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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 잘 쉬었다 왔습니다. | 김세진 | 00:48 | 16 |
안남의 아이들은 고향을 어떻게 생각할까?
농촌이기에 부족한 것이 많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에 마음 두지 않고,
작은 동네이므로 이웃 사이
인심이 좋고 인정이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동네이고
풍경 좋은 자연이 가까이 있어 누릴 것이 많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보내는 시간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아닌
공생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고 싶다고 했지요.
우리나라 지도와 닮은 둔주봉 아래 풍경을 보면서
아름다운(사람다운) 꿈을 키우고
평생 힘이 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이야기 마치고
한명씩 힘 되는 지지와 격려의 한마디를 불어넣어주었지요.
'주상이가 있으니 옥천이 가깝게 느껴진다'
'[안 남]이란 지명이, [남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들린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산, 들, 강이 보이는 둔주봉 정자에서
좋은 사람들의 덕담을 들으니
마음 구석구석까지 단단해지는 기분입니다.
둔주봉에서 내려와 교회 가기 전까지,
사택 앞 마당과 텃밭을 청소했습니다.
사택으로 오는 길에,
마을 이야기 해주시는 동네 어른을 만났습니다.
새마을 운동하며
마을사람들 소원이 담긴 돌탑을 헐어버리고
이런저런 외부의 일에 동원되던 마을 사람이 다치고 죽기도 했답니다.
그 말씀 하시는 어르신 눈빛에
깊은 노여움, 안타까움이 전해졌습니다.
동문들이 사택 밭의 풀을 뽑고, 비닐을 걷어내고
마른 옥수수대를 쌓아 태웠습니다.
집앞 마당 정리하는 일을 혼자했다면 꽤나 시일이 걸렸을텐데
동문들이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에 잘 마무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문들이 가고난 후,
깨끗해진 밭과 마당, 울타리를 볼 적마다 감사합니다.
안남 성결교회에서 예배를 보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예배보러 오니
목사님 설교에 힘이 더욱 실립니다.
예배 마치고 나서는 길,
사람이 적지 않은데도 괜찮다며
점심 먹고 가라는 교회 어머님들 성화를 겨우 사양하고 나왔습니다.
돌아와서 도서관 청소를 했습니다.
백두대간이나 시골사회사업팀 합동연수, 수료식 때
내가 묵은 곳을 깨끗하게 했었지요.
지금은 도서관 일을 책임진 사람 입장으로
손걸레를 밀어가며 바닥을 열심히 닦고,
구석구석 정리해주는 사람들을 보니
'내가 머물렀던 곳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싶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임해준 이들에게,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배바우손두부 집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서 잘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루빈이는 이영아 선생님께
"이제 가면 (지현이를)6살 때 다시 못 보는거야?"합니다.
잠시 만나도 깊이 정드는 아이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 정을 알며 자라겠습니다.
주교종 관장님이 바쁜 와중,
식사자리에 들러 인사하고 가십니다.
바쁘셔도 손님 맞이하고 배웅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관장님께 배웁니다.
집구경 아직 못 한 사람이 있어
권익상, 최진열, 박경희, 김용운 선생님과 혜영이가 사택에 갔습니다.
아까 못다한 밭 정리를 하고, 울타리 호박넝쿨을 걷어내주었습니다.
깨끗해진 울타리 앞으로 건너편 산이 훤히 잘 보입니다.
도와준 사람들 마음이 더 훤하답니다.
일하는 내내
김용운 형님이 계시니
무슨 일을 하든 흥이 납니다.
걸쭉한 목소리로 농담하며
사람들 일하는 동안 즐거운 기운으로 일하게 해주셨습니다.
울타리 호박넝쿨 걷는데, 관장님 어머님이 현관에 나오셨길래 인사드렸더니
"고구마 쪄~ 이따 와서 잡숫고 가"하셔서
울타리 정리하고 댁에 들러
고구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접시 다 먹고, 맛있다고 하자
한 접시 더 가득 담아와서 또 깨끗이 비웠습니다.
관장님 어머님께서
"잘 먹고 가니 좋네.
그래야지, 그냥 가면 얼마나 아쉽겠어." 하십니다.
시골인심 넉넉하게 잘 누리고 간
사회복지정보원 동문들, 고맙습니다.
명절맞아 대가족이 모인듯 정다웠습니다.
감사를 잘 하고 인사를 잘 했으니
동네 어디서든 주는 낙, 기쁨, 보람을 느끼셨을 겁니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 사이
제 하는 일, 이야기에 경청해주고
귀하게 대해주시니
큰 힘과 기운이 충만합니다.
더욱 제 일에 충실해지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모두가 떠난 일요일 밤, 한미경 선생님 오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서울로 돌아가셨어요.
섬처녀 선생님으로 일하셨던 이야기로 힘주고 가셨어요. 고맙습니다.
첫댓글 농촌에서는 외지의 사람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활력이 생기는군요. 그것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동문들이 방문함으로 마을에 선한 기운이 생동하니, 자주 가야겠습니다.. 함께 하지 못해 참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