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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유산된 태아의 조직을 연구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에 의하면, 태아의 조직은 HIV, 간염, 인간배아의 발생과정 등을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Science
▶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의 수 리샨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한 달에 한 번씩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회사에서 작은 시험관 하나를 제공받는다. 그 속에는 임신 14~19주 만에 유산된 인간 태아의 간(肝) 조각이 들어 있다.
연구진은 간을 잘 분쇄하여 원심분리한 후, 간세포와 조혈모세포를 추출하여 정제한다. 그리고는 간세포와 조혈모세포를 갓 태어난 마우스의 간에 주입하고, 마우스가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ouse)는, 인간의 기능적 간과 면역세포를 보유한 유일한 마우스가 된다. 이 마우스는 B형간염과 C형간염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다. 연구진은 이 마우스를 이용하여,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계를 회피하여 만성간질환을 초래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인간의 태아조직을 연구에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지만, 현재로서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나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려고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수많은 생의학 연구자들은 인간 태아조직을 이용하여 귀중한 인명(人命)을 살리고 있다. 그들 역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수 박사는 말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올해 7월부터, 인간 태아조직을 갖고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 있는 의료진보센터(Center for Medical Progress)라는 이름의 낙태반대단체가 동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그 동영상에는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 소속 의사가 등장하여, 유산된 태아의 장기를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집하는 문제를 직설적이고 냉정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여성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로, 2014년 미국 정부에서 5억 2,800만 달러를 지원받아, 그중 상당부분을 가난한 여성들에게 (피임에서 암검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 가족계획협회에 소속된 700개 클리닉 중 절반은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데, 낙태수술이 클리닉의 의료서비스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이고, 2개 주(州)에 소속된 몇몇 클리닉에서는 적출된 태아의 조직을 연구기관에 연구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몇 주 동안 문제의 동영상이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12월 3일,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상원은 표결을 통해,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는 합법(合法)이며,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지원해 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행정부에 이송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로부터 며칠 전인 11월 27일,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한 (가족계획협회 소속) 클리닉에 총을 든 사내가 난입하여 세 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경찰에 체포된 후 "아기의 장기를 더 이상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의의 총격사건으로 인해 지금껏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았던 생의학 연구분야가 주목을 받으며, "태아의 조직이 왜/어떻게/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Nature》에서는 NIH가 2014년 지급한 연구비 목록을 분석하여 누가 인간 태아조직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고, 지난 10월에는 18명의 관련 연구자들과 접촉했다.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수 박사는 그중에서 인터뷰에 응한 2명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Nature》가 접촉한 연구자들은 대부분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텍사스 주의 한 대학교에서는 '연구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인터뷰를 사양한다'고 밝혔다.
아래 표는 2014년 NIH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태아조직 연구들을 분석한 것이다. NIH는 총 164개 프로젝트에 7,6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NIH가 지원한 279억 달러의 연구비 중 0.27%를 차지하며, (역시 논란많은 연구대상인)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한 연구에 지원한 금액의 절반에 약간 못미친다. (참고로, 영국 의학연구위원회는 2015년 3월 31일로 종료되는 회계년도에, 총 연구비의 0.16%에 해당하는 124만 파운드(미화 190만 달러)를 5건의 태아조직 연구에 지원했다.) NIH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들을 분석해본 결과, 태아조직은 대부분 감염질환(특히 HIV/AIDS)을 연구하는 데 사용됐고, 그밖에 태아의 정상적/비정상적 발달과정, 망막의 기능 및 질병 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인간 태아조직을 사용한 연구의 분야별 현황
2014 회계년도에 미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은 '인간 태아조직을 사용한 연구'들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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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반양론 태아조직 사용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다른 연구모델이나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태아조직을 사용한 연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오늘날에는 그보다 훨씬 더 우수하고, (솔직히 말하면) 성공률이 훨씬 더 높은 대안들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수전 비 앤서니 리스트(Susan B. Anthony List: 낙태반대 단체) 산하 샬롯로지어 연구소의 데이비드 프렌티스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태아조직 사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근거를 들이대며 반박한다, 첫째, 태아조직을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다. 둘째, 낙태된 태아의 조직은 어차피 파괴된다. 셋째, 태아조직을 사용한 연구 덕분에 의학이 크게 진보했다. 넷째, 더 좋은 대안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태아조직 사용을 그만뒀을 것이다. "태아의 조직은 유연하고, 분화가 덜 된 조직이다. 그것은 잘 성장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므로, 성체조직으로는 불가능한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데 유용하다"라고 NIH의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캐리 월리네츠 박사는 말한다.
