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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영아 살해 냉장고 보관 사건
사건 소식에 아파트 입주민들 격앙
"초등생 자녀들도 있는데…어째서"
평소 말수 적고 데면데면 했던 친모
취재진 북새통에 주민들 항의로 소동
영아 시신이 발견된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모습. 박창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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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6시 30분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이날 수년째 냉장고에 방치됐던 영아 시신들이 발견된 자택이 있는 곳이다.
두 아기를 낳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엄마 A씨는 남편과 사이에 자녀 셋을 두고 있다가, 거듭 출산한 아이들에 대해 경제적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이웃들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평소 A씨와 여러 번 마주쳤다는 한 입주민 B(60대·여)씨는 "시끄러웠던 적도 없고 그저 평범해 보이고 조용한 집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어떻게 그런 안 좋은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아파트 상가의 한 60대 상인 C씨(여)도 "입주민도 상인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며 "끔찍하고 무섭다고 다들 난리가 났다. 너무 슬프다"고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끔찍한 사건으로 충격을 던졌지만, 평소 A씨는 말수가 적고 얌전한 성격에 그의 가정도 다른 집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몇 달 전 이사 오면서 리모델링도 하고 그래서 아는 집이다"라며 "엄마(A씨)는 얼굴만 알아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지 반갑게 인사하거나 얘기를 나눌 성격은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이 입주민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시부모가 몇 개월 전 수원 내 다른 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다고 한다. 이 전언 대로라면 살해된 아이들의 주검도 이사 과정에서 함께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한 입주민 D(50대)씨도 A씨 가족에 대해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고 애들 몇 명 있는 것 말고는 딱히 아는 건 없다"며 "부부가 젊어 보였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도 있던데 어쩌다…"라고 말 끝을 흐렸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영아살해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그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해 곧바로 살해한 뒤 자택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8년 첫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또 이듬해 두 번째 피해자인 아기를 병원에서 낳은 뒤 병원 근처에서 마찬가지로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된 두 아이의 성별은 서로 달랐다.
이번 사건의 단서는 보건 당국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처음 포착됐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에서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를 발견하면서다.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25일 통보받은 수원시는 이튿날 A씨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A씨가 조사를 거부해 이달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임신과 출생 사실을 복지부는 알아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 유무를 지자체는 아예 알 수가 없다"며 "이번처럼 매칭 확인 결과가 통보되면 전담팀에서 확인하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후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A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기를 낳자마자 살해했고, 남편에게는 낙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남편은 "아내가 임신한 사실은 알았지만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아기 시신 2구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