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내용이 비단 특정한 철도회사에 한한 내용은 아니겠습니다만, 정부시책의 적용, 정책변경 등에 있어서 일부 지하철 회사들의 모습은 예전의 거대한 공룡이 움직이듯 하던 것과 비교하면 '조급해'보일 정도로 발빠르고 광범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문화가 스마트하게 바뀐 것인지. 아니면 VIP께서 연두지휘하시면 무엇이든 척척 해내던 군사정부 시절의 본 모습을 다시금 자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설령 사실과 다르더라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이미지가 박혀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
구체적인 사례들로는 그간
(1) 지하철 의자 불연재로 바꾸기
(2) 승강장 조명 줄이기를 통한 절전
(3) 에스컬레이터 가동중지를 통한 절전
(4) 지하철회사의 스크린도어 제작/설치기술 자체개발 시도
(5) 경로석 확대
(6) 전동차 선반 철거하기
(7) 전동차 의자 철거해서 자전거 보관대 만들기
(8) 두줄서기
(9) 우측통행
등등의 시책들이 '무진장 빠르게' 시행이 되었습니다. (쓰다보니 어떤 회사에 몰려있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지만 ^^)
이중에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된(될) 것들도 있는 반면에...
이용자와의 공감대 형성 등 과정을 생략하거나 최소화한 채 억지로 밀어붙여 각종 부작용이나 이용자 반발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았고. 발표 또는 시행 하루이틀 만에 포기된 정책까지도 있다는 것이 매우 특이합니다.
(1) 지하철 의자 불연재로 바꾸기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전동차 내장재를 화재에 안전한 불연재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전국 철도차량의 상당수가 '리모델링'수준의 내장재 개조 공사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불연재라는 '스테인리스' 의자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철도회사들이 '내장재 개조'라는 이름 아래 마치 전광석화처럼 앞다투어 의자를 금속재로 바꾸려 했다는 점입니다. 일부 이용자들의 불만 제기는 '안전을 위한다'는 이름 아래 간단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다급했는가 하면, 정작 중요한 내장판 및 배선의 불연재 개조는 하지 않은 채 의자만 스테인리스로 바꿔 붙인 "짝퉁 내장재 개조차"도 나타날 정도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_-;
☞ 이 밖에 닫히는 지하철 출입문 사이에 팔을 집어넣어 다시 열리게 하면 전기료 2원, 안내방송 제작에는 900만원, 취객이 좌석(7인용)에 실례를 한 경우 시트 교체 비용은 13만5000원, 좌석 전체 교체비용은 55만원이 소요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문화일보 2001-08-15)
여기에는 이 기사가 의외로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꿔 말하면 정기적인 세탁과 교체애 많은 비용이 필요한 직물제 시트와 달리, 무슨 일이 있어도 걸레로 닦아내기만 하면 되는 금속제 의자의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과외소득 또한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좌석교체를 진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2) 경로석 확대
'희망제작소'라는 곳에서 '경로석을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이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마음에 들었는지 이 정책 또한 양대 지하철공사에 의해 매우 빠르게 시행에 옮겨집니다.
