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작은 이’의 소중함을 가르치신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이’는 자신을 낮추는 사람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길 잃은 양처럼 하느님과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람까지도 포함한다(복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되라고 하십니다.
다 자란 어른이 어떻게 어린이가 된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른이 어린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 말씀처럼, 어린이처럼 될 수는 있습니다.
어린이의 특성을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당부는, 어린이처럼 우리도
하느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어린이가 편안하듯이
그러한 느낌과 감정을 하느님 앞에서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어린이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살듯이
우리도 하느님을 의지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고 복잡합니다.
잘 사는 것과 바쁘게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바쁜 사람이 반드시 잘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단순한 삶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절제하는 훈련을 꾸준히 반복해야 합니다.
하늘나라 우체부
정채봉이 쓴 생각하는 동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준다.
그 중 “하늘나라 우체부”는 하늘나라와 어린이라는 성경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속성은 무엇일까?
첫째는 단순함이고, 둘째는 맑음이며, 셋째는 겸손이다.
어린이의 속성을 닮으려는 “하늘나라 우체부”의 글은 이렇다.
집배원 아저씨를 한 사람 알고 있지.
그는 편지 가방이 비면 서편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를 항상 순례하지.
그날도 집배원 아저씨는 편지 가방에 금모래를 가득 담아 메고서
밤실 마을의 새로 생긴 어린이 놀이터에 나타나셨어.
마침 저녁때인지라 아이들은 저희 집으로 돌아가고 놀이터는 한가히 비어 있었지.
그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던 아이 하나가 다가왔지.
그 아이 이름은 이미경.
이 마을이 외딴 두메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여자아이로
올 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지.
“아저씨, 하늘나라에도 편지가 가?”
“뭐라고? 하늘나라에도 편지가 가느냐고?”
“예, 아저씨,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 계시거든요.”
“그래?”
집배원 아저씨의 눈이 커졌지.
부어 놓은 모래를 손바닥으로 고르더니
그 위에다 “하늘나라 우편번호”라고 손가락 글씨를 써 보더군.
이내 아저씨가 손을 털고 일어나서
미경이의 작은 손목을 거머잡으며 말씀하셨어.
“내가 네 편지를 하늘나라에 계시는 너희 아빠한테 보내주겠다.
그러니 그 편지를 내게 다오.”
“정말이야, 아저씨? 하늘나라에도 정말 편지가 가?”
“그럼, 가고말고. 편지는 어느 나라이고 찾아가지 않는 데가 없는걸.”
미경이는 등 뒤에 감추고 있던 편지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어.
“그런데 아저씨, 우리 아빠의 답장을 받으려면 며칠이나 걸려?”
“아빠의 답장? 글쎄 그건….”
아저씨는 뒷머리를 만지며 한참 생각하더니 불쑥 말했지.
“일주일 쯤 지나면 아빠의 답장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정말이야, 아저씨?”
“정말이고말고. 다음 토요일 오후에 여기서 만나자.
내가 너희 아빠의 답장을 가지고 올게.”
“야, 신난다.”
미경이는 깡충깡충 뛰어갔지.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어.
미경이는 전처럼 그네 위에 앉아서 내내 동구 밖을 내다보고 있었지.
마침내 빨간 편지 가방을 어깨에 멘 아저씨가 놀이터에 들어섰어.
미경이가 벌떡 일어나서 쫓아갔지.
순간 미경이는 놀랐어.
놀이터로 들어오는 사람은 전혀 못 보던 얼굴의 집배원이었으니까.
아저씨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미경이를 보고 물었어.
“네가 이미경이니?”
“예, 아저씨.”
“자, 하늘나라에서 너희 아빠가 보낸 편지가 왔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편지를 받아 든 미경이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지.
그러다 곧 궁금한 얼굴로 미경이가 물었어.
“그런데, 아저씨. 전번 내 편지를 부쳐 준 아저씨는 왜 안 왔지?”
“아, 그 사람은 발령이 나서 다른 데로 옮겨 갔단다.
그래서 내가 너희 아버지의 답장을 대신 가지고 온 거야.”
하늘이 푸른 호수처럼 고요한 날이었어.
“하늘나라 우체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늘나라 우체부”가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하늘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
하늘나라는 단순하고, 맑고, 겸손한 사람들만 차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