"컴퓨터 모델, 세포배양, 줄기세포, 동물모델이 인체조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인체의 일부는 설치류와 완전히 다르다"라고 영국 애버딘 대학교 산하 의학연구소의 폴 파울러 박사(생식생물학)는 말한다. 파울러 박사는 지난 1월, 유산된 태아의 간 조직을 이용하여 '산모의 흡연이 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참고 1).
일각에서는 최근의 사태를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차단하여, 차제에 낙태를 금지시키려는 음모'로 간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걸고 넘어가지만, 사실은 낙태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웨일코넬 의대의 샤리 겔버 박사는 말한다. 젤버 박사는 모성태아의학(maternal–fetal medicine) 전문가로,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지지해 왔다.
2. 연구용 태아유래 세포주 유산된 태아에서 유래하는 세포주가 기초연구와 의학 부문에서 널리 사용된 것은, 1960년대에 미국 위스타연구소와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에서 「WI-38 세포주(http://www.nature.com/news/medical-research-cell-division-1.13273)」와 「MRC-5 세포주」를 각각 만들어내면서부터였다(Nature 498, 422–426; 2013). 이들 세포주에서는 바이러스가 잘 증식하므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백신들(홍역, 풍진, 광견병, 수두, 대상포진, A형간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었다.
WI-38과 MRC-5를 이용하여 생산된 백신은 약 58억 명의 사람들에게 접종되었고, 다른 세포주들과 함께 노화와 약물독성 연구의 표준도구로 자리잡았다(단, 이들 세포주는 '신선한 태아세포 및 조직'에 해당하지 않아 NIH의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NIH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25년간 태아세포주는 의학발달의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블록버스터 관절염치료제, 낭성섬유증 및 혈우병 치료용 단백질 등을 생산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태아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주는 과학적 용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원래 태아조직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부 세포유형만을 대표하기 때문이다(예컨대, WI-38과 MRC-5는 태아의 폐에서 유래한다). 또한 세포주들을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복제하다 보면 돌연변이가 축적된다. 또한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려면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확보해야 하므로, 태아의 장기가 통째로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신선한 태아조직’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태아조직 사용은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되며 (http://www.nature.com/news/the-truth-about-fetal-tissue-research-1.18960#box), 낙태수술을 행하는 병의원에서 환자의 동의 하에 수집되어 반출된다. 관련법에 따라, 병의원들은 태아의 조직을 반출하는 자에게 (조직의 수집에 소요되는 비용에 상당하는) 실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금지된다. 미국 가족계획협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그들과 제휴한 클리닉들은 지금껏 여성들에게 적절한 동의를 받아 태아조직을 기증받아 왔으며, 앞으로는 건당 45~60달러에 상당하는 수집비용도 청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클리닉에서 수거된 태아조직은 생물학연구용 소모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보내져, 처리를 거친 후 연구자들에게 판매된다. 수 박사는 유명 업체 중 하나로부터 간조직 샘플을 건당 830달러에 구입한다.
3. HIV와 에이즈 연구(39%, 64건)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 중에서 2014년 NIH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은 HIV와 에이즈 연구분야로, 총 164건 중에서 64건을 차지한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마땅한 연구대상을 찾느라 고민해 왔다. 왜냐하면 에이즈는 인간 특유의 질병이기 때문이다. 에이즈 연구의 표준모델로 사용되는 마카크 원숭이의 경우 사육비가 많이 드는 데다, HIV 대신 SIV에 감염되며, 면역반응이 인간과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다. 태아조직은 인간의 조직이므로 에이즈 연구에 적합하며, 유연성과 적응성이 뛰어나고 줄기세포가 풍부해서 수많은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 수 있다.