그러나 공감대 형성과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던 이 경로석 확대 사업은 결국 언론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켜 취소되었고, 대신 '노인'이 빠진 '교통약자배려석'이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스티커 붙이기를 통해 양대 지하철회사가 얻을 수 있는 과외소득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위층의 의견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이 일으킨 해프닝이 아닌가 추정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3) 전동차 선반 철거
'지하철 신문 수거'에 대한 포스터나 스티커 붙이기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불을 지피는가 싶더니, 어느 날 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신문 수거'를 방지한다며 전광석화처럼 선반 시범 철거를 전격 단행하였고. 결과는 단 1일만에 폭주하는 민원에 이기지 못해 '원상복구'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지하철 신문 수거 방지'를 표면에 두었지만, 사실 이 또한 비용절감이라는 '과외소득'이 걸려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든 듯 합니다. 2007년 3월. 먼저 있었던 9호선 선반 생략에 관해 오마이뉴스의 한 기사는 한 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이와 관련 두재영 서울시청역 역장은 "운영자 측에서 볼 때 예산절감 및 인원절감이 중요하다"며 "하나의 민원이 발생하면 4명의 인원이 소요되며 그만큼 인원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반을 전면적으로 없앤 인천지하철의 경우 결과적으로 분실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인용)
(4) 두줄서기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두줄서기 운동본부'라는 정체불명의 유령단체까지 등장해 가며 두줄서기에 앞장선 이래, 어떤 지하철회사는 적극적인 포스터 홍보는 물론, 에스컬레이터 앞에 '감시원'까지 두겠다는 유난까지 떨며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은 '승객안전' 이고, '너희들을 안전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니 닥치고 따르라'는 뉘앙스의 홍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끔씩 '소 귀에 경읽기'라며 '무지한 승객들'을 짐승취급 하는 기사가 언론에 뜨기도 합니다 -_-)
그런데 '승객안전'으로 포장된 이면에는 결국 '비용절감'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겨지는 것 같습니다. 정작 두줄서기 문제를 본격 제기했던 문제의 방송이나 승강기안전관리원 등의 이야기는 '연간 ㅇㅇㅇ명이 한줄서기 때문에 다친다'라는 식의 계몽 포스터들과는 조금 관점이 다른데, '하중이 한쪽에 집중됨으로 인해 구동부가 빨리 닳고 점검주기가 짧아진다. 이 때문에 안전운행을 위해 (두줄서기 때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식입니다. 결국 '연간 7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다'는 수리비가 못내 아깝다는 것이죠.
(5) 전동차 의자 철거
최근 양대 지하철회사는 뜬금 없이 녹색교통인 자전거를 활성화 하겠다며 멀쩡한 의자들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7인용 의자 두 줄을 떼어내고 그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시범시행'이라고 항변하지만, 벌써 몇몇 역의 승강장에는 해당 칸에 자전거 타는 곳 표식까지 설치해둔 것으로 보아 이미 전체열차로의 확대는 기정사실화 해 놓은 채 역시 전광석화처럼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을 포함해서) 정작 자전거+지하철 이용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1) 지하철역에 자전거를 편리하게 둘 수 있는 체계적인 보관소의 확충 : 일본, 중국의 사례 (2) 목적지에서도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대여 시스템 구축 : 대전광역시의 사례 같은 것일진대. (3) 집앞 자전거 주차장의 확보 등일진대... 아예 다들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에 타는 것이 먼저라는 어이없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들고 타야만 하는 경우는, "출퇴근" 이나 "단거리통행"같은 "녹색교통" 이용자들이 아니라, 주말에 비싼 자전거를 들고 교외로 나가 라이딩을 즐기는 "레포츠"인 경우가 정석일텐데 말입니다. (그나마도 프랑스의 초저상 노면전차나, 교외 저상열차를 벤치마킹한 듯한데... 서울시 대심도 지하철에서 그게 적용이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말 하루이틀 동안 낑낑대며 깊은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나르는 자전거 동호인 1~2명을 위해', '매일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최소 14명의 승객'이 짐짝처럼 실려다니는 불편을 감수하는 어이없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실 관계기관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1) 해당 공간의 의자를 접이식 의자 (예전 1호선이 시범설치했던 값비싼 것처럼 모터와 스위치가 달려서 자동으로 접고 펼 필요는 없습니다.) 정도로 교체한 뒤
(2) 자전거 휴대가 제한되고, 승객이 많은 평일엔 의자를 펴서 운행하고
(3) 자전거 휴대가 허용되고, 승객이 적은 휴일엔 의자를 접어서 자전거를 둘 수 있도록 운행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만. 현실은 아예 의자를 뜯어버리는 대안을 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출퇴근시 환승승객이 많이 몰리는 앞 뒤칸의 의자를 '자전거'를 핑계로 뜯어버려 더 많은 승객을 원활하게 수송하려는 '과외소득'을 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첫댓글 두줄서기는 시행을 안해도 되는 것입니다.솔직히 한줄서기가 사고율이 더 높다고도 하지만,급한 사람을 먼저 보내주는 것이 에티켓이기 때문에,두줄서기로 한다면 급한 사람은 계단으로 올라가야한다는 말인가요?그리고 전동차 의자 철거는 시민들을 눈먼 장님으로 보는 행동의 예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이건 시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자전거 몇 대가 소중하다고 사람 7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다 뜯어냅니까?아예 자전거를 타는 승객들 따로 전용 전동차를 기존 전동차 10편성 정도를 개조해서 만들어,따로 자전거 탑승 승객 전용 전동차들만 들어오는 홈을 만드는 것도 낫지 않을까싶습니다.
