반, 떠보듯) 언니, 길진이 오빠랑 입맞춰 봤어?
신형 맞추면 안돼?
현수 (한심한 듯 보며) 안 맞추면 안 돼지. 언니는 입 맞추고 나서 이빨은
닦았어요, 물을 사람이야. 난 언니 같은 사람 보면 머리에 쥐나. 손 한 번
잡으면 운명이고, 입 한번 맞추면 목숨걸고. 언닌 사랑이 목숨 걸고 하는
거라고 믿지?
신형 아니니?
현수 부탁인데, 남자들한테 그런 소리 마. 무서워 도망간다. (책보며) 빨리
나가 시간 됐어. 열쇠 가지구 나가, 잘 거야. 쟁반 밑에 갖다놔주구. 더는 말
안
한다.
신형 으이, 기집애. 뭐든지 맘대로야. (쟁반 들고일어나려다) 너 이빨 안 닦구
그냥 잘 거야?
현수 (책보며) 남자랑 입 맞출 것도 아닌데 왜 닦어.
신형 (어이없다는 듯, 힘없이) 오마이 갓. (하고 쟁반 들고 나간다)
현수 (슬몃 웃고, 금새 무표정하게 책보고)
$#4. 길거리
신형, 추운지 웃옷을 양팔로 여미고, 총총걸음으로 가다가 느낌이 이상해
도로 건너편을 본다.
건너편, 길진이 카페로 들어가려 한다.
신형 (펄쩍펄쩍 뛰며) 형!
길진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신형 (길 건너편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빨리 건너오려 한다. 그때 차 지
나가면)
길진 (놀라) 야, 신형아. 조심해!
신형 (잠깐 놀라 멈칫하다가, 가는 차에 미안하다는 인사하고, 길진에게 건너
간다는 손짓하며 소리친다) 들어가 있어, 곧 갈게!
$#5. 카페 안
신형 (O.L 반지 들고) 뭐야? (하고 길진을 본다)
길진 (미소 지으며) 약혼반지.
신형 ?
길진 (편하게) 이미테이션이야. 길거리 리어카 앞에 여자들이 웅성웅성해 서
뭔가 봤더니, 옆에 여자가 그러더라구. 애인 있으면 하나 사다주 라구. 애인
없다구 하기가 뭐해서, 하나 산 거야.
신형 (반지 들고 보며) 이거 세상에서 제일 작은 수갑이라는데 껴두 될까
모르겠다?
길진 너는 매사에 무슨 의미가 그렇게 많어? 그냥 껴. (진심 아니다) 빼구
싶으면 빼구. (하면서 옆에 있던 책을 신형에게 준다. 심리학 원서 다) 니가
말한 책이야. 맞나 봐.
신형 고마워. (하고 받아선, 주머니에서 안경 꺼내 쓰고, 책을 찬찬히 들춰
본다)
길진 (신형을 이쁘게 보며) 긴장돼?
신형 (책보면서) 응.
길진 신형아. (부르면)
신형 (눈만 들어 길진을 본다)
길진 강의할 때, 많은 사람이 널 본다고 생각하지마. 그냥 한 사람을 두구
얘기한다고 생각해. 그게 나나, 현수 있으니까 현수라구 생각해두 좋 구.
밥먹듯이 편하게 하라구.
신형 (안경 빼고) 그게 안돼. 한사람만 있다, 그렇게 생각은 들어. (재호
생각하며, 길진 안 보고) 근데 그게 형이나 현수는 아니야. 강재호, 걔가
강의실 한 가운데 앉아서 나를 빤히 보는 거야. 틀리나 안 틀 리나 감시하면서.
으으, 소름끼쳐.
길진 (안 웃고) 오십명 학생 중에서 걔만 보여? 그건 좀 그런데.
신형 (길진을 보면)
길진 (찻잔 보며, 생각하듯) 나 뉴욕에 있을 때 너 온 적 있지. 그 때 공 항에
사람들이 어림잡아 몇 백명은 있었을 거야.
신형 (길진 보고, 무심히 차 마시며) 근데?
길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니가 한눈에 보이더라구. 그때 알았잖냐. 내 가
너
좋아하는지.
신형 뭐라 그래? 형은 무슨 얘기할 때 농담은 농담답게 진담은 진담답게 해.
농담, 진담 섞어가지구 무슨 말인지 모르게 하지 말구. (차 마시는 데)
길진 (신형 얼굴에 E)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신형 (길진을 보면) ?
길진 넌 언제나 내가 진담을 하면 농담으로, 농담을 하면 진담으로 듣잖 아.
지금두 나 너 좋다구, 그렇게 말하구 있는데, 왜 피하니?
신형 (길진의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하는 말) 형, 나 좋아해? 그럼 나두 형
좋아해야 돼?
길진 (어색하게 웃으며) 좋아해 주면 고맙지, 아주 고맙지. (하고 커피 마 신
다)
신형 (진심인가 싶다. 길진을 본다) 형, 그 말... 농담이지?
길진 (신형 보며, 거짓말이다) 농담이야.
신형 (길진 어이없다는 듯 눈 흘기고 웃으며, 차 마시고)
길진 (그런 신형보고, 얼굴 굳어지고)
$#6. 신형의 방
현수, 침대에 누워 책 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 있다.
$#7. 회상 (1부, 17이어지는)
현수, 재호가 준 남방 단추 여미고 있다.
재호, 옷으로 그런 현수, 가리고 있다.
재호, 잠시 후, '다 됐어요?'하고 고개 현수 쪽으로 돌리는데, 아직 단추를 다
여미지 못 한 현수와 순간 눈 마주치고, 재호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얼굴 위로
슬쩍 옷을 올리고. 현수, 그런 재호보며 황당하다는 듯 작게 웃음 짓고.
$#8. 신형의 방
현수, 베란다 쪽으로 난, 창문 열어놓고 커피잔 들고있는
$#9. 회상 (1부 엔딩 이후로 이어지는)
현수, 길거리에 서 있다. 슬몃 곁눈질로 보면, 주차장 쪽의 재호차 보인다.
그때, 택시, 현수 앞에 서고, 현수 그 택시 안 탄다는 뜻으로 고개 외면한다.
택시 가고, 현수 내심 재호의 차를 기다리는데, 재호의 차 현수 앞으로 와서는
멈춰서 서는 듯 하더니, 이내 엑셀, 소리나게 밟고 가고. 현수, 조금 의아해,
재호의 차 보면. 재호, 룸밀러로 손 흔들며 유유히(?) 가고. 현수, 그런 재호
놓치지 않고 보는.
$#10. 신형의 방
베란다 밖에서 보면, 현수, 창가에 기대 커피 마시며 재호를 여전히 생각하는.
싫지 않은.
$#11. 상가 앞(방배동 카페 골목 정도)
석구와 주인이 다투는 모양이다. 재호는 주인을 말리고, 석구는 씩씩댄다.
게가 온통 길거리에 뒹군다. 구경꾼들 여럿이다.
