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사무실이 있는 후배의 초대로 막내와 하노이 관광을 다녀왔다. 후배가 마이크로 버스와 현지 가이드까지 마련해주어서 우리 가족 둘과 다른 친구 가족 넷은 정말 호사스럽게 하노이의 3박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행이 더 재미있어진다. 길거리의 사람들 표정,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 사는 집과 입는 옷, 저 골목 뒤로 보이는 어렴풋한 모습들, 나무와 풀 그리고 산과 들 모두 생생하게 다가온다. 육감은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지 산행도 마찬가지다. 한걸음 한걸음이 느껴져서 좋다. 눈에 보이는 풍광 하나 하나, 내가 의지하는 나무가지와 바위, 스치는 바람 낙엽밟는 소리가 꿈결같이 기억저편에 남는다.
우리 일행이 묵은 곳은 대우 호텔이다. 김우중씨를 비롯해서 우리 나라 선구적 기업가들이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해서 그들의 경제성장과 길을 같이한 덕에 하노이에는 우리의 모습이 당당하게 뿌리내려있는 느낌이다. 후배도 그러한 선배 기업인의 뒤를 잇기를 기원해본다.
대우 호텔의 로비.
롯데빌딩과 전망대, 바닥이 유리로 된 발코니가 있어 아래를 내려볼 수 있다. 롯데빌딩이 하노이에서 두번째 높고 제일 높은 빌딩은 경남빌딩.
롯데빌딩의 롯데마트에 진열된 인공감미료, 여기서는 미소인가 보다.
하노이 외곽으로 두 시간정도 차를 타고 내륙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짱안을 둘러보았다. 강이 석회암을 침식하면서 만든 절경을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감상한다. 유람 보트가 서로 간격을 둘 수 있을 정도여서 소란스럽지 않았고 호젓하게 완상을 할 수 있었다. 지류들은 동굴로 연결되어 있었고 산들은 강을 막고 벽을 세워 은밀하게 호수를 감추었다. 오직 동굴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호수에 우리 일행만이 있었다. 노젖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함에 오히려 약간의 몸서리가 처진다. 바닥에 물풀이 보인다. 조금있으면 물풀이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해가 나면 옥빛의 수면과 꽃으로 덮일 호수를 상상해본다.
은밀한 호수에 번잡하게 건물을 짓고 있다.
점심은 그 지방의 별미 염소 고기다. 염소고기를 삶고, 찌고, 튀기고 향신초를 곁들여 먹는다. 이런 맛을 느끼고 알아보는 것이 여행의 기쁨이다. 별미다. 의외로 막내가 잘 먹는다. 토종닭도 튀겨서 내온다. 육질이 질기다. 그 맛이 토종이고 예전 생각이 난다. 특이하게 머리까지 튀겨서 올려 놓는다.
시골 음식점. 박제된 동물 머리가 걸려있다. 감옥으로 사용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위가 높은 죄수를 가둔 것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좋은 건물이다.
짱안에 가기 전에 부처님 사리를 모신 대찰 배정사를 들렸다. 절을 건립하는데 엄청난 공을 드린듯 하고 규모도 어마 어마하다. 베트남은 남쪽에 있지만 중국의 영향인지 우리와 같은 대승불교 국가이다. 친근한 전각과 불보살 상이다. 오백나한상에도 모두 한자로 명호가 적혀있다.
1946년에 개점했다는 하노이의 전통 음식점 1946에서 성찬을 받는다. 우리 나라 베트남식당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음식들이다. 처음 보는 생선에서 달팽이 완자까지 하나 하나가 깊은 맛을 가졌다. 후배의 극진한 대접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녀석 "형님 그냥 오세요."했을 때 알아봤어야했는데... 저녁후 소화를 시킬겸 하노이 야시장을 둘러 본다. 베트남 전통 물품에서 스마트폰 액세서리까지 소품은 모두 있는 것같고 다운타운 전체가 야시장이 된 듯하다.
