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 가기 직전이었나 보다.
군대에 가야 하는 복잡미묘한 심경과 곧 서른을 앞둔 학과 동기 형이랑
술을 마신 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내게 서른은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었다.
'계란 한 판'은 깨어지지 않는 하나의 벽처럼 말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간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열창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2. 고등학생 시절 그런 생각을 했다.
대학생이 되면 뭐든지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학생이 되도 달라진 것 없었다.
기껏 술을 맘대로 마실 수 있다는 거. 낮술을 먹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
(물론 술냄새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안 주고자 꼭 양치는 하고 들어갔다)
고등학생 대신 취업준비생, 대학생 대신 취업자란 말을 대입해도 뭔가 다른 건 없는 듯 하다.
조금 더 자유스러워진 외박이 추가됐다고나 할까.
여행을 가고 싶더라도 다녀온 후유증을 생각해야 하고, 다음달께 날아올
카드 내역서를 걱정해야 하는 심정 --;;
3. 명절이 지났다.
지나가는 개도 뼈다귀 하나씩을 물고 갈 수 있다는 풍성한 추석 연휴.
쉬는 건 좋았지만 그만큼 내면이 알차졌는지, 재충전의 시기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술먹고 2~5시 사이에 들어와서 일어나면 12시.
하루의 시작이 늦으니 당연히 하루 해는 마냥 짧게만 느껴지고.
그래도 오늘은 내일을 위해 알코올을 털어넣진 않았다.
4. 취업하기 전에는 취업 준비 잘 되가냐는 말 외에 별다른 말 없으신
친척들이 이젠 결혼을 '화두'로 삼았다.
명절 때만 되면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하시는 사촌 형수들 보며
스트레스 달래준다는 핑계 속에 담요 앞에서 두 시간 동안 같이 게임을 즐기고...
돈을 잃어드린다고 나름 노력했으나 결코 쉽진 않았다.
(피망 맞고를 끊던지 해야지 --;;)
결혼 생각 없다는 내 말에 "어린애도 아니고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구박이 뒤따른다.
만약 한다면 적어도 명절에는 한 번은 우리집, 한 번은 아내집(처가집)을 들러야겠다.
딸도 귀한 자식인데... 언제까지 고생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 명절 지난 단상이 이렇게 바뀌는 걸 보면 지난 설보다 내가 조금은 자랐나보다.
그 때만 하더라도 아내될 사람이 명절 때 고생하는 거 싫다고 결혼 안한다고 한 것 같은데...
첫댓글 ㅋ 조금은 공감이 가는 듯한..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