석구 (O. L, '어우'하며 웃옷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고 재호에게 열 받아
소리치며) 놔둬! 붙으라 그래, 붙으라구!
재호 (주인 잡고, 석구에게 소리치는) 가만 안 있어!
주인 (석구 치려는 듯, 가려하며) 저, 새끼가 그래두 주둥아리가 살았지, 야,
새끼야, 눈 있음 봐! 그게 게얌마! 그게 강릉 박 꺼야! 내가 장사 하루 이틀
해봐, 홍릉 김도 이따위 물건은 안 줘, 새끼야!
석구 (버럭 소리치는) 이게 어때서?!
주인 (달려들 듯) 이게 어때서?!
재호 (주인 말리며) 나랑 얘기해요, 나랑 엉? 김사장님 나랑 얘기해요, 응?
주인 (재호 밀치며) 너도 싫어, 자식아! 이 바닥 사람들, 너보고 거래 텄 지,
저
썩박 보고 거래 튼 거 아닌지, 너 알지?
재호 (달래는) 알어, 알아요.
석구 (감히, 근처는 못 오고, 소리치는) 알긴 뭘 알어?! 머리 뚜껑 열리게!
주인 (씩씩대며) 재호 너, 경매 보면서 소매, 석구한테 넘긴 거 아는데 그 래
도
니들이 한 집이라는 건 이 신길동 바닥이 다 알어. 너, 저새끼 단속해. 저
새끼한테 피바가지 쓰기 전에 단속하란 말이 얌마! 너도 눈 있음 (게
가리키며) 저거 한번 봐라. 살이 물러 터져, 있는 대로 곯았어!
오늘 저거 팔았다가, 손님한테 게장국 뒤집어쓰고... 니들 그때 바로 봤음,
나한테 죽었어, 알어?!
재호 (달래는) 오늘 장부 제로예요. 제로 장부라구? 이 물건 안 받았다
생각하세요. 알았죠?
석구 (O. L 런닝마저 벗어, 바닥에 던지며) 쥐뿔 뭘 알어?! (주인 쪽에 뛰어갈
듯
폼만 잡으며) 어디서 그지 같은 물건 받아놓구 나한테 덤 태기야, 썅, (괜히
열받은 척하는) 아우, 머리 불 받네, 불 받어!
주인 저새끼가... (하는데)
재호 (석구에게로 가, 허리춤 잡아, 한쪽으로 데려가며) 너 이리와!
석구 놔! 왜 날 끌어, 김 사장을 끌어야지!
재호 (끌고 가며) 이리 와!
$#12. 상가가 있는 한적한 길 옆
재호, 석구 담벼락 밑에 앉아있다.
석구 (옷입으며, 씩씩대며) 드러워서 못 살겠네, 증말. 내가 게짝이나 나른
다구 다들 나를 게거품 정도로밖엔 안보나 본데, (상가 쪽에 대고 소 리치는)
그러지들 말어?!
재호 (담배 피워 물며 석구에게) 담배 필래?
석구 그래, 담배나 빨자.
재호 (석구에게 담배 주고, 불을 붙여주며) 석구야.
석구 (짜증스럽게) 왜?
재호 (석구 보지 않고) 몇 집이나 섞어서 팔았니?
석구 (재호 보면서, 서운한) 너까지 날 못 믿냐?
재호 (석구 보면서 작게 웃으며) 우리 친구잖아? 소리 안 지를 테니까 말 해.
몇
집이나 섞어서 돌렸어?
석구 너, 나 그렇게 못 믿어?
재호 믿어, 믿어서 그래. 한번만 더 묻자. 몇 집이야? 이번에도 거짓말 하 면
화낸다.
석구 어우! (하다, 갑자기 눈치보며) 진짜로 말하면?
재호 몇 집이야?
석구 (벌떡 일어나, 짜증내며) 아우, 안 그랬다니까?!
재호 (일어나, 석구 눈 본다)
석구 얘 증말 안 믿네. (담배 빨고, 재호 보며) 좋다. 내가 친구란 이름 걸 고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있잖아, 딱 있잖아, 딱 (고개 떨구고, 다시 들어, 재호
보며) 스물 한 집 그랬어.
$#13. 트럭 안 + 길거리
재호, 운전석에 앉아있고 석구, 조수석에 앉아있다. 재호, 석구에게 장부 주면
석구, 기죽어 장부를 받는다.
재호 (심란하게 석구 보며 참자는 마음에 작게 한숨쉬고) 내가 뭐라 그랬 어?
석구 (기죽어 고개 숙이고) 돈 안 받겠다구, 미안하다구, 다신 안 그러겠 다구
그러랬어.
재호 (석구 보지 않고) 가.
석구 (눈치 보며) 성질 안 내?
재호 (가만있다)
석구 (눈치 보며) 다신 안 그럴게. 믿지? 다녀올게, 기다리구 있어. 잽싸게
갔다올 테니까 술 한잔하자. (하고 문 열고 나가 뛰어가다, 재호 쪽 으로
뒤돌아 소리친다) 기다려, 빨리 올게! (하고 다시 뒤돌아 가면 서 한숨 쉬며)
어휴! (자기 턱 만지며) 아구 나가는 줄 알았네.
재호 (걸어가는 석구 보다 핸드폰 꺼내 전화 건다. 잠시 후 통화되면, 느
물스레) 어, 장고 형. 나야, 강재호. 형, 석구한테 물건 좋은 거 팔았더라.
(씩
웃으며) 왜 그래, 석구가 다 불었는데. (작은 웃음 지으며 타이르듯) 나랑
석구랑 친구야. 내가 석굴 몰라? 걔 그런 머리 혼자 쓸 만큼 나쁜 놈 아냐. 형,
아니, 아니, (무서운 말투로 바궈, 협박조) 야, 장고. 넌, 상도도, 모르냐? 한
번만
더 그래라. 그 땐 빈말 아니구, 너 밥줄 끊겨. 개새끼야. (하고 탁 끊는다. 핸
드
폰 주머니에 넣고 차에서 내린다.
트럭 짐칸에 올라가 게 널려져 있 는 것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내려와,
핸드폰을 걸며,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 걸며 얘기하는) 재영이니? (사이) 일?
막
끝났어, 이제 도서관 갈려구. 재영아, 너, 오빠가 다시 한번 말해. 석구 안돼.
(사이) 그럼 됐어, 나 중에 집에서 보자.
재호, 전화끊고 후진한다. 인서트- 뒷바퀴에 우지끈 소리내며 밟히는 게.
재호의 차, 다시 앞으로 가고.
$#14. 상가 앞
주인 여자와 석구 얘기하고 있다.
석구 (능청스레 웃으며) 언니, 화 풀린 거지?
여자 그렇다니까, 가 봐.
석구 내가 낼부턴 증말 좋은 게 줄게. 믿지? (하는데 차 소리 나서 뒤돌 아보
면
재호의 트럭 가고 있다. 놀라) 재호야! (하고 차 가는 쪽으로 달려간다)
$#15. 차 안
재호 (백미러로 달려오는 석구 보며) 한번만 봐 준다. 이번 한번만이야. 더는
못 참아.