디저트는 거리에서 목욕탕 의자 놓고 코코아 밀크에 각종 과일을 넣은 달달이로.
다음 날은 하노이 시내 관광이다. 우선 호치민 기념관을 둘러 본다. 호치민 참배객의 줄이 어마어마하다. 베트남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참배할 정도로 호치민은 존경받는 듯하다. 가이드는 우상화 북한 이야기를 하면서 베트남 일반 사람들은 정서가 조금 다르다고 한다. 둘째날은 먹방이다. 쌀국수를 육수에 적셔 먹는 분차와 스프링롤 튀김인 넴, 국물있는 쌀국수 포, 반미라는 베트남 바게트 샌드위치 그리고 마지막은 베트남 야시장 맥주거리에서 바베큐에 베트남 보드카까지. 중간중간에 3층 발코니에 앉아 맥주와 피자를 먹으며 시내를 완상한다. 그리고 길거리 카페에서 야자수가 들어간 베트남 커피까지. 내가 이정도로까지 먹을 수 있을지 나도 놀랐다.
호치민 광장의 호치민 참배객들
주석궁
길거리 군것질, 맛있다.
분차넴. 정말 맛있다.
길거리 카페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오토바이 차량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은 각자 무슨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까.
일자 기둥으로 된 절
하노이 시내의 절. 우리처럼 신도들이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도교 사원. 200살된 거북이 박제가 있다.
노스페이스가 인기인가 보다. 짝퉁으로 가장 눈에 많이 띈다.
맥주거리 야시장. 여기 앉아서 고체알콜로 바베큐를 먹는다.
장난감 가게. 많은 가게의 여종업원들이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다.
미군부대 거리가 생각나는 모습
맥주거리. 외국 관광객들이 많다.
거리의 바베큐. 소련이 전수해주었다는 베트남 보드카
베트남하면 어마어마한 오토바이 행열이 떠오른다. 교통흐름은 어지럽지만 그 안에는 서로 인지하는 질서가 있다. 흐름을 가로질러가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심지어 보행자도 무리가 없다.
마지막 날도 여러 일정이 있었지만 이미 녹초가 되어 편히 쉬는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쇼핑도하고 도자기 마을도 가보고 저녁전에는 누워있을 수 있는 카페에서 몸을 조금 쉬었다.
전망대에 아이들
마지막 날 점심. 소문난 맛집이라지만 모양은 여느 가게와 다름이 없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즐기는 집이라는데 여기도 맛있다.
저녁 11:10 비행기로 돌아왔다. 꿈결 같다. 바로전에 베트남에 들어온 것같은데.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좋은 친구들과 같이 즐거웠다. 후배에게 어찌 빚을 갚아야할지 고민도 생겼다. 막내가 만족한다. 이번 여행으로 집에서 몇 번의 오지 산행 명분이 생긴듯하다. 큰성과다.^^
첫댓글 향상님의 소녀적인 감성도 돋보이는 ..
막내가 베트남 음식을 잘 먹어서 기뻐하는 아빠의 마음도 보고 ..아마 후배가 한국인의 입맛을 잘 고려했음을.. 직감합니다.
여행의 만족도가 여행기를 통해서 잘 뭍어나고
읽는 마음들도 함께 즐겁습니다.덕분에 저도 덩달아 여행을 해보고요. 고맙습니다.
저도 여기는 다녀왔지만 더 다양한 볼거리, 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신거 같네요. 평소에 공덕을 많이 쌓아서 그런가? 일상의 모든 힘을 오지산행에 모으는 거, 잘 하시는겨. ㅋㅋ
넵. 항상 빈틈을 찾습니다 ㅎㅎ
역시 여행의 참맛은 야시장인듯 합니다...어디를 가나 길거리 음식을 많이 즐기는 모양이네요^^
여행기 읽고 나니 하노이 가보고 싶네요. 다음 가족 여행지로 찜.
강추요. 2월이 제일 좋답니다.
하롱베이인 줄 알았습니다.
베트남의 속살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