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을 고흥동초 직원들과 오를 때는 20년도 더 지난 것 같다.
여행 중 한나절을 계곡을 따라 동학사에서 오른 듯한데 가파른 오르막과
포두 금탑사 아래의 신영식 선생이 젊은 우리보다 잘 오르시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해찬솔의 지리산 칠암자행도 가고 싶지만 일요일 어머니댁에 간다는 핑계로
미토의 계룡산행 신청을 한다. 시종초에서 만난 송선생께서 매곡동에서 술 하게 오라시는데
난 장성중앙팀에 불청객으로 낀 듯하여 사양한다. 정원채 교장 김창윤 형 등과 젊은 교사들과
어울려 술 마시던 일은 이제 지나간 일로 두기로 한다.
수능마친 한강이랑 매운 뼈찜을 먹으며 술을 참고 있는데 창윤형이 오라고 하지만 사양한다.
산에 가기로 하기 전날 술을 참은 건 아주 잘한 일이다.
6시 반에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비엔날레 앞에서 7시가 지나 출발한다.
정읍휴게소에서 한번 쉰다. 김밥 한줄로 아침을 준다. 차 안에서 물과 함께 먹는다.
뒷쪽에 앉은 여수님이 막걸리 큰병을 꺼내 마신다.
국선 도리포 등이 어울리는데 나도 갈까 하다가 참기로 한다.
꼴깍 침을 삼키고 있는데 여수가 형님 한잔 받으라고 따뤄 주신다.
반쯤 마시고 또 채워달라고 한다. 나중에 한잔 더 달라고 한다.
직접 담근 막걸리인데 뭐 좋은 것이 들었다는데 맛도 좋고 취기고 적당히 끌어올린다.
난 멍청하게 술만 마시지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술에 반쯤 취한 도리포가 산행안내를 한다. 그는 산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어떤 차례로 말해야 할지 왔다갔다하여 웃게 한다.
9시 20분이 지나 갑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햇볕이 따사롭다. 계룡산의 능선이 회색으로
감싸준다. 체조는 안하고 사진을 한번 찍고 갑사로 오른다.
A팀은 절에 들를 생각이 없이 걸음이 빠른데 난 절쪽으로 여수를 따라 걷는다.
매표소에서 모두를 만나 입장료를 내고 사진도 찍는다.
갑사로 오르는 구비진 길에 큰 떡갈(신갈?)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웠고 빨갛고 노란
단풍이 몇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나무 사이로 초겨울의 양광이 일행의 그림자를 길 위에 그려준다.
갑사에 들러 한바퀴 돌고 관음전 앞으로 지나 뒷쪽으로 빠져 나간다.
작은 석불입상이 있는 다리를 건너 이미 몇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여수님이 다른 길을 잡기에 따라가려다가 어느 길이 더 멀으냐고 물으니
일행이 간쪽을 가리킨다. 여수님을 포기하고 일행을 부지런히 따른다.
길은 부드럽고 좋다. 암자로 가는 길인지 세멘트 길을 걷다가 오른쪽에 오래된
연천봉 이정표를 보고 내려간다.
게곡을 오르는 길은 길고 길다. 길바닥은 두들처럼 잘 맞춰 경사를 줄였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몇 사람 앞지르다가 추월 당한다.
능선을 올라 계단을 만나는데 종아리가 땡기더니 알맹이가 들어찬 것처럼
쥐가 나려 한다. 다리를 난간에 걸고 잠깐 쉰다. 한 시간 남짓의 작은 오르막에
쥐가 나다니 조금 속이 상한다. 계단을 지나 잠깐 더 오르니 능선 고개에 일행이 쉬고 있다.
국선님은 연천봉을 가자하고 푸른솔님은 관음봉쪽으로 가자는데 난 배낭을 벗고
다녀오자고 한다. 국선님이 배낭을 매고 가니 나도 배낭을 매고 푸른솔도 따라오신다.
연천봉 오르는 길에서 또 종아리가 조여온다. 등운암 앞 헬기장 쪽에 평지가 있어 잠깐 풀린다.
