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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로드...꽤 흥미있는 것 같아서 쓰려고 한답니다.^^
오랜만에 감상밥이 먹고파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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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지 마라...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 네 영혼과 육신은 돌이 될 것이다...
네 눈물 대신 타인의 피를 대지 위에 뿌려라.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에 피를 뿌려라.
신의 뜻에 반항하라.
그것이 '불멸자'의 뜻이요,
네가 가진 힘의 원천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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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잠들어 있던 소년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던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량한 벌판은 잠들어 있었다. 지금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해 보이는 것처럼 조용했다.
「...새벽...」
무미무취의 음식은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망감을 느끼게 한다. 마찬가지로 무미무취의 어조는, 무감정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실망하게 만든다. 소년의 목소리가 바로 그랬다.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그런 목소리였다.
해가 떠오르자, 소년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소년의 복장은 매우 가벼웠다. 열 살 가량 되어보이는 어린 소년이 입기에는 딱 알맞은 후드가 달린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소년의 앞에 마을 하나가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소년이 마을 가까이 접근할수록 마을은 점점 황폐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음지에 가려진 사람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고향...」
소년의 말은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잠들지 못한 자, 잠들려 하는 자, 잠든 자. 모두 깨어나라. 편안한 휴식을 누리기 전에 할 것이 있다.」
소년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곧 소년의 주위에 수많은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람이었다. 소년과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들은 소년과 아주 같은 것도 아니었다...
한 검사 차림의 청년은 팔 하나가 없었고...
한 어린 여자아이는 하나 뿐인 다리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눈에 초점이 없다는 것 뿐...
「잘들 왔다. 음지에 가려진 어두운 존재들이여. 너희들과 나는 비슷한 존재. 무언가 결여된 존재다. 휴식을 주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듯 하구나...」
소년은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탑을 손으로 가리켰다. 소년의 손이 탑을 가리키기가 무섭게 소년 주위에 모였던 수많은 사람들은 탑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왔구나, 언데드 로드(Undead Lord)여...」
「음.」
허공에서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에 소년은 담담히 대답했다.
「가도록 하자. 약속한 시간이다...」
「음.」
소년은 조용히 몸을 허공에 띄우더니 탑으로 향했다...
탑은 조용했다. 그리고 어두웠다. 그리고 탑의 최상층부에서는 무언가 중요한 밀담이 오가고 있었다.
「왔군, 언데드 로드.」
「...」
「다들 모인 것 같군요, 시작합시다.」
그 곳에 모인 존재는 다섯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다시 말했다.
「잘들 들으시오. 이번 모임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것들을 의논하기 위함이오.」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들을 말하는 것입니까...드래곤 로드(Dragon Lord)여?」
「잘 아시면서 물으시는군. 휴먼(Human)의 방자한 행동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기에 휴먼을 멸하려고 이번 회의를 소집한 것이오!」
「뭣이?」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남자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외쳤다.
「우리 휴먼이 무슨 일을 했다고 그 따위 망발을 지껄이는가. 그러는 네놈 몬스터들이야말로 잘한 것은 조금도 없잖은가!」
「뭐라고!?」
젊은 남자도 성을 내면서 일갈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왜들 이러시는 겁니까, 그만들 하시죠.」
「...」
젊은 남자는 한 마디를 씹어뱉었다.
「빌어먹을 늙은이, 죽여버리겠다. 두고보자.」
「...네놈이나 조심해.」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의 말은 무시한 채 다시 진지한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언데드 로드, 자네의 행동은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드래곤 로드이신 위대한 가후님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다니, 의외군요」
젊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드래곤의 지도자인 가후는 슬며시 웃음을 띄면서 대답했다.
「이보게, 육손.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이제 그런 농담은 그만두게.」
가후는 다시 언데드 로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엄숙함, 그 자체였다.
「새로 언데드 로드가 된 그대. 이제 이 세상을 우리 로드들과 함께 평화롭게 꾸려나갈 자신이 있는가?」
「...그건 그대의 뜻.」
「무슨 소린가?」
언데드 로드는 가후를 직시하면서 대답했다.
「로드들의 모임...애초부터 난 관심없소. 알아서 처리하란 소리요. 세상을 뒤엎던, 평화롭게 만들던, 난 관여하지 않겠소. 단, 언데드를 건드린다면 가만두지 않겠소. 창조주라도...내 손에 죽게 만들거요.」
「이 분이 누군줄 알고 그 따위 망발을 지껄이느냐!?」
「잘 알고 있다. 드래곤 로드 가후라는 걸, 그리고 네가 몬스터 로드란 것도. 재미없군. 그럼 난 가보겠어. 잘들 해봐...」
언데드 로드는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잠깐. 그렇다면 방관자가 되겠다는 건가...」
가후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언데드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관자...라. 그렇게 생각해 둬도 나쁠 건 없겠지.」
「...좋네. 그럼 나중에 또 보세, 그나저나 아직 우리에게 자네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잖나?」
「자룡.」
언데드 로드가 떠나면서 남긴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