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중/ 나태주
깜깜한 밤중
홀로 불이 켜진 네모난 창문을
생각한다.
술 취해 비틀거리는 시장 골목
곧바로 서서 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생각한다.
모두들 떠들며 즐거워하는 잔치의 뒷목에
혼자 시무룩히 앉아 있는 사람,
차라리 두 손을 맞잡고
고개 숙인 사람,
하느님께도 말씀드릴 수 없는 말을
가슴 속 깊이 보석으로 간직한 그
한 사람을 생각한다.
- 시집『슬픈 젊은 날』(토우,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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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네모난 창문을 타 넘어서
있고 싶은 그 곳으로 갈 수 있다면.......
마음과 현실이 달라서 답답해 한 적이 많다.
깜깜한 밤
애인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나태주 시인이 생각한 '한 사람'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이 시를 읽고는
'술 취해 비틀거리는 시장 골목
곧바로 서서 가는 한 사람/
모두들 떠들며 즐거워하는 잔치의 뒷목에
혼자 시무룩히 앉아 있는 사람/
차라리 두 손을 맞잡고
고개 숙인 사람/
하느님께도 말씀드릴 수 없는 말을
가슴 속 깊이 보석으로 간직한 그
한 사람'은 바로
나태주 시인 자신 혹은 그의 애인이었으리라
다시 상상해 본다.
내가 그랬기에
- 김선아
첫댓글 라무섬에서의 마지막 밤,
동생은 피곤하다며 일찍 누워버리고
발코니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맥주 한잔 들이키던 그 밤이 생각납니다
바다빛 못지 않게 '원시적인 배'가 함께 있어서 정취가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