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불날. 날씨: 미세먼지도 없고 날도 따듯한 봄날이다.
[일놀이 수학과 맛있는 수학-도형과 100의 보수]
6학년 이양주 덧술하는 날이다. 이번에는 6학년과 노학섭 선생이 오롯이 다 했다. 막걸리는 앞채비 뒷 정리 하나하나에 정성과 땀이 들어가야 한다. 정성스럽게 쌀을 씻고, 고두밥을 지어, 미리 발효시켜 놓은 누룩, 정량의 물과 잘 섞어야 한다. 기다림과 정성이 효모와 만나야 된다. 노학섭 선생은 이제 가르쳐준 대로 척척이다. 전수가 잘 이루어진 셈이다. 이제 항아리 하나는 이양주, 하나는 단양주가 익어간다.
이번 2학년과 수학 수업은 맛있는 수학, 놀이 수학이다. 물론 일놀이를 바탕으로 온몸을 쓰며 수학 감각을 익혀가고 넓혀간다. 미세먼지가 없으니 큰 그릇을 들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갔다.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어느새 쑥 자란 쑥을 뜯었다. 지난주보다 확실히 더 자라있다. 조금만 뜯어가자니 언니들 준다며 많이 뜯어야 한단다. 쑥을 뜯어와 씻는데 저마다 야무지게 한다. 동하는 오롯이 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뭐든지 더 열심히 한다. 쑥지짐 반죽도 차례로 잘 마무리 하고, 기름 넣고 지지는 일은 선생이 했다. 이제 슬슬 수학 이야기를 나눌 때다. 일부러 동그란 쑥지짐, 네모난 쑥지짐을 만들며 부엌 곳곳에서 동그라미, 네모와 세모를 찾아냈다. 네모와 동그라미가 어떻게 다른지, 차이가 무엇인지 말해보라니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면 된다. 감각으로 원, 사각형을 그릴 수 있다. 꼭지점, 변 이야기는 천천히 해도 되지만 곧은 선과 굽은 선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 원과 사각형을 그리며 직선과 곡선은 자연스럽게 잡혀간다. 부엌 벽을 한참 찾더니 하린이가 팔각형을 찾아냈다. 쑥지짐이 완성되어 한 판은 동그랗게 모양을 잡고 가위로 반으로, 다시 반으로 잘라 똑같이 나눠먹으며 나누는 수학이야기는 무엇일까? 때마다 아이들마다 들려주고 꺼내는 이야기는 다르다. 똑같이 나눠먹는 평등의 철학을 담아 뺄셈과 나눗셈을 꺼내고, 어쩔 때는 분수의 개념을 맛으로 배운다. 이번에는 줄곧 도형이다. 동그란 한 판을 먼저 먹고, 조금 더 큰 네모 난 쑥지짐을 정확한 네모로 잘랐다. 다시 네 조각으로 자르고, 또 조각을 다시 네 조각으로 잘라 16조각을 만들었다. 열여섯 조각을 나눠 네 조각씩 합치면 네 조각이 된다. 한 조각에 네 조각이 들어있고, 열여섯 조각이 한 조각이 되는 걸 먹으면서도 할 수 있다. 반씩 나눠 8조각은 언니들에게 갖다 주고 8조각은 우리끼리 나눠먹는데 어떻게 나눠먹는 게 가장 잘 나눠먹는 걸까 물었다. 어린이는 우리가 네 사람이니 똑 같이 2조각씩 먹으면 된다고 한다. 8조각에서 2조각을 빼고 빼고 빼서 먹으며 뺄셈의 감각을 느낀다. 맛있는 수학으로 몸풀기를 마쳤으니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도형과 셈을 만난다.
2학년이니 쉬는 때가 자주 있어야 해서 자주 쉬자고 하는데도 쉬는 것보다 같이 놀자고 한다. 이번에는 종이접기로 대칭놀이다. 채비한 사각형 색종이를 네 번 접어 펴서 대나무자로 선을 그렸다. 가위로 선을 따라 잘라내는 활동은 어린이들이 즐겨하고 잘 하는 거라 금세 끝이 났다. 사각형을 자르니 8개의 삼각형이 나왔고, 8개 삼각형은 그림공책에 저마다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붙인다. 그런데 기준을 잡고 왼쪽 오른쪽으로 붙여간다. 대칭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대칭을 만들어냈으니 선생이 할 이야기가 많다. 위아래, 왼쪽 오른쪽 대칭을 찾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앞으로 오가는 산책 길, 산 오르기 할 때마다 선생은 나뭇잎과 식물의 대칭을 찾아서 마주나기와 어긋나기들을 보여줄 것이고, 무늬를 찾아낼 것이다. 선 그리기로 형태를 익혀가며 대칭의 감각을 배우는 과정과 함께 문자와 숫자의 대칭을 찾아내고 만들어갈 것이다.