태아조직을 이용한 인간화 마우스 중에서 돋보이는 것은 2006년에 만들어진 BLT(bone marrow–liver–thymus) 마우스다(참고 2). BTL 마우스는 마우스의 면역계를 파괴한 후, 태아의 간과 흉선조직을 마우스에게 이식함으로써 만들어졌다. BTL 마우스의 면역계는 동일한 태아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 더욱 인간화되었다. BTL 마우스는 (HIV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면역반응을 연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BTL 마우스는 HIV의 병원성 연구를 가속화시켰으며, (항바이러스 면역을 이용하여 HIV를 통제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의 탄생에 기여했다(참고 3).
BTL 마우스는 "여성의 질(膣)이 HIV에 감염되는 것을 약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이 전략은 현재 마지막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BTL 마우스는 현재, '여성의 성기헤르페스 감염이 질점막의 면역성을 변화시켜 HIV 감염을 용이하게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한편 수 박사는 자신이 만든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하여, C형간염과 HIV의 동시감염(co-infection)이 간질환의 진행을 가속화시키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BTL 마우스는 흉선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평균수명이 비교적 짧다(8.5개월)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인간화된 면역계가 새끼에게 유전되지 않아, 동일한 마우스 모델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태아조직을 계속 사용해야 하므로, 낙태 반대론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4. 인간의 초기 발생과정 연구(18%, 30건) 일부 연구분야의 경우, 태아조직은 조만간 다른 조직이나 기법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인간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오가노이드(http://www.nature.com/news/the-boom-in-mini-stomachs-brains-breasts-kidneys-and-more-1.18064,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62953)가 그것이다. 그러나 개념상 태아조직이 꼭 필요한 분야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초기 발생과정에 관한 연구다.
"일부 분야, 특히 태아의 발생과정이나 선천성 장애(예: 심장질환, 기형)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태아조직이 꼭 필요하다"라고 월리네츠 박사는 말한다. "성인이 앓는 질병과 장애 중에는 초기 발생과정에서 기원하는 것이 많다. 예컨대 2형당뇨와 조현병(schizophrenia)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정상적인 발생과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라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닐 핸리 박사(내분비학)는 말한다.
2014년 NIH의 지원을 받은 164건의 (태아조직을 사용한) 프로젝트 중에서 발생생물학 분야의 연구는 30건이다. 이들 연구는 근육모세포(myoblast)의 분화에서부터 비뇨기계의 발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연구는 생식기결절(genital tubercle: 페니스의 전구체)의 3차원 유전자발현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어떤 연구는 태아 장벽(腸壁)세포의 유전자활성을 분석하여 미숙아에게 과도한 장염(intestinal inflammation)이 나타나는 원인을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건의 프로젝트 중에서 절반 이상은 뇌 발달을 다루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자폐증,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등과 관련되어 있다. UCSD의 래리 골드스타인 박사(신경생물학)는 유산된 태아의 별아교세포(astrocyte)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뉴런(iPS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갖고 있음)을 살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별아교세포는 in vitro에서 특정 인자를 분비하여 뉴런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는데, 그는 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정을 연구하고 신약의 효능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골드스타인 박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iPS세포에서 별아교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태아에게서 추출한 별아교세포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iPS 세포에서 만들어진 별아교세포의 성능을 벤치마킹할 황금률(gold standard)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골드스타인 박사는, '유산된 태아에게서 추출한 뉴런'을 'iPS 세포에서 만들어진 뉴런'과 비교하는 데 사용해 왔다(참고 4).