$#16. 길거리 상가 앞
석구 (트럭 쪽으로 뛰어가다 서서) 아, 자식 터프하게 나오네. 저러면 좀
멋있나. (바닥에 침 뱉으며, 고개 갸웃하며) 저러면 나한테 또 당하 는데.
$#17. 애인처럼 앞
병국, 술 취해 조금 눈이 풀린, 벽에 기대 서있다.
종식 한잔 더 하자. 내가 좋은 친구 소개시켜 줄게, 오늘 내가 이 실장 기 분
다
풀어 준다구.
병국 니가 내 기분을 풀어 줘? 어떻게 풀어줄래? 그리고 너 내가 이 실장 이라
하지 말랬지? 병국이라구 불러, 병국. 그 누무 실장 소리만 들으면, 술집도
회사처럼 느껴진단 말이얌마. (한숨, 종식보며 속상한) 나 오늘 또 세 명
짤랐다. 우리 회사 사원 들이 나보구 뭐라 그러는지 아냐? 고장난 가위래. 지
목놔두고, 남 (의) 목 자른다구.
종식 (다독이며) 그게 니 잘못이냐? 위에서 그러라는데, 넌들 재주있냐? 다
잊어버리고 술 마시자. 화끈한 여자 만나서 화끈하게, 엉?
병국 (종식 보며) 화끈하게?
$#18. 애인처럼 안
병국, 바에 앉아 자기 머리 쓸어 넘기며 심란하게 앉아있다. 종식, 진숙과
얘기하고 있다.
종식 정사장, 내 친구 위로 좀 해 줘. 이 친구 회사에서 힘들거든. 위로 좀 잘
해
줘. 알았지?
진숙 (술 마시며 병국을 본다. 그러다 종식에게) 나 이 양반 위로 못 할 것
같은데요.
종식 왜?
진숙 (술 마시며 병국을 본다. 그러다 종식에게) 나 이 양반 위로 못할 것
같은데요.
종식 왜?
진숙 (가볍게, 농처럼) 너무 무섭게 생겼어.
병국 (진숙을 보고 씩 웃으며) 내가 무섭게 생겼어요?
진숙 말씀하시니까 아니네요.
병국 (웃음 띠며) 나 이 친구한테 정 사장님 얘기 좀 들었어요. 어떤 문제 두
아주 단순하게 푸는 방법을 알구 있다구.
진숙 (웃으며) 그게 말이 되요? 단순해야 단순해지지. 아무리 단순해질려 고
해도 무거운 문젠 무겁죠.
병국 그럼, 이 문젠 어떻습니까? 우리 전무가 난 아주 싫어요. 원래는 정
리해고 칼자루를 그 놈이 쥐고 있어야 되거든요. 근데 그 놈이 그걸 나한테
넘겼어요. 그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숙 나쁜 놈이네요.
병국 (이상하다는 듯 진숙을 보다) 나 회사 다니기 싫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진숙 (보며) 다니지 마세요.
병국 그럼 돈은. 집에 살림은 어ㄷ게 합니까?
진숙 마누라보구 벌라구 그러세요.
종식 (박장대소하며) 그 말이 명답이다. 마누라 보구 벌라 그래, 마누라 보구.
병국 (술 마시는 진숙 보다 문득 드는 생각 있다)
#$19. 안방 (회상)
병국의 안방에 병국은 바로 퇴근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혜자, TV보고 있다.
병국 (어렵게) 여보.
혜자 (TV보며 건성으로) 네.
병국 (어렵게) 나 말이야, 생각 많이 했는데.... 회사가 안 맞어.
혜자 (고개 돌려 병국 보면)
병국 (혜자 보지 않고) 임 실장도 그만 두구, 이 부장두 사표냈어. (하고 혜자
보며) 사표 내구 싶어.
혜자 누구 맘대로?
병국 ? 회사 다니기 죽기보다 싫다구. 그만 둘래.
병국 (가만 보다) 잔말 말고, 다녀요.
혜자 (하고 다시 TV 본다)
병국 (멍하게 혜자 보고)
$#20. 카페 안 (현실)
병국, 씁쓸히 웃다 술 마시는 진숙 보며,
병국 정 사장님... 이름이 뭐요?
진숙 (병국을 보는데) ?
$#21. 신형의 집 앞
혜자,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병국을 기다린다. 병국, 택시에서 내리다, 뭔가
이상해 집앞 쪽 보면, 혜자가 보인다. 혜자, 병국을 보고 말없이 집으로 들어
가
버린다. 병국, 그런 혜자를 보고 작게 한숨 쉰다.
$#22. 안방
병국, 옷 벗어 혜자에게 주면 혜자, 병국을 보지 않고 옷 받아 장롱에 넣는다.
혜자 씻으세요. (하고 나가려면)
병국 (혜자의 팔을 잡는다)
혜자 (병국을 보며, 심드렁) 왜그래요?
병국 잡구 싶어서.
혜자 미쳤어요? (하고 병국의 팔을 툭치고 나간다)
병국 (기분이 씁쓸하다)
시간 경과 - 창가. 어두운 안방
병국, 혜자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이부자리에 각자 누워있다. 혜자는
병국에게서 등을 돌린 자세로 누워있다.
병국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아직도 미워?
혜자 왜 또 트집이에요?
병국 20년 전 바람피운 거 때문에 아직도 밉냐구.
혜자 당신이 언제 바람폈어요?
병국 (혜자 쪽을 본다)
혜자 (병국을 안 보며) 그 때 그거 바람 아니지, 사랑이지. 바람이 아무리
독해두 삼년 동안 내리 부는 바람, 난 못 봤네. 내가 울든 말든, 신형이 우유
가
떨어지든 말든 당신 상관 안 했잖아. 바람 아니야, 사랑이지.
난 인정햇어요, 그 때. 사랑이라구.
병국 지나구 나니까 바람이야.
혜자 (병국 쪽으로 고개만 돌려보고) 술 취했어요. 자요.
병국 안 취했어.
혜자 (다시 고개 돌리고) 안 취했으면 주책이네. 주책 떨지 말구 자요.
병국 화해하구 싶어.
혜자 난 자구 싶어요. (눈감고)
병국 (그런 혜자보며, 심란한 얼굴에서 F.O)
$#23. 재호의 집 전경 (아침)
재호E 석구야, 일어나.
$#24. 재호의 방
재호, 학교 나갈 준비하고, 석구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석구, 자는 척하고.
재호 (자는 척하는 석구 아는 듯, 달래는 투) 어제 나 혼자 가서 화났냐?
석구 (투정하듯 이불 뒤집어쓰는)
재호 미안해. 나두 화가 나서. (멋쩍다) 너 내 하나뿐인 친군 거 알지? 우 리
장산 신용이야, 푼돈 벌려다, 목돈 잃어. 다신 그러지 마라 (석구 어깨 한 번
툭
쳐주며) 기분 풀고, 일해. 학교 간다. (문닫고 나가면)
석구 (빼꼼히 이불 들추고, 한숨) 후! 갔구나. (하고, 머리맡의 담배 피워 물
고,
웃음 밴) 무섭게 지랄해도, 성질은 좋은 녀석이야, 나 같은 놈 을 친구라고
이뻐하고. 나 같으면 나 같은 놈 절대 안 볼 텐데. (담 배 맛있게 피우고)
$#25. 마루 + 수돗가
재호, 신을 닦고 신는데.
