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강력한 일반도로용 람보르기니는 평범한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다
시안은 좀 더 급진적인 겉모습과 새롭게 디자인한 실내를 갖춘 아벤타도르 SVJ다. 끝내주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얹었다.
0→시속 97km를 2.8초 만에 끊고 시속 350km까지 내달린다. 시안은 길고 낮으며 극단적이고 위협적이다. 페라리를 집어삼킬 준비가 된 도로 위의 에일리언 같은 존재다. 역대 가장 강력한 일반도로용 람보르기니이자 람보르기니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이기도 하다. 람보르기니는 회사가 창립된 1963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안을 19대의 로드스터와 63대의 쿠페로 만들 예정이다. 쿠페의 값은 264만 달러이며 열다섯 대가 미국에서 판매된다. 시안의 이름은 1937년 태어난 폭스바겐 그룹 회장 페르디난트 칼 피에히(Ferdinand Karl Piëch)를 기리기 위해 ‘FKP 37’이 포함되는 것으로 수정됐다.
하이브리드 하이퍼카는 새롭지 않다. 우린 지난 2015년 포르쉐 918, 맥라렌 P1, 페라리 라페라리를 테스트했다. 시안은 파티에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고성능 하이브리드카를 위해 차세대 혁신이라 칭하는 기술을 더했다. 바로 슈퍼커패시터다. 슈퍼커패시터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한다. 하지만 배터리와 달리 화학 반응으로 에너지를 결합하지 않는다. 대신 정적인 상태에서 전기를 저장한다. 이는 같은 크기의 전형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거의 즉시 재충전할 수 있고 더 많은 전력을 담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일반적인 배터리보다 작동 수명도 길며 극한의 온도에서도 작동한다.
단점도 있다. 슈퍼커패시터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자가 방전 속도가 더 빨라서 30~40일 동안 열 배 많은 에너지가 사라진다. 게다가 훨씬 비싸고 셀의 전압도 낮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2028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슈퍼커패시터 시장이 70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시안의 슈퍼커패시터는 같은 무게의 배터리보다 세 배 더 강력하며, 같은 전력을 생산하는 배터리보다 세 배 더 가볍다. 실내와 엔진룸 사이의 벌크헤드에 바짝 붙어 있는데, 변속기 옆에 놓인 34마력짜리 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모터에서 나오는 힘은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시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을 멈추고 차가 활공하듯 달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사실 시안에는 순수 전기 주행 모드가 없다. 대신 모터가 최고 시속 130km까지 토크를 보탠다.
시안은 7단 싱글클러치 변속기를 포함해 아벤타도르의 기계적인 하드웨어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 하지만 아벤타도르와는 주행감각이 꽤 다르다. 심지어 코르사 모드에서 변속기를 수동으로 사용할 때도 그렇다. 오른발을 꾹 밟아 V12 엔진이 우렁찬 소리를 낼 때 작은 전기모터가 토크를 매끄럽게 차단하는 덕분에 기어 사이를 산뜻하게 미끄러진다. 스트라다 모드에서 변속기를 자동으로 쓸 때 거대한 시안은 아벤타도르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만족스럽게 돌아다닌다. 람보르기니는 시안이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저단 기어에서 아벤타도르 SVJ보다 10% 더 빨리 달린다고 주장한다. 실제 3단 기어에서 구동력이 10% 증가해 시속 30→60km 가속 시간이 0.2초 줄었다. 고단 기어에서는 전기모터가 구동력을 20% 이상 높여 시속 70→120km 가속 시간이 1.2초 단축됐다. 이제 우리는 람보르기니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것이다. 시안은 난폭하게 느껴지고 정말로 빠르다.
초기 아벤타도르는 고집불통인 움직임과 위협적인 모습이 줄줄 흘렀다. 트랙에서 너무 열심히 달리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고속으로 코너를 달리고 제동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했다. 그 이후로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람보르기니 엔지니어들은 그 짐승을 우리 안으로 다시 밀어 넣었다. 길고 넓은 시안은 여전히 도로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차의 양쪽 끝 위치를 알 수 있다. 피드백이 풍부한 운전대는 움직임이 날카롭고 승차감은 긴장감이 있다. 운전자는 네 바퀴가 시종일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브레이크도 신뢰할 수 있다.
시안은 아벤타도르보다 움직임이 훌륭하다. 동시에 람보르기니 기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강렬하고 본능적인 경험도 있다. 새로운 티타늄 흡기 밸브와 엔진 관리 시스템의 변화 덕에 V12 6.5ℓ 엔진만으로 역대 일반도로용 람보르기니 중 가장 강력한 785마력을 8500rpm에서 뿜어낸다. 반응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배기음을 죽이는 터보차저는 없다. V12 엔진은 6500rpm을 넘어서면 장엄해지는데, 이건 레드라인에 맞춰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다는 멋진 경고이기도 하다. 배기가스 규제와 연비 규정이 이 엔진을 역사 속으로 묻을 때 세상은 더 우울해질 것이다.
시안은 하이브리드카다. 늙었지만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파워트레인의 주행 문제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슈퍼커패시터 기술은 매력적이며,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에 어울린다. 2019년 테슬라가 슈퍼커패시터 회사 맥스웰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는 데 2억1800만 달러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 장래성이 없지도 않다. 시안은 람보르기니와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미래에 훨씬 잘 어울릴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글_앵커스 매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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