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스터링 외 1편
김재언
다시,
'중경삼림'을 본다
예보를 훌쩍 넘긴 장마의 변주에
발목이 젖어든다
'California Dreaming' 속으로
찾아가는 청춘들의 항로
떠날 때를 알고 가는 뒷모습*을 지우며
예정된 결별을 돌아본다
회항하는 그림자는
어느 약속을 비행하고 있을까
옥상에 널어둔 동쪽 한 귀퉁이에
날개가 찢어진 날
나침반 위에 눈빛을 올려놓으면
닫고 있던 귓바퀴에서
네가 좋아했던 가사가 흘러나오고
빗방울이 쓸려가는 난간에서
파란 슬리퍼 한 짝이 버티고 있다
다정하게 들려오는 우리의 강우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형기 「낙화⌟에서 변용
누구를 먹이려 단비는 붉은 길을 달리나
김재언
단잠 걷어낸 할머니
끼니마저 거르고
빗소리에 논두렁을 끌고 온다
무논에서 첨벙대는 첫새벽
봇도랑으로 몰려드는
붉덩물을 마구 퍼 올린다
넋 잃고 찾아다닌 물의 씨
단비는 비손에서 싹이 튼 걸까
할머니가 외우는 몇 겹 주술은
목 축이는 논바닥을 단숨에 살려낸다
할머니는 모가락에 불을 지핀다
식은 허기를 안치면
푸릇 푸르릇
들판을 부풀리며 모가 사람을 한다
큰물은 허리를 펴고
강둑을 휘돌아간다
김재언: 경북 청도 출생
약력: 『애지』 2021년 겨울호 등단
청도문학 제1회 작품상 수상
사)한국문인협회 밀양지부 회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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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김재언의 리마스터링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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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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