연천낙조 안내판 앞 바위에서 소주를 꺼낸다.
국선님의 후배가 꼬막을 초장에 무친다. 병소주도 마시고 나의 작은 소주도 마신다.
능선 끝 소나무를 보면서 돌아온다. 건너편의 산줄기들은 이름을 모르겠고 저 멀리 구름 위로
봉우리 몇 개가 솟아 있다. 큰 날개를 편 검은 까마귀들이 회색 산록을 배경으로 유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 한분이 올라오시어 사양하시더니 한잔 하신다.
도참에 얽힌 사연이 있다는 연천봉 암각글씨를 찍고 내려온다.
관음봉가는 길이 날카로울 줄 알았는데 길은 옆으로 나 있다
20분쯤 걸었을까 관음봉아래 고개에 우리 일행이 간식을 먹고 있다.
달콤한 감 한쪽을 먹고 관음봉으로 가니 쇄락과 가을사랑이 반겨준다.
난 우리 일행을 찍지 않고 뒤로 넘어가 산줄기만 찍고 관음봉을 붙들고 선 사람들을 보고 온다.
일행은 벌써 내려가고 있다.
쇠난간 밖으로 가 일행의 가는 방향을 내려다고 서 있다가 따라간다.
처음 보는 젊은 부부와 아스피린님이 가고 있다. 따라가다가 바위봉으로 올라 혼자 논다.
건너편의 산줄기와 계곡으로 뻗어내린 능선들의 빛차이를 잘 담아보고 싶은데 약하다.
바위는 미끄럽지 않다. 사람 다닌 흔적도 보이는데 사람은 저 아래로 가고 나 혼자 서 있으니
괜히 우쭐해지다가도 겁도 나려한다. 난간을 넘어 부지런히 일행을 쫒아간다.
오는 사람들을 비켜서며 부지런히 걸으니 지친다. 쇄락께 전화해도 밥지 않더니 도리포가 전화했다.
삼불봉 지나 점심을 다 먹었다고 한다. 아스피린 등 세분을 추월해 삼불봉에 닿으니 연천봉에서
만났던 어른이 따라오셨다. 둘이서 소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는데 쇄락이 전화를 해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오란다.
저 아래 데크가 보인다. 같이 내려가시자 해도 그분은 거기서 드신댄다. 죄송한 마음으로 다시 챙겨
일행에게 가니 반쯤 먹었다. 내 소주를 꺼내 보태니 술에 여유가 있다.
도리포까지 끼어 술을 마시고 일어난다. 30분 정ㅇ도 내려가니 두개의 탑이 나란한 남매탑이 보인다.
어느 산악회에서 질서있게 사진을 찍고 있다.
난 정림사탑을 닮은 작은 탑이 더 이쁘다. 옆의 암자에는 들르지 않는다. 일행은 벌써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은 여유가 있다.
잎진 겨울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비춰준다. 암반 위엔 가느다란 하얀 물줄기가 흐른다.
더러 낙엽이 떠 있는 작은 물웅덩이도 만난다.
한시 반이나 되었을까 동학사 앞 삼거리다. 일행을 찾을 생각을 않고
동학사로 들어가 놀고 나온다. 길 많은 사람사이를 내려오고 있는데 도리포가
술 마시고 있다고 얼른 오란다.
주차장 못 미쳐 식당에서 도토리와 더덕에 술을 마시고 있다.
나도 열심히 마신다. 돈 내고 먹는 술 아끼고 차에 있는 술 먹자고 갔더니 술상을 펴지 못하게 한댄다.
차 안 뒷자리에서 몇 잔 마시고 차는 이동해 목욕탕으로 데려다 준다.
저녁은 어찌 먹었는지 모르겠다.
광주엔 일찍 왔다.
쇄락이 태워줘 국선님과 풍암동에 내려 황하호연에 가서 가지튀김에 작은 중국술을 두 병째
마시고 있는데 바보가 왔다.
바보가 내 술을 빼앗아 마시어 그에게 술값을 내게 하고 택시비도 드리게 오기를 부렸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