진숙(이 닦고), 달건(세수하고), 인숙은 달건의 옆에서 시중하는.
진숙 아침 안 먹고 가?
재호 (안 보고) 됐어요.
인숙 (재호 밉게 보고) 재호 너, 이모한테 왜 그렇게 무뚝뚝하게 말해? 하 는
짓
보면 꼭 지에미야.
재호 (듣기 싫다)
달건 (재호 눈치 채고, 인숙에게) 당신은 좀 가만있어, 재호, 엄마소리 듣 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지엄마 얼굴 닮은 것도 싫고, 지엄마 성질 닮은 것도
싫고, 지엄마, 등치 닮은 것도 싫고, 지엄마,
재호 (말꼬리 끊으며) 다녀올게요. (하고 나가고)
진숙 (가는 속상한 듯 보며, 달건에게) 부부가 쌍으로 애 승질을 돋구지.
(들어가고)
달건 (인숙에게) 내가 뭐라 그랬냐?
인숙 아니.
$#26. 마루
재영, 방에서 나와,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 살피고 몰래 석구 방으로 들어간다.
재영, 석구 등 흔든다. 작게 '오빠, 오빠' 하면서, 석구 갑자기 벌떡 일어나고.
재영, 악! 하고 놀라면.
석구 놀랬지?
재영 뭐하는 짓이야?!
석구 (웃으며) 오늘 오빠가 학교루 갈까? 데이트하자.
재영 어제 또 사고 쳤지? 오빠가 전화해서 석구오빠랑 놀지 말래. 혼난대,
놀면.
석구 그래서?
재영 안 만난다 그랬지.
석구 (웃으며) 잘했다. 넌 계속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리구 우린 만나면
되잖아. (하며, 재영 앉히고 저 앉고)
재영 (석구 싫은 듯 팔 치고, 앉으며) 난 거짓말하는 거 싫어.
석구 (재영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나도 거짓말하는 거 싫어. 근데 거짓말 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재호는 니가 거짓말하길 바래, 내가 거짓말하길
바란다구. 우리 둘이 안 사귄다. 그렇게 말하길 바란다니까. 그 사람을 위해서
우린 너무너무 하기 싫은 거짓말을 어쩔 수없이 하는 거야.
재영 그러면서까지 오빠 만나고 싶지 않어. 나 대학생이고, 오빤 고졸이고. 난
이쁘구 , 오빤 그저 그런대. 내가 뭐가 아쉬워서...
석구 안 아쉽지. 하지만 내가 아주 별로는 아니지. 난 인정할 건 인정하잖 냐.
나 못났어, 너 잘났구. 나, 너 존경해. 이런 남자 만나는 거 쉽지 않다.
재영 푼수.
석구 그래서 매력적이지 않냐?
재영 말을 말어요. 부엌에 밥차려 놨으니까, 밥먹어. (하고 일어나면)
석구 (재영 잡으며, 웃으며) 재영아. 너랑 나랑 말했다구 재호한테 말하지
마라. 너하구 나하구 비밀이다. 우리 비밀 있는 사인 거 알지?
재영 (조금 짜증이 난다, 떠보듯) 나 만난다구 우리 오빠한테 맞었어?
석구 (부러, 기죽어서) 안 맞았어.
재영 (버럭) 맞았구나!
(화내며) 맞지 말구 다녀. 병신처럼 왜 맞구 다니냐, 그 등치 갖구. 으이 짜증
나.
(하고 나간다)
석구 (나가는 재영 보고 나서 씩 웃으며) 진짜 안 맞았는데. 내 걱정이 되 긴
되나 보네. 히히. (하고 웃는다)
$#27. 재호의 방 앞
재영, 나오다 보면 미선이 교복 입고 (교복 웃옷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자기
방 툇마 루에 앉아있다.
미선 (재영이 방에서 나오는 것 보며) 총각방에서 처녀가 왜 나와?
재영 관심 갖지 마.
너 학교 안 가? 취업되기 전까지 나가야 한다며?
미선 니가 신경 쓸 일 아냐.
재영 니가?
미선 중학교 때 일년만 안 꿇었으면 나두 대학생이야.
재영 고등학교 재수한 게 자랑이니?
미선 내가 언제 자랑했냐? 석구 오빠 뭐하냐?
재영 자.
미선 웃통 벗고 자냐?
재영 어우 (하고 건너 방으로 들어간다)
미선 기집애.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씨. 저것두 되게 잘난 척 해. (하다 방
쪽에 대고 소리친다) 엄마, 빨리 나와.
신자 (방문 드르륵 열고 나와, 쪽마루에 쪼그려 앉으면)
미선 (맞을 듯 싶어 피한다)
신자 닌 참 지랄해. 알지? 니 지랄하는 거.
미선 (투덜) 지랄이란 말 좀 하지마.
신자 그라면, 옘병이라 해주까.
미선 (짜증내며, 일어나) 에이.
신자 에이? (팰 듯이) 니가 학생이야, 내가 학생이야. 왜 뻑하면 니랑 내 랑
학굘 같이 가. 수위가 물어. 아줌마, 뭐한다꼬 그렇게 학교를 자 꾸 와요. 내,
할
말이 없어.
미선 (짜증) 이번엔 사고 쳐서 가는 거 아냐. 취업상담 때문에 그런다니 까.
신자 (신발 신으며) 참, 니 선생도 별나. 내는 뭐라카는지 알아듣지도 못
하는데 낼 붙들고 뭔 상담을 그리해. 딸년 술 마셨어요, 그걸 내한테 말해
뭐해. 한 대 칵 패줌 되지.
미선 엄마, 계모야? 어떻게 딸 일에 그렇게 무관심해?
신자 내도 살고 싶어 니한테 관심 가지면 에미 지레 죽어. 니, 내 친엄마 같지
않지.
내도 니 친딸 같지 않어. 앞장 서.
미선 (짜증스럽게 가방 챙기며) 아으, 빨리 와, 무슨 신을 종일 신냐/
신자 니 내 챙피하다며. 니 먼저 가. 뒤따라 가께
미선 알았어. (하고 나간다)
신자 (미선 나가는 것보고) 나쁜 년. 에미가 그래 말해도 같이 가자캐야 지.
그냥 내빼네.
$#28. 여인숙의 방
인숙, 희진의 치마를 들어보이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
인숙 이쁘지? 새로 산 거다.
희진 (가방 챙기며) 안 이뻐요. 줄무늬 치마 주세요.
인숙 (눈치보며) 어떡하니, 빨았는데.
희진 (보며) 누구 맘대로 빨아요? 왜 아줌마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요?
인숙 (기죽은) 드러워서. 난 잘해 줄라구.
