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시 2000년 수능을 본 1학번입니다.
전 노력파는 아니었기에 님에 비해 부끄러운 점도 많고..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저 역시 서울에서 안양으로 학교를 다니는 역유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휴학중이라 과거형으로 말이 나오는군요.
(내년에 복학하긴 하지만..)
전 대학을 미래의 발판이 아닌
하나의 갈림길로 봤습니다.
그 길로 갈수도 있지만 안 가도 다른 길이 기다리는..
인생을 아는 분들이 보기엔 바보같은 생각이겠지만
전 아직 제 생각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학교를 고집하지 않고 제가 배우고 싶은
전공을 택해 학교를 옮겼습니다.
(점수가 좋지 않아 전공을 위해 학교를 포기했죠.)
어느 위치에서도 사람은 만족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맘먹기에 따라서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죠.
전 지금 학원입니다.
제 바이크를 3D로 그리는데,
바이크를 안 타고 와서 상상화(?)로 그리려니까
잘 안 되서 카페에 들어왔다가 글 남깁니다. ^^
--------------------- [원본 메세지] ---------------------
수능은 어디까지나 대학진학을 위한 수단이고
대학은 내 장래를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수능을 목표로 달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왜 난 좀더 멀리보지 못한걸까...
마지막 시간 시험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지나날에 대한 아쉬움이 들이닥쳤다.
모두 떠나버린 교실에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4년전 수능시험일 늦은 밤,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왔던 오빠의 심정을
그제서야 알았다...
하지만 난 수능이 끝나고 갑자기 한가해진
대다수의 수험생들과는 달리
예체능계만의 바쁜 날을 보냈다.
오전 7시 기상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운동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식사 및 취침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운동
6시부터 7시까지 저녁식사 및 취침
7시부터 9시반까지 운동
10시까지 잠깐 휴식
오후10시부터 11시까지 보충운동
토요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고
크리스마스도 없고 설날도 없었다.
옷갈아입고 집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우면
어느새 1시...
근육이 풀리면 운동한거 다 소용없어진다고
사우나 한번 못갔다....
추운 날씨에 계속 머리묶고 운동했더니
땀이 났다가 식었다가 얼었다가 하면서 머릿결은 금방 개털되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 마찬가지였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관절이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 거였다.
아파서 운동 못하겠다는 소리했다간
동기들한테 막 밟혔다...ㅡㅡ;;
병원가면 맨날 똑같은 얘기..."쉬세요"
누가 몰라서 안쉬냐?
자다가도 몇번씩 깼다.
꿈속에서도 윗몸일으키기나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다가
엉겹결에 벌떡 일어나고...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는 합격자 발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실기고사를 끝내고 발표일을 기다리는 초조함...
정말 피가 마른다.
벌써 해가 바뀌어 2001년이고 내 나이는 스물이다.
ARS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딱딱한 목소리...
"수험번호 00000-000, 김가현님은...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스무살에 감당하기는 벅찬일이 아니었나 싶다.
재수를 할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결국 천안까지 통학하는 역유학생이 되버렸지만
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사람만큼 적응력이 강한 동물도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충실하게 사는것...
수능을 통해 내가 깨달은건 그것이다.
꿈이 꺾이고 짓밟힌만큼 난 현실적이 되었고
그때 받은 충격에 비하면
가끔씩 부딫치는 힘든 일도 별게 아니다.
수능은 그저 성적만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어른이 되기위해 거치는 관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젯밤 TV에서 나왔던 말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험 중 가장 쉬운건 수능이다"
카페 게시글
메니아게시판/Q&A
Re:2000년 수능일을 회상하다... (나 역시..)
카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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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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