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72)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6)
~ 양포에서 장기 거쳐 구룡포로(양포 – 구룡포 19km)
5월 14일(토), 맑고 선선한 날씨다. 불기 2560년 석탄일, 아침 일찍 강호갑 총대장에게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뜬다. ‘상쾌한 토요일 아침!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우리 해파랑길 이음단원 모두에게 베풀어지길 합장기도 드립니다.’ 원래 오늘 가질 예정이던 울산걷기축제도 석탄일을 피하여 내일로 바뀌었다고 한다. 불자가 아니라도 경축에 동참하는 마음이기를.
평소보다 이른 6시 20분에 숙소인근식당(들림집)에서 아침을 들고 7시 10분에 버스에 올라 오늘 출발지인 양포로 향하였다. 오전 8시, 스트레칭 후 명단심 단원이 맑은 목소리로 걷기 구호를 선창한다. ‘최고의 길, 해파랑길. 힘차게 걷자, 걷자, 걷자’ 전날은 홍다혜 대원이 선창하였고.
바닷가로 한 시간쯤 걸으니 장기면의 일출명소라 현판이 붙은 바위 앞에 이른다. 육당 최남선이 선정한 조선 10경에 장기에서 뜨는 아침 해가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전날 아침 정자항 숙소에서 창문을 여니 붉은 해가 수평선으로 솟아오르고 있어 탄성을 질렀다. 육당의 심미안이 특출할까, 서해안 변산반도의 낙조도 10경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고향의 산봉우리에서 추석 때 바라보는 낙조의 황홀함을 그가 보았으면 어떻게 평가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육당 덕분에 조선 10경을 새길 수 있어 즐거운 기분이다. 더러는 북녘에 있으니 언제 다 찾아볼 수 있을까?
장기 바닷가에 있는 육당의 조선 10경을 새긴 현판
쾌청한 날씨에 파도가 잔잔한 동해의 푸른 물이 명경지수처럼 맑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검푸르기도 하고 연한 코발트색을 띠기도. 이를 바라보며 해안의 쉼터에 앉아 먹는 간식도 맛있다. 네 시간여 해안 따라 걸어서 도착한 점심장소는 화정마을의 화정횟집, 2년 전 걷기 때도 들렀던 식당이다. 매운탕으로 점심을 들고 생일을 맞은 지원팀 김월호 대원의 축하도 겸하였다. 어릴 적 초파일 부처님 공양 덕에 덩달아 풍성한 생일맞이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기자단이 찍은 동해안의 푸른 물결
오후 1시 20분, 오후 걷기에 나섰다. 최연소인 손영재 대원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친 후 선두로 나선다. 처음에는 걷기에 익숙지 않아 힘들어하더니 며칠 새 잘 적응하여 보무가 당당하다. 젊은 김지수 대원은 일행의 앞뒤를 부지런히 오가며 사진도 찍고 연락사항도 전달하는 모습이 활달하고. 한 시간쯤 걸어 오후 2시 20분에 목적지인 구룡포항에 도착, 지금까지 가장 짧은 거리인 19km를 걸었다. 다른 때보다 이른 시간, 30여분 항구 일원을 돌아보며 자유 시간을 즐겼다.
김지수 대원이 찍은 이음단 걷기 모습
구룡포항에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다. 거리 초입의 현판에 ‘동해최대의 어업전진기지였던 구룡포에 일제가 1923년 구룡포항을 축항하여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병원과 상점, 요식업소가 들어서면서 지역상권의 중심역할을 하던 곳, 포항시가 사라져가는 일본가옥들을 정비하여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본에 착취당한 우리 경제와 생활문화를 기억하는 산 교육장으로 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를 조성했다’고 적혀 있다.
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 입구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중심부 돌계단을 올라 항구를 조망한 후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중 중년여성들이 이음단의 표지를 보며 아는 체를 한다. 그중 한 여성은 이음단 모집공고를 보았으나 시간을 낼 수 없어 지원하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걷는 일행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말한다.
오후 3시에 버스에 올라 울산 정자항으로 향하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휴식을 취한 후 6시 지나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만찬장으로 향하였다. 만찬 장소는 시내의 벼슬촌삼계탕집, 메뉴는 전복삼계탕이다. 흑미 팥죽에 전복을 넣고 끓인 삼계탕으로 처음 맛보는 음식, 모두들 맛있게 든다. 호스트는 이음단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실 양문수 실장, 여러 날 걷느라고 힘들 텐 데 삼계탕으로 영양보충 하라며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의 기발한 사자성어로 분위기를 돋운다.
걸은 지 8일째, 걷기 좋은 날씨에 공기도 맑아 하얀 모자가 때 묻지 않고 깨끗하다. 동해의 맑은 기운과 다양한 영양식, 절도 있는 걷기로 유니폼은 물론 심신도 정결하고 향기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