희진 난 아줌마가 잘 해 주는 거 싫어요. 나한테 잘해주고 싶으면요, 아빠 랑
같이 자지 마세요.
인숙 아빠랑 어떻게 같이 안 자니? 방이 하난데.
희진 아줌마가 혼자 이불 덮고 자면 되잖아요.
인숙 같이 덮구 자도 어차피 니가 가운데 자잖아.
희진 아무튼 아빠랑 나랑 덮고 아줌마는 혼자 덮으세요.
이때 달건 화장실에 다녀오는지 신문을 들고 들어온다.
달건 희진이 학교 안 가?
인숙 희진이가... (말하려는데)
달건 희진이가 뭐?
희진 (인숙이 들고있는 치마 가리키며) 내가 저 옷 입구 간다는데 아줌마 가
자꾸 딴 옷 줄려 그래. 새 옷 못 입게 해.
달건 (앉으며, 인숙에게) 왜 그랬어? 새 옷 얘 줄려구 산 거잖아. 옷 아껴 서
뭐하냐? (인숙이 들고 있는 옷 희진에게 주며) 입어.
인숙 (고개 숙이고 손톱 물어뜯는다0
$#29. 미선의 학교 앞
신자, 씩씩대며 미선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온다.
미선 (끌려나오며) 엄마, 사람들이 본단 말야.
미선 엄마!
신자 (미선의 멱살을 놓고, 신 벗어 두들겨 팬다) 이게 어따 슬가, 이게 어따
써? 선상님이 취업상담 한다꼬 에밀 불러? 공갈을 쳐도 하루는 갈 걸 공갈을
치야지.
미선 (울상이면서도, 짜증나고)
신자 내 학교 와보면 대번에 걸 몰라? 니 샌님이 카센타 경리자리 주니까 거긴
안 가고 옆에 있는 다방은 왜 가고 지랄이야? 니가 사람이야?
미선 경리 보기 싫어! 한 달에 사십이 뭐냐, 사십이. 그 다방은 육십 준댔 단
말야.
신자 지랄한다, 진짜.
그 다방은 돈이 썩어나. 니까짓걸 육십을 주게. 육십준다카고 삼십 줘 거기.
나머지 삼십은 뭔지 알어? 팁이라 카는 기야, 팁. 남자들이 가슴팍에 팍팍
찔러주는 팁. 정신 나간 년.
미선 어쨋든 육십이잖아.
신자 어쨋든 니 맞을래?
미선 (피하며) 안 ㅁ어.
신자 내도 니 안 때리구 싶어. 근데 그랄 수가 없어. 닌 에미 늙은 걸 하 늘에
감사해. 내 십년만 젊었어도 니 내한테 오늘 콩가루 됐어. 이 땅콩 같은 년.
따라와. (하고 미선의 머리채를 잡고 간다)
미선 엄마! (하고 끌려 가고)
$#30. 대학 식당
재호, 식판에 밥 받으려 줄 서 있다가 한쪽 보면 현수, 밥 먹고 있는 모습
보인다. 재호, 밥 받아서 현수가 있는 테이블로 간다.
재호 (현수 옆에 앉으며) 같이 먹자.
현수 (재호를 보며, 앞쪽으로 턱짓한다) 앞에 친구 안 보여?
재호 ?
진우 (현수 보며, 기분 나쁜 듯 턱짓으로 재호 가리키며) 왜 그래? 얘 사 귀
냐?
현수 (밥만 먹는다) 나한테 관심 있대.
재호 (현수 본다)
진우 (재호 같지않게 보다가 현수에게) 넌?
현수 (진우보며) 관심없어.
진우 그럼 나가자. (식판 들고 나가고)
현수 (냅킨으로 입 닦고 식판들고 나간다)
재호 (순간 어이없다. 자존심 상한다. 현수 간 쪽 눈길 주고)
$#31. 복도
커피 자판기 앞에 현수 서있다. 현수, 커피 뽑으려고 동전 투입구에 동전
넣는데 누군가 돈 넣는 손 잡는다. 현수, 보면 재호다.
재호 내 커피 마셔.
현수 (재호의 손 뿌리치고 가만히 재호 본다)
재호 (자판기의 반환레버 돌려 동전 꺼내 현수에게 내민다)
현수 (재호 보면서 동전 받아들고 다시 팔짱 끼고 여전히 재호 본다)
재호 (자기 돈으로 커피 뽑아 현수 주고 다시 동전 넣으며) 강의, 한 시간 후
에
있지? 급한 일없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내가 커피 뽑는 사 이에 어디 가지
말란 얘기야.
현수 (차 마시며, 어이없는 눈길만 치켜 재호 보고)
$#32. 교내 벤취
재호, 현수 나란히 앉아있다.
현수 (커피 마시며 재호 본다, O, L)
재호 (커피 마시다 머뭇대며) 아까 걔 남자친구야?
현수 (작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응.
재호 (담배 피워 물고) 애인사이?
현수 응.
재호 (담배 피우며 어이없게 웃는다)
현수 물을 거 더 있어?
재호 (현수 보며) 그럼 난 어떡하냐?
현수 ?
재호 (편하게) 난 니가 좋아. 사귀고 싶어. 그런데 넌 애인이 있대. 이럴 땐
어떡해야 하지?
현수 (재호보며, 어이없는) 너 참 말 쉽게 한다? 내가 좋아?
재호 ...
현수 (사이, 비아냥 섞인 웃음) 난 니가 싫어.
재호 (현수 보면)
현수 난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딱 질색이야. (사이) 내 신경 긁는 사람
더더욱 싫어. 난 공부할 땐 공부했으면 좋겠고, 밥 먹을 땐 밥 먹었 음 좋겠고,
차 마실 땐 차 마시고 싶어. 근데 넌 계속 날 방해해, 내 신경을 긁는다구.
수업시간, 내내 나보고 있었지? 신경 쓰여 수업 제대로 못 받 았어. 밥, 진우
랑
먹고 싶었어. 커피? 혼자 마시고 싶어.
재호 일어날까?
현수 지금은 너랑 얘기하고 있어. 얘기 끝나고 일어나.
재호 나보다 니가 더 멋대로야, 알어?
현수 (재호 눈 보며, 비아냥 섞인 웃음) 다음엔 나랑 차 마시구 싶 으면 시간
있냐구 물어 봐. 두 번째 가르쳐 주는 거야. 그때 내가 시간 없다 그러면 (강
조)
우린, 안, 만나는 거야. 우 격다짐으로 만나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하고
일어난다)
재호 (현수의 손잡는다)
현수 (재호 보며) 손잡고 싶으면 그때도 물어봐. (재호의 손 탁 친 다)
재호 (현수의 손 놓치지 않고) 시간 있니?
현수 없어.
재호 (현수의 손놓고) 시간 있을 때 말해. (하고 일어나 먼저 간다)
현수 (남아서 가는 재호 본다. 싫지 않다)
$#33. 강의실
신형, 레포트 제목 여섯 개 정도를 칠판에 쓰고 있다. 재호, 앞에 앉아
필기하고 있다. 현수, 뒤에서 필기하다 문득 재호에게 시선이 간다.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 재호의 모습이 싫지않다. 웃으며 다시 칠판으로 시선 돌린다.
