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우려에 일정 미루는 건설사들은 일단 지켜보겠다.
한국일보, 서현정 기자, 2022. 10. 3.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실정이다.
10월 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시장은 8월 말 조사했던 공급 예정 물량 5만4,620가구의 절반도 못 미치는 1만8,981가구(임대 포함)로 마감됐다.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 일정이 상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됐다. 한화건설의 '포레나 평택화양' 또한 1개월을 미룬 이달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밀리는 분양 일정에 건설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해야 건설사도 먹고사는데 조합원들과 시행사들이 '제값을 못 받을 것 같다, 분담금이 커질 것 같다'며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금리도 오르고, 집값도 하락하면서 집을 산다는 사람이 없어 시행사들도 겁을 내고 조금만 지켜보자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사나 시행사들은 분양 수익을 올려야 다른 공사에 착수하고, 이를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양률이 50%에 미치지 못한 곳이 속출하면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4~5년 동안에는 분양을 시작하면 3개월 안에 모두 팔렸지만 지금은 초기 분양률이 10~20%대에 그치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이를 소진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SM동아건설산업은 경북 칠곡군의 '우방 아이유쉘 유라밸' 청약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GS건설은 '인덕원 자이 SK뷰' 청약자에게 고급 외제차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슈화를 해서라도 청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청약 포기가 속출하는 것도 건설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는 아파트는 미계약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을 한 번 진행할 때 한 달씩 걸리고 비용도 더 든다"며 "예전에 줍줍이던 무순위 청약도 족족 미달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양 전망도 어둡다"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24.7대 1에서 올해 29.4대 1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분양 전망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월보다 17.6포인트 떨어진 43.7을 기록해 2017년 11월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금리 상승 부담감,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겹치면서 분양 사업자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며 "분양가 상한제 개편 예고와 대규모 단지 위주로 공급 일정이 미뤄지면서 계획했던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분양을 미루려는 사업자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