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노동시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이 20일 열리는 100만인 대회를 맞아 <오마이뉴스>에 시를 보내왔습니다. 박 시인은 나눔문화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사회적 묵언' 중에 있습니다.... 편집자 주
촛불의 아이야
- 박노해
3월의 아이야 촛불의 아이야 아빠의 길은 어두웠단다 엄마의 길은 눈물이었단다
흔들리는 아빠의 어깨를 딛고 네가 살아갈 미래를 꿈꾸는 아이야 영문도 모르고 촛불을 든 너에게 우리는 부끄러움을 비춰 보이는구나
여기 우리들 눈물의 거리 분노의 거리 슬픔의 거리에서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들고 뜨거운 옛 노래를 부르는구나
3월의 아이야 촛불의 아이야 아빠의 과거는 무거웠지만 엄마의 오늘은 힘이 들지만
그러나 너의 미래는 네가 살아갈 너의 미래는
마냥 환하고 열려진 순탄한 길만은 아니리
인간의 봄날은 절로 오지 아니하듯 잠시 제 앞가림에 두 눈 팔다 보면 이렇게 역사는 언제든 한 순간에 역류하는 것이니
3월의 아이야 촛불의 아이야 너는 네가 딛고 선 흔들리는 아빠의 믿음을 믿어라 너는 네가 손잡은 끈질긴 엄마의 눈물을 믿어라
언제나 진실은 슬픔이었으나 무력하지 않고 언제나 정의는 소수였으나 고독하지 않고 언제나 민주는 핏빛이었으나 허무하지 않고 언제나 희망은 무릎 걸음이었으나 때 늦지 않았으니
이 땅에서 더는 작아질 수 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분노가 희망을 만든다는 것을 믿어라 이 작은 촛불들이 하나 둘 물결치면 마침내 새벽이 온다는 것을 믿어라
3월의 아이야 촛불의 아이야 |
첫댓글 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어제 시청에서의 촛불 시위때 배우 문소리 씨께서 읽어주시더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