신형 (판서 끝나고 돌아서며) 레포트는 다음주 이 시간까지예요. 여 기 여섯
개
중에 두 개 이상은 제출해야 되요. (학생들 아우성 한다. 신형, 씩 웃으며)
강재호. 이 책들은 안 보신 거겠죠?
재호 (작게 웃으며) 네.
신형 다행이네요. 난 또 이것도 일년 전에 봤을까봐. (하고 현수보 면)
현수 (뒤에서 대견하다는 듯 씩 웃는다)
신형 수업 끝났습니다.
학생들 일어나고
신형, 교탁의 책들 챙기다,
신형 (고개 들고, 학생들 보며) 참, 누구 나 좀 도와줄래요? 이번 학 기에
보충으로 쓸 원서가 있는데 각자 사면 비쌀 거 같아서 복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학생들 신형의 얘기 듣다가 고개 흔드는데,
학생1 교육학과랑 과 대항 축구시합이 있어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하고
모두들 나간다)
신형 (현수의 눈치 보며) 조현수. 좀 도와줄래요?
현수 (가방 챙기며) 죄송합니다, 이 교수님. 급한 약속이 있는데요.
신형 (현수에게 눈치 주고)
현수 (신형에게 손 흔들고 나가고)
신형 (책 챙기다가 가방 챙기고 있는 재호 보고 뭔가 말하려다 체 념하고
나간다)
순식간에 텅 빈 강의실.
재호, 앉은자리에서 담배 피워 문다. 그 때 뒷문 쪽에서 노크소리 난다. 재호,
뒤돌아보면 현수, 서있다.
현수 차 마시자.
재호 (현수보며, 사이) 미안한데 난 지금 시간 없어. (하고, 앞보고 담배
피우고)
현수 (그런 재호보며,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34. 복사실
신형, 원서 복사하고 있다. 주변에 복사거리 널려있다. 한면 복사 끝나고 다시
다른 장 펼치면서
신형 이 뎃시 팔, 이 뎃시 팔... (하며 찾고) 스물 네장, 휴 (한숨쉬 고) 스물
네장.
하며 복사하려는데 갑자기 복사기 떨리더니 멈춰버린다.
신형 어, 왜 이래 갑자기?
하며 복사기 꽝꽝 때린다.
그 때 문열리며 재호, 들어온다.
재호 (그런 신형 보며) 걜 왜 그렇게 때려요, 뭐가 잘못 됐어요?
신형 (싫다, 괜히 자존심 상하는) 응, 그런 거 같애.
재호 잠깐만, 나와봐요. (신형을 밀어내고 복사기 안을 열어본다) 신형
(복사기 안 들여다보며) 저 쪽으로 가 계세요. 토너가루 날려 요. 종이도
걸리고 토너도 다 되고 그랬네요.
신형 (혹시 싶다) 나 도와주려구 왔어?
재호 (신형 보고 웃으며) 내가 그렇게 착해 보여요?
시간 경과- 노을지는 창가. 노을이 지고 있다. 신형, 창가 쪽에서 차 마시다가
재호 쪽으로 고개 돌린다. 재호, 팔을 걷어붙이고 복사기 고치고 있다. 손에는
토너가 시꺼멓게 묻어있다. 다 고쳤는지 복사기 뚜껑 닫고 버튼 누르면
제대로 작동한다.
재호 다 됐어요.
신형 수고했다. 커피 마실래?
재호 주시면요.
인서트 복사되고 있는 복사기. 창가에 두 사람 나란히 서서 창 밖 보며 차
마신다. 재호,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마음이 착잡하다. 신형, 차 마시다 문득
재호 본다. 그런 재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왠지 어색하다. 그 어색함을
감추려 말 거는.
신형 니껀 복사 다 했어?
재호 (창가만 보며) 교수님꺼 하구 하죠, 뭐.
신형 넌 축구 안 해?
재호 전 축구 싫어해요.
신형 그럼 뭐 좋아해? 운동 중에서.
재호 다 싫어요.
신형 (이상하다) 취미가 뭐야?
재호 없어요.
신형 좋아하는 거 하나두 없어?
재호 네.
신형 (재호보며) 사는 게... 재미없어?
재호 (창 밖 보며) 재미없어요.
신형 (커피 마시며 창 밖 보며) 난 사는 게 재미있는데.
재호 (그제서야 신형 보며) 뭐가요?
신형 (재호 보지 않고) 다.
재호 (웃는다)
신형 (재호 보며) 왜 웃어?
재호 우리가 너무 다른 거 같아서요. 사는 게 재미있는 여자랑, 사는 게
재미없는 남자랑 둘이서 노 을지는 창가에서 차를 마신다, 재밌네요. (그러다,
얼굴 굳어지 며 차 마시고 창 밖 본다)
신형 (그런 재호 보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35. 창 밖
노을이 지고있는 밖에서 보면 재호, 신형 창 밖 보고있는 모습 보인다.
$#36. 신자의 방
신자와 인숙 (신자의 방안에 있다)은 실밥 뜯고 있고 진숙은 출근복 차림으로
신자의 방 (방문 열린)앞 툇마루에 앉아있다. 진숙, 신자, 인숙, 얘기하던
중이다.
인숙 (신자에게) 그래서, 그래서? 진짜 봉제 공장에 넣고 왔어요?
신자 (인숙 보지 않고) 그랬다잖아.
인숙 너무했다. 그래도 고등학교까지 나왔는데 어떻게 미싱을 박어 신자 대학
나와서 쓰레기 줍는 세상이야. 고등학교 나와서 미싱을 왜 못 박어.
진숙 잘하셨네.
인숙 할머니두 너무 딸한테 그러지 마세요. 그러다 미선이 삐딱하게 나가면
어쩌실려구 그래요?
신자 (머리를 옆으로 삐딱하게 하고) 미선이 지금도 이 만큼은 삐딱 한 년이야,
더 이상 어떻게 삐딱해. (몸 바로 하며) 속상하다, 증말. 그 땅콩 만한 년이
다방을 댕겼대, 다방을. 학교년들하구. 칠공준가 뭔가를 만들어 가지구
머리에 장미꽃 을 하나씩 꼽구 차를 날랐대, 사내새끼들한테, 그기 말이 돼?
인숙 어머. 요즘두 칠공주가 있어? (진숙에게) 언니. 기억하지? 나 학교 다닐
때 칠공주 멤버였잖아. 우린 완전히 점조직이었잖 아.
신자 (진숙에게) 얘 뭐라 캐?
진숙 (작게 웃고)
신자 야, 뻥인숙. 니가 무슨 간첩이야, 점조직이게.
인숙 진짜예요.
진숙 신자언니. 얘 말은 그냥 들어.