자전거는 정말 잘못된거 같습니다. 중국처럼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도 아닌데 그리고 자전거도 몇대 못 세우는거 같더라구요//그런데 급한사람은 계단으로 가라고 하신거는 계단으로 가면 됩니다. 정말 복잡한 환승역이 아닌이상 계단은 쓸모가 없는거 같더라구요. 물론 9호선은 계단이 있는역이 별로 없긴 하지만요
아직 전동차 의자철거는 서울메트로 측에서 시범사업으로 일부차량에만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만;;; 너무 비판적으로 보신 게 없지않아 있는 것 같네요.
솔직히 지금 요금으로는 안전관련만 아니면 원가절감에 혈안이 되어있어도 이해가 갑니다.
자전거전용객차는 좀.....-_-
분실물은 어차피 공익근무요원들이 다 알아서하는거 아니였던가 ㅋㅋㅋ
그렇기도 하지만 찾아가지 않는 분실물의 양도 만만치 않다죠
자전거전용객차는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듯 --;
접이식 의자는 저도 같은 생각을 한번 한적이 있습니다.
그냥 맨앞객차와 맨뒤객차에 기관실쪽에만 자전거를 대놓아도,,,,,,,,,,,,,,,,,,,,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저도 알고있지만 일부차량의 개조가 마음에 안들어서요..
두줄서기는 요새도 거의 지켜지지는 않는거 같아요. 아무래도 꽤나 오랜기간 한줄서기가 에티켓이 되어있다 보니까, 저도 자연스래 한줄서기로 다녀서... 차라리 에스컬레이터를 한줄서기에 적합하게 개선하는게 훨씬 낫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에티켓 문제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웬만한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모 기관의 표현을 빌어) 시설을 트레드밀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이걸 피해서라도 한 쪽에 모이게 마련이죠. 저도 굳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운동할 생각은 없다 보니 그리 되더군요.
접이식 의자는 일본 도쿄에서는 종종 있습니다. 혼잡시간대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줄로 가운데에 서면 되지 않을까요. 무조건 두줄로 설 필요는 없을텐데요. 저는 가운데에 혼자 섭니다.
수용량이 적어지니까... 줄이길어지는걸 좋아할사람도 없겠죠.
날카롭고 명쾌한 지적이네요.
의자를 알미늄으로 바꾼것은 개인의견으로는 과소비입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화재때문에 바꾸었지만 정작 바꾸어야할것은 국민의식입니다. 공기업은 단열재의자를 해야한다. 당연한가요? 아닙니다. 씨랜드화재, 호프집화재, 고시원화재, 이천창고불 등등 당연히 불연재로 해야하는데도 안 바꿉니다. 가정집을 보세요 자기집 마루장판을 철판까는 사람 있습니까, 커튼을 난연재로 바꾸었다는 사람 못들어봤습니다. 신나로 불지른것을 직원잘못으로 몰고, 여론회피용으로 돈이나 펑펑쓰고..... 비싼 알미늄 장사만 돈벌었지요. 다른 내용은 밀어붙이기에 반대하면 쫒겨나니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씁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