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 11% 증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는 흔히 과체중과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BMI가 같아도 매우 다른 체형과 비만 상태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성인 5000명의 실제 체지방량과 BMI를 조사한 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자와 여자 모두 BMI가 25보다 클 때 비만으로 판정되는데, 남자의 경우 약 12%가 BMI 수치상으로는 비만이지만 체지방 비율은 높지 않은 ‘건강한 비만’으로 판명되었던 것.
복부에 지방이 많으면 전체 체지방과 상관없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Bruno Germany(Pixabay)
그에 비해 여성의 경우 ‘건강한 비만’은 약 3%에 불과한 반면, 저체중으로 인해 BMI 수치는 낮지만 체지방량이 높은 ‘마른 비만’이 15%에 달했다. 같은 BMI 수치를 가진 사람의 체형이 어떻게 이처럼 다를 수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근육과 뼈의 경우 지방보다 밀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상체나 하체가 무거울 수 있다는 것도 체형이 다른 원인이 된다. BMI는 키와 몸무게만을 고려하므로 이런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다.
이처럼 BMI 수치는 지방과 근육을 구분하지 않고, 체지방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므로 종종 신뢰성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심장병이나 특정 암, 신장병, 신경장애 등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 또한 BMI 수치보다 복부비만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BMI에 허리둘레를 추가한 비만 기준치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데이터와 그에 따른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클수록 사망 위험 낮아져
그런데 복부 주위에 저장되어 있는 과도한 지방은 전체 체지방에 관계없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도 조기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 결과는 복부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으며, BMI 수치와 함께 조기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영양학과의 타우시프 아마드 칸 박사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복부 지방의 측정치가 일반인의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24년 동안 250만 명 이상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72개의 연구 결과들을 분석했다.
그 연구들은 모두 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체형지수(ABSI: 키, 몸무게, 허리둘레를 종합한 측정치)와 같은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복부 비만 척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복부 비만이 어떤 이유에서든 조기 사망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허리둘레가 10㎝ 증가하면 사망률이 11% 높아졌지만,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허리-허벅지 비율이 증가하면 사망률은 이보다 더 높아졌다.
반면에 엉덩이와 허벅지는 클수록 사망률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엉덩이둘레의 경우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0% 낮아지며, 허벅지 둘레가 5㎝ 증가하면 사망률이 18%나 낮은 것으로 드러난 것.
엉덩이의 지방은 유익한 것으로 여겨지고, 허벅지 크기는 근육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 최신호에 발표됐다.
근육과 지방 구분 못하는 BMI
연구진은 BMI를 고려한 후에도 복부비만과 조기 사망률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유지되었다면서 몸 전체의 비만과 무관하게 지방의 복부 축적이 더 높은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키와 체중 비율인 BMI가 근육 무게와 지방 무게를 구분하지 못하며, 지방이 신체 어느 부위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므로 건강에 대한 잘못된 지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키와 체중 비율인 BMI로는 근육 무게와 지방 무게를 구분하지 못하며, 지방이 신체 어느 부위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어 키 160㎝, 체중 66㎏의 성인 여성이라면 허리에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지 아니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커서 체중이 많이 나가는지에 상관없이 비만으로 간주된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남성은 허리둘레가 40인치 이상, 여성은 34.5인치 이상이면 당뇨병과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복부 지방이 많을 경우 인지 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복부비만을 조기 사망 위험의 한 척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행해져야 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 BMI만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