신자 그냥 듣지 그럼 이년말을 내가 고지(곧이) 들으까? (인숙에게) 어째 넌
세상에 모르는 게 없어. 것도 죄다 쓸데없는 걸로. (진숙 보며) 얜 빤히 아는
것도 눈뜨고 거짓말시킨다. 지년하 구 달건이하구 살림 차린 지 일년하구
달포 된 걸 내 빤히 아 는데도 뭐라 카는지 아나? 희진이 지가 났대. 보면
볼수록 희안 빠꼼한 년이다. 이년.
인숙 난 잊어버린 줄 알구.
신자 뭘 잊어버려. 니들 살림 차린 걸 잊어버려. 똥 누고 밑 닦는 걸
잊어버리지.
진숙 (옷 추스르고 일어서며, 신자에게) 가게 갈게요.
신자 애 나갔다며 안 구해?
진숙 장사도 그저 그런데, 혼자 하는 데까지 해보고. (기죽은 인숙 보고) 애
너무 구박말어. 가요. (방 문 닫아주고 간다)
신자 (가만히 앉아있는 인숙에게 좀 미안한 맘 든다) 뻥인숙. 니 내 말에
기죽었어?
인숙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아뇨. 난 할머니가 나한테 왜 그러 는지
알어요. 할머닌 서방 없구 난 서방있으니까 그러지?
신자 (인숙 가만 보다) 니 세상에 인간이 몇 종류가 있는 줄 아나. 딱 세 종류
가
있어. 여자, 남자, (인숙을 가리키며) 니처럼 황 당한 년.
$#37. 재호의 집 근처 정류장 앞
버스 서고 재영이 내리면 미선, 한쪽에서 교복 윗주머니에 손 찌르고
서있다가 재영을 부른다.
미선 강재영. 학교 갔다 오냐?
재영 (같잖게 보며) 학교 갔다 온다.
미선 재미난 거 많이 배웠냐?
재영 학교를 재미로 다니니?
미선 나 커피 한잔 사줘.
재영 야, 고등학생이 무슨 커피야?
미선 (바닥에 침 탁 뱉고, 꼬나보며) 너 나한테 머리끄뎅이 한번 잡 힐래? 사
달라면 사줄 것이지. 말이 많어.
$#38. 카페 안
재영, 미선 앉아있고. 미선, 주머니에 계속 손꼽고 안을 둘러본다.
재영 (그런 미선보고) 너 고등학생이 이런데 오면 안돼. 선생님이 알면
어떡하려구 그러니?
미선 선생님이 아는 건 하나두 안 겁나. 우리 엄마가 아는 게 겁나 지.
(자랑하듯) 나 담배두 펴봤다.
재영 얘 좀 봐, 얘 좀 봐.
미선 그런 시답지 않은 소리 들을려구 너 보잔 건 아니구, 부탁이 있어서
보쟀다.
재영 뭔데?
미선 (주머니에 손꼽은 채 손장난하며 멋쩍은 듯 생각하더니) 나 엄 마가 봉제
공장 보냈다. 나 거기서 실밥 뜯거든. 엄마는 집에 서 뜯고 난 공장에서 뜯는
거지. 너 그거 석구오빠한테 말하면 죽는다.
재영 (어이없다) 넌 머리가 있니, 없니? 나 너 공장간 거 몰랐어. 근 데 지금
너
땜에 안 거야.
미선 너한텐 내가 일부러 말한 거야.
재영 (미선 보면)
미선 우린 서로 연적이잖아. 페어 플레이하자구. 암튼 석구오빠 입 에서 야,
실밥, 이 소리 나오면 난 니가 말한 줄 알겠어.
재영 그게 무슨 억지니?
미선 울엄마랑 나랑 억지 부리는 거 우리집 내력이야. 차값 니가 내. (하고
일어나 나간다)
재영 진짜 갈수록 태산이네, 쟤.
$#39. 병국의 사무실
병국, 수화기 들고 있다. 통화중 신호음이 들린다.
병국 어디다 이렇게 전화를 해. (하고 다시 버튼 누른다)
$#40. 신형의 집 안방
인서트-
전화 수화기 잘못 놓여져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혜자, 장롱에서 빨래꺼리
챙기고 있다. 바닥 보면 병국 옷과 혜자 옷 널려있다. 혜자, 병국이 옷
널려있다. 혜자, 병국이 어제 입었던 옷 던지는데 뭔가 툭 소리난다. 혜자,
돌아보고 무슨 소린가 싶어, 옷 들어 주머니 뒤진다. 뭔가 잡혀 보면 라이터다.
라이터에 '애인처럼'이라고 찍혀있다.
혜자 애인처럼? 별 술집을 다 찾아다니네. (하며, 라이터를 화장대 쪽에
던진다. 그리고 다시 옷장 속 보다, 고개 돌려, 라이터보 고)
$#41. 애인처럼 전경, 밤
$#42. 애인처럼 안
진숙, 한 손님과 얘기하고 있다. 그때, 병국 들어오고, 진숙 들어오는 병국
보고. 시간 경과. 손님들, 한쪽에서 자기들 술 마시고, 주방 쪽에서 인숙, 과
일
먹으며, 슬쩍 병국보고 (잘 안 보이는 위치). 한쪽 테이블에 진숙, 병국
앉아있다.
진숙 (술 마신다)
병국 (술잔 내려놓으며) 이 나이에 이런 소리하는 것도 우스운데 나
이혼할까봐요.
진숙 (건성) 하세요.
병국 (진숙 본다)
진숙 남자들은 참 이상해요. 젊은 남자나 늙은 남자나 부인 아닌, 다른 여자
앉혀놓고 하는 소리가 똑같아요. 이혼하겠다. 남자들 사이에선 이혼하겠다는
말이 무슨 대단한 자랑인가 봐요?
병국 (껄껄 웃으며 진숙보며) 나 여기 자주 와도 되요?
진숙 (병국보면)
병국 (진지한) 음... 술마시러도 오겠지만 정사장 아니, 진숙씨 보러 와도
되겠냐구요.
진숙 (그런 병국 본다)
$#43. 학교 복사실 앞
신형, 문 열고 나오고 재호 뒤따라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짐(복사물)이 많다.
신형 (짐들고 시계보며) 시간이 너무 많이 됐네.
재호 집 바래다 드릴까요?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 됐어.
재호 (웃으며) 그래요? (하고 신형의 짐 위에 자기 짐을 얹고) 조심 해가세요.
(하고 간다)
신형 (순간 짐이 무거워 놓친다, 난감해, 가는 재호 본다)
$#44. 길거리 보도
신형, 무거운 짐을 일부는 안고, 일부는 바닥에 내려놓은 채 '택시!'외치고
있다. 그 때 경적소리 나서 보면,
재호 (차 창문 내리고 고개 빼고) 저녁 사실래요? 그럼, 태워다 드 릴게요.
신형 (짐보고, 재호보는데 괜히 초라해지는 느낌 든다. 다시 재호보 고)
$#45. 레스토랑 전경
$#46. 레스토랑 안
재호, 스테이크 먹고 있다. 신형, 밥 먹고. 그때, 재호 다 먹고 입 닦으며
웨이터를 향해 손든다. 웨이터, 재호 보고 오면,
재호 맥주 주세요.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술값은 제가 낼게요.
