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수회는 2명이 참석했었습니다.
이번달 한수회는 그 두배나 되는 4명이 모였습니다.
이날 아침 10시, 집합장소
수서역 출구를 나설 때는 가늘게 비가 뿌렸습니다.
기온은 며칠 전부터 조석으로 제법 선선해진 초가을 날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리스크에 여전히 불참회원이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구는 집을 나서는 것조차 꺼리는가 하면, 누구는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산으로 갑니다.
수서출발 대모산 코스는 초입이 가파릅니다.
조금 숨이 차나 했는데, 금방 걷기 편한 길이 나오고, 비가 그쳐 우산을 접어 넣습니다.
대모산 둘레길은 일반 하이커에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길입니다.
가을이라 해도 아직은 때가 일러 단풍과는 거리가 멀고, 길섶에 간간히
들꽃이 보일 뿐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반듯하게 나있지만, 안고문님의 리드는 자주 옆길로
옆길로 샙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지만, 안 가본 길에 왠지 끌립니다.
안이한 둘레길이지만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정해 가며 걸었습니다.
오늘의 멤버는 전현직 산악대장에다 국내외 산들을 이만큼 섭렵한 분도 드물겠다 싶은 안고문님
입니다.
산악경험 일천한 나로서는 기를 쓰고 따라가야 했던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딱 한번, 설악산 어느 장소에도 뒤지지 않을 바위를 찾아 다과와 차를 마시며 브레이크타임을
가졌습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산 골짜기도 여럿 건너고 약수터에서 손도 씻습니다
산을 내려와 나는 나에게 고생했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쉬자 소리도 못하고 베테랑들 쫓아가느라 수고했다고...
둘레길 샛길을 정신없이 걷다가 양재천길로 내려왔습니다.
일행이 찾은 식당은 메타세콰이어 양재천길에 있는 카페레스트랑입니다.
카페를 가는 건 김치찌개 먹으러 가는 것과는 다른 기분입니다.
고르곤졸라 피자와 갈릭슈림프오일 파스타와 라거 비어와 다크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합니다.
맨날 먹는 밥먹기라도 가끔 분위기를 바꾼 다른 장소 다른 메뉴가 우리를 일상의 지루함에서 탈출시켜 소소한 즐거움을
줍니다.
맥주 한잔 곁들이며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갑니다.
은퇴 후 풍족해진 것이 시간인데 그 걸 모두 새로운 경험으로 채울 순 없습니다.
저장된 추억들을 되돌아 꺼내보는 일도 너무 즐겁습니다.
기억을 되살려 다시 지리산 한라산 기따알프스 킬리만자로 등등을 두루 다녀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오늘 1만5천보 약 10km를 걷고 카페에서 1시간반을 있다가 양재천길로 나와 해산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장마와 태풍과 추미애로 힘들었던 기억이 올해 여름의 전부입니다.
장마와 태풍은 그새 가을에 자리를 물려주었지만, 코로나와 추미애는
여전히 큰 불안요인입니다.
어제 전환된 좋은 기분이 오늘 아침 진중권의 법무장관관련 칼럼을 읽고 다시 우울해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천박해졌을까요.
안타깝습니다.
다음달에는 이번달의 최소 두배 회원의 참석을 기대합니다.
그때까지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겠지만 계절은 완연한 가을의 한가운데라 산행하기 더 좋아집니다.
HJ (754)
첫댓글 계절은 이제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을 맞을 건강을 비축해야할 때입니다.
아침 저녁 산책길이 참으로 선선하고 상쾌합니다.
건강한 매일이 되시길 빕니다.
열성회원님들이 있으니 한수회가 빛 납니다.
사실 함께하고 싶지만 남들에게 코로나가 생기면 내 탓일까? 걱정되어 자중하고 있습니다.
맥주잔을 맛들은 선배님들 모습으로 즐김의 행복함을 봅니다. 같이 못한 아쉬움이 진하지만 맥주잔을 들어 봅니다.
마음으로 다가가!
건강하신 모습들, 신록 만큼입니다. 함께함이란 늘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