이번에는 다시 네모난 색종이를 반으로 접어 삼각형을 만들고, 다시 포개 접어 더 작은 삼각형을 만들어 가위질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동그랗게 자르고, 네모로 자르고, 길게 자르고, 여러 모양으로 자른 뒤 하나씩 펼쳐가다 보면 아름다운 대칭이 쏟아진다. 접어서 가위로 잘랐을 뿐인데 위아래, 왼쪽 오른쪽, 아름다운 무늬와 도형이 나타나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자주 하는 대칭놀이인데 유리창에 붙여놓으면 아름다운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도형을 찾으며 만든 한지조각보를 붙여놓으면 또 멋진 무늬가 쏟아질 것이다. 그림공책과 창문에 도형과 대칭을 붙여놨으니 이제 칠교놀이를 슬슬 시작해야 될 때다. 칠교놀이판을 가져왔는데 해보았다지만 바로 도형을 채워놓기 어려워한다. 어느 틈에 3학년 어린이들이 또 들어와 구경하다 서로 돕겠다 나선다. 크게 방해를 하는 건 아니라 괜찮다. 동생들 하는 수학놀이에 관심이 가고 돕겠다고 나서서 도우니 동생들에게도 좋고 형님들에게도 좋다. 줄곧 색종이로 칠교놀이를 신나게 하다보면 낮은 학년에서 할 도형 공부는 거의 다 끝나겠다.
점심 때 동생들이 수학 수업때 쓴 칠교놀이판을 찾아서 주었더니 맞추느라 떠들썩하다. 맞추면 선물을 준다는 말에 더 열심히 하더니 정우와 도윤이가 먼저 해냈다. 물론 동무들에게 가서 알려준 정보로 거의 다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맑은샘 수학공책을 나눠주었다. 네모와 눈금종이로 채워진 공책이다. 선을 그리고 재며 양감을 익혀가기에 좋게 만들어놓았다. 10의 보수놀이를 확인하니 아주 잘해서 100의 보수놀이로 바로 들어간다. 10과 90, 20과 80, 30과 70, 40과 60, 50과 50이 100을 만드는 짝이 된다는 걸 10의 보수에서 확장시켜 가는데 금세 이해한다. 좀 더 들어가서 11은 100이 되려면 89라는 짝이 필요하고, 22와 78, 33과 67, 45와 55, 56과 44... 서로 만나 100을 만드는 짝꿍 수를 찾아내보았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짝꿍 수 찾는데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걸 알아내지 못했다. 다음번에 스스로 알아내도록 또 묻고 연습하고를 반복할 것이다. 칠판에 백을 만드는 짝궁 수 찾기가 덧셈과 뺄셈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었다. 두 자리 수 더하기 두 자리 수는 세 자리 수가 된다는 것을 100의 보수놀이로 익혀갈 것이다. 새로 나눠 준 수학 공책에 동그란 원을 그려서 반으로 나누고 반으로 나눠 100의 보수를 썼다. 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알려주고 앞으로 날마다 조금씩 하도록 할 계획이다.
맛있는 수학, 일놀이 수학은 재미있다. 쑥을 뜯어와 음식을 만들며 도형을 찾고 셈의 감각을 익혀간다. 덕분에 형님들과 나눠먹는 즐거움도 있다. 종이접기와 대칭놀이 도형 찾기, 접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며 규칙을 찾고 기준을 잡아간다. 셈이 필요한 까닭을 찾아가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수의 세상일지 모른다는 걸 느껴갈 것이다.
점심 때 병뚜껑 딱지를 크게 따서 어린이들에게 나눠주어 기쁘다. 한 판 하자는 놀이는 여전하고, 한주엽 선생이 잘 씻어놓은 장난감도 아주 재미나게 한다. 별빛샘 쉼터를 가보면 늘 1학년 외계인들이 뭔가를 하고 있어 반갑다.
학교 마치고 모두 돌아간 뒤에 우리 책 동아리 어린이 셋은 별빛샘을 가꾸기 위해 손을 놀리고 있다. 별빛샘 창문에 걸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게다. 지지난주 창문 커텐을 이야기하다 멋진 작품으로 달기로 이야기 나눈 뒤 김우정 선생에게 부탁해서 날을 잡고, 김우정 선생 지도로 척척이다. 손이 야물어 금세 완성되겠다. 별빛샘 탄생과 가꾸기 주역은 우리 책동아리 세 어린이와 교장이라고 해도 될 만하고, 그 과정에 참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다. 또 많은 책을 기증해주신 분들, 시설을 갖추는데 후원해주신 분들, 시설공사에 함께 땀 흘리신 분들, 꾸미는데 도움주신 분들이 있어 역사가 만들어졌다. 모둠살이 김경미 선생은 그 많은 책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사서 노릇을 해주셨다. 학교 층마다 도서관 책 정리도 사실 그분의 땀이다. 그 덕분에 선생들과 어린이들은 더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 별빛샘 탄생 역사를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많은 분들의 땀과 정성을 잘 담아야 할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 나윤, 인채, 인준이가 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뿌듯한 보람으로 남도록 말이다. 애쓴 어린이들과 여러 선생님들이랑 다 함께 맛있는 새참을 먹으니 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