신형 (기분 좋지 않다)
시간 경과 창가로 보이는 두 사람. 재호, 술 마시고 있다. 신형, 그런 재호 맘
에
안 들게 보고 있다.
재호 (조금 취한) 안 마셔요?
신형 술 못해.
재호 한잔두요?
신형 한잔두.
재호 (술 따르며) 술 안 마시면서 술자리에 있기 거북할 텐데... (잔 들고) 근
데
전 오늘 좀 마셔야겠습니다. 왜냐? (신형 안 보고, 서글픈 눈빛) 내가 믿은 놈
이
날 배신했구... 내가 아주 괜찮아 하는 여자는 날 깔보고, 무시했기 때문에.
(술
마신다)
신형 (재호보고)
재호 (신형보며) 무슨 말인가 해야 될 거 같은데 할 얘기가 없죠?
신형 무슨 말을 꼭 해야 되는 거야?
재호 사람들 만나면 의례히 하는 얘기들, 뭐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 아니면 나
강재호에 대해서 아니면 제가 이 교수님 주변에 대 해서 묻구? 듣구. 난
누구랑이든 얘기하고 싶거든요.
신형 (사이, 억지로 묻는) 부모님 뭐하셔?
재호 고맙습니다, 물어주셔서 (술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씁쓸하게) 우리
아버님은 미국에서 (잠시 있다가) 교환 교수로 계세요.
신형 (재호 본다)
재호 어머님은 아주 자상하시죠. 저희 집은 잘 살아요. 남부러울 것 없이. 전
공부를 꽤 잘 하구 전도 유망하죠.
신형 (얘기하면서 계속 술 마시는 재호, 걱정스럽게 보고) 강재호. 내가 이런
말하는 거 듣기 싫겠지만 내가 너보다 한두 해라도 더 살아서 하는 얘기야.
들어줄래?
재호 (신형 보면)
신형 니네 집이 아무리 잘 산다 그래도 학생답지 못하게 지나치게 좋은 옷
입구, 차 몰구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 좋지 않어. 다른 학생들 생각해봐. 한
학기 등록금 내기 버겁구, 버스로 지하철로 몇 번씩 갈아타면서 학교 오구,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서 아르바이트 하구. 난, 너 같은 학생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세상이 어지럽다는 생각.
재호 (소리내어 어이없다는 듯 웃고, 술 마신다)
신형 (재호의 그런 태도가 기분 나쁘다) 너 너무 무례한 거 알어?
재호 (술이 조금 취한 듯 신형을 비웃으며 꼬나보고) 달동네 공장 시다, 아니
보조들 한 달 봉급이 얼만 줄 알아요? 요즘 연탄 한 장이 얼만 줄 알아요? 기
름
한 통 싸게 살려고, 배달 못 시키고, 추운 날 주유소 가 는 사람들 혹시라도
주변에 있어요?
막노동꾼 일당이 IMF 때문에 얼마에서 얼마로 깎였는 줄 아 시냐구요?
신형 (재호를 이상하다는 듯 본다) ?
재호 (술을 병째 마시고 내려놓으며 혼잣말하듯) 내가 이런 얘길 왜 하지?
(하다 계산서 뽑아 반 접어 신형 앞에 보이며) 오늘 밥 값, 술값은 제가 낼게
요.
노가다 이틀 일당입니다, 이 교수님.
신형 (재호 본다)
재호 세상을 다 알구 있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키며) 나를
가르칠 수 있다구 생각해요? 수업이 아니라, 인생두? 아뇨. 아무도 날 가르칠
수 없어요. 아무도. (하고 일어나 나간 다)
신형 (뭐 저런 애가 있나, 술 취한 재호 하는 양이 걱정스러워, 한 숨 쉬고
일어난다)
$#47. 레스토랑 앞 주차장
재호, 약간 휘청이며 주머니에서 차 키를 찾는다. 신형, 뛰어와 재호의 팔을
잡는다.
재호 (신형이 잡은 팔을 본다)
신형 (멋쩍어, 팔 놓고) 너 술 취했어.
재호 이 정도로요? 걱정 마세요. 난 주량이 아주 세거든요.
신형 (짐짓, 화난) 나 화 무척 많이 났어. 뭐 하는 짓이야? 집에 바래다준대
놓고, 니 맘대로 술 마시구, 니 맘대로 일어 나구. 그리구 음주운전까지?
재호 (웃고)
신형 (손 내밀며) 키 줘.
재호 (작게 웃으며, 두 손 벌려 보이며) 실은 나두 키를 찾고 있는 데, 없네요.
그래서 드릴 수가 없어요.
신형 손 들어.
재호 (신형을 보면)
신형 두 손 다 머리 위로 올리라구.
재호 (어이없게 웃으며 올린다)
신형 (어색한 느낌 감추고, 재호의 주머니 여기저기 뒤진다)
재호 (귀엽다는 듯 신형을 본다)
신형 (키 찾아 재호한테 보이며) 조수석에 앉어. 운전 내가 할거야.
재호 (바지 주머니에 손 넣으며 어이없게 웃으며 건들건들 조수석 으로 간다)
신형 (재호 따라가 문 열어주고 재호 타면 문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가 탄다)
$#48. 차 안
신형, 안전벨트 매고 재호 본다. 재호, 눈감고 있다.
신형 안전벨트 매.
재호 (가만히 있다)
신형 강재호. 안전벨트 안 매?
재호 (가만히 있다)
신형 (한숨쉬고 재호 쪽 안전벨트 끌어오는데)
재호 (신형의 손잡는다)
신형 (재호 보면) !
재호 (무심하게, 아무 느낌 없이) 제가할게요.
신형 (벨트 놓으며 손 뺀다, 느낌이 이상하다)
재호 (벨트 매고 몸을 뒤로 기댄다)
신형 (이게 뭔지,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다, 침 한 번 삼키고, 시동 걸고 재
호
보며) 집이 어디야?
재호 (가만히 있는다)
신형 자?
재호 (가만히 있는다)
신형 우리 집에 차 갖다 놀게. 내일 찾으러 와.
재호 (가만히 있다)
신형 (운전한다. 재호가 신경 쓰여 잠시 보고 운전해간다)
$#49. 달리는 재호의 차
$#50. 도로
재호의 차, 신형이 운전해가다 신호등 빨간 불 켜지면 횡단보도 앞에 선다.
$#51. 차 안
신형, 긴장해 운전해 가다, 우측 백미러를 보면 눈 반쯤 뜨고 제 생각에 빠져,
서글픈 표정으로 앉아있는 재호 보인다. 신형, 순간 마른침이 넘어간다.
재호가 좋은가, 신형 자신도 알 수 없다. 신형, 다시 재호를 곁눈질로 보고.
가슴이 쿵 떨어지는 듯 하다. 신형, 앞을 본다. 신형, 재호에게 자기도 모르게
눈길 주는데서 엔딩.
<제 2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