5. 눈(eye) 연구(14%, 23건) 164건의 프로젝트 중에서 23건은 태아조직을 이용하여 눈의 발달과정 및 눈질환을 연구하고 있다. 망막색소상피(RPE: retinal pigment epithelium)는 눈의 뒤에 있는 한 겹의 세포층으로, (선진국에서 성인의 실명을 초래하는 첫 번째 원인인) 노인성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을 비롯한 다양한 눈질환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태아의 눈에서 추출한 RPE 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배양접시 위에서 RPE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 과학자들(골드스타인 박사 포함)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RPE를 생성하는 쪽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태아조직에서 유래하는 RPE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누군가 책임지고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수 박사와 함께 《Nature》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나도 태아조직 사용의 윤리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렵사리 얻은 태아조직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팽개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간혹 태아조직은 임상연구에 사용되기도 한다. 작년에 뉴럴스템(Neuralstem: 메릴랜드 주 저먼타운 소재 바이오업체)은 UCSD의 과학자들과 제휴하여, 태아의 척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척수손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또한 지난 5월, 영국과 스웨덴의 과학자들은 태아에서 추출한 도파민작동성 뉴런(dopaminergic neuron)을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Nature 510,195–196; 2014). 그밖에도, 낙태가 좀 더 관대한 국가에서는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에 대한 반발이 그리 심하지 않다.
6. 태아조직을 사용한 연구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태아조직 연구의 지지자들 중에서도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동영상을 시청하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동영상에서, 가족계획협회의 의료서비스 책임자인 데보라 누카톨라(내과의사)는 연구용 핵심장기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태아를 함부로 다루는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또한 "태아의 자세를 둔위(breech)로 바꿔 머리를 맨 나중에 나오게 하면, 자궁경부가 좀 더 팽창되어 뇌를 보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로, "의사들이 연구의 편의를 위해 낙태기술을 변형함으로써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뉴욕 의대의 아서 캐플런 박사(생명윤리)는 문제의 동영상을 '순전히 정치용'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일부 장면은 자신이 보더라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노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장기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해도, 그런 식의 접근방법은 곤란하다. 세상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계획협회의 아만다 해링턴 대변인은 "태아의 장기를 보존하기 위해 낙태기술을 변형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여성이 태아의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의 조정(adjustment)을 가했다면, 그건 매우 적절하고 윤리적이며 합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우리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늘 우선적 고려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콜로라도 총격사건이 일어난 후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카드를 다시 뽑아들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어떠한 반대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동영상 공개를 계기로 하여 벌어진 사회적 파문이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문제를 떠나, 어떠한 형태로든 과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7월 이후 연방하원에서는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제한하거나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4건이나 상정되었고, 10여 개 주(州)의 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주리, 애리조나, 노스다코타 주에서는 이미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금지했다.
지난 10월 1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소량의 태아조직 판매까지도 중죄(重罪)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수 박사는 연구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수 박사는 연구용 태아조직을 다른 주에서 조달함으로써 법망을 회피하고 있지만, 주법(州法)의 제정취지를 감안할 때 걱정이 태산이다. "가족계획협회의 동영상 공개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사회적 파문과 의회의 개입이 생의학 연구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의 사회적 이득은 문제점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의 논쟁으로 인해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가 위기에 직면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기피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불투명하며, 의사들이 받는 위협은 매우 심각하다"라고 캐플런 박사는 말했다.
캐플런 박사는 향후 2000년대 초의 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법원이 인간배아의 이용을 불법으로 판결하자, 미 국립보건윈(NIH)은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강력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지만, 일부 주(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주 포함)에서는 연구비 지원을 축소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태아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굳이 모든 곳에서 허가나 재정지원을 받을 필요는 없다. 어딘가에서 인정을 받으면 된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Drake, A. J. et al., “In utero exposure to cigarette chemicals induces sex-specific disruption of one-carbon metabolism and DNA methylation in the human fetal liver”, BMC Med. 13, 18 (2015). 2. Melkus, M. W. et al., “Humanized mice mount specific adaptive and innate immune responses to EBV and TSST-1”, Nature Med. 12, 1316–1322 (2006). 3. Karpel, M. E., Boutwell, C. L. & Allen, T. M., “BLT humanized mice as a small animal model of HIV infection”, Curr. Opin. Virol. 13, 75–80 (2015). 4. Israel, M. A. et al., “Probing sporadic and familial Alzheimer's disease using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Nature 482, 216–220 (2012).
※ 출처: Nature 528, 178–181, (10 December 2015) doi:10.1038/528178a (http://www.nature.com/news/the-truth-about-fetal-tissue-research-1.18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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