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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2월 4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달리는 재호의 차
$#2. 차 안
재호, 어두운 얼굴로 운전하다, 한숨 쉬며 카세트 테이프를 밀어 넣는다.
시끄러운 락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시 끈다.
재호, 앞 보며 운전하고, 재호의 생각 많은 얼굴 위로.
재호E 강재호 너무 비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조현수는 이미 너한 테
넘어왔어. 이 교수한테 왜 전화한 거야.
현수 말대로 그 여잘 이용하고 싶어? 그럴 필요 까진 없는 거 아니야?
$#3. 도로
한 쪽에 재호의 차 선다.
재호, 차에서 나온다.
차에 기대 바람맞으며 한숨쉬고 담배 피워 물고 연기 내뿜고.
재호E 세상 모든 걸 갖고 싶어, 만족할 때까지.
세상사람 모두가 날 비열하고 야비하고, 간사하다고 욕해도 좋아. 내가 원한
것만 가질 수 있으면 그런 것쯤, 상관없어.
(담배 끄고, 차 타고, 가는)
$#4. 신형의 방
현수는 신형 쪽으로 등 돌리고 누워있다.
신형,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책 보다 백지에 필기하며 궁시렁거리듯 혼자 말한다.
신형 피지올로지컬 사이컬러지. 인간유기체의 생리학적 환경과 행 동변화의
상호작용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저도 모르게, 아주 작게)강재호... (순간
정신차리려는 듯, 한숨쉬고 머리 흔 들고) 신경계와 대뇌작용 및 시각,
청각운동 감각의 일반적 원리와... (다시 재호 생각하는)...
카메라 현수 쪽으로 가면 현수, 눈뜨고 신형과 반대편으로 누워있다.
현수, 생각하는.
인서트 - 집 앞
차안에서 '내가 싫어?'하던 재호의 얼굴
현수 (어이없는 웃음 웃고, E) 조현수, 너 지금 뭐해?
안 어우려. 잘려구 누웠으면 잠이나 자.
걘 널 좋아하는 게 아냐, 니 조건을 좋아하는 거지. ('흥'하고 웃고, E) 그냥
놀
아. 재밌는 애랑 재밌게. (하고 후, 한숨쉬고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신형 (공부하다 그런 현수 보고)
$#5. 진숙의 집 근처 정류장
병국, 진숙 서있다.
진숙 오늘 바가지 긁히시겠어요. 너무 늦어서.
병국 바라는 밥니다.
진숙 자꾸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불쌍해지니까. (도로 쪽 보며) 택 시가 안
오네요. 잘 오는데.
병국 (그런 진숙 보며 웃고)
그때 재호의 차, 진숙과 병국 앞을 지나간다.
$#6. 차안 + 길거리
재호, 이상에서 백미러로 보면 진숙과 병국 보인다.
짜증스러운 얼굴로 차 세워 후진해 진숙 앞에 멈춘다.
진숙, 병국 무슨 일인가 하고 차안을 보면 재호 앉아있다.
재호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 열고 기분 나쁘다는 듯 진숙에게) 타 세요.
병국 (이상하다는 듯 진숙 보면) ?
진숙 (재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투로 병국에게) 조카예요.
재호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시라구요.
진숙 (재호에게) 손님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재호 (진숙에게) 영업시간 끝났어요.
진숙 내 영업시간은 내가 정해.
병국 (난감하다, 머뭇거리며 진숙에게) 저, 저쪽 가서 택시 타고 갈 게요. 나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미안합니다.
진숙 (병국에게) 아니예요.
재호 (진숙에게) 안 타실 거예요?
진숙 (재호 맘에 안 들고)
병국 (그 때 오는 택시 서둘려 여기, 여기하며 손 흔들어 잡고 타 며, 진숙 쪽
에
대고) 죄송합니다. (병국 타면 택시 출발한다)
진숙 (택시타면 재호 보며) 너 왜 이렇게 건방져? 저 사람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꼭 무슨 일이 있던 거처럼 그렇게 다그 쳐야 되겠어?
재호 (비아냥)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거죠. 남 자하고 이런
거 어디 한두 번이에요?
처음엔 언제나 아무관계도 아니죠. 하지만 나중엔 어땠어요? 이번에도 집
날리고 싶어요?
진숙 (재호 노려보고 차 타려고 문열다 갑자기 돌아서서 재호의 뺨을 친다)
재호 (진숙에게 맞아 얼굴이 돌아간다. 잠시 후 진숙 보고)
진숙 내 지나간 과거 함부로 들추지 말랬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지. (하고 차에 타 문 닫는다)
재호 (화나 차 지붕을 '꽝'하고 내려친다)
진숙 (다시 문 열고 재호 보며) 어디서 성질이야, 붙자 이거야?
$#7.여관 앞
석구, 달건 실랑이하고 있다.
석구 증말 싫어? 왜 싫어. 내가 돈 내고, 나도 즐기고 형도 즐기는 건데.
달건 난 여자 별로 안 좋아해.
석구 그럼 형은 뭐가 좋아? 밥이면 다야? 그러니까 형은 밥통소릴 듣는 거야.
달건 임마, 내가 여자 좋아했으면 우리 마누라지만 여인숙을 얻었 겠냐? 난
여자 필요 없어. 희진이 엄마면 돼. 막말로 내가 여 잘 밝히면 희진이가 뭘
보고 배우겠냐. 난 걔가 남자 좋아하 는 거 싫어. 난 걔한테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런 짓 거리 안 하고 싶어.
석구 나 안 불쌍해?
달건 니가 뭐가 불쌍해?
나이 스물 일곱에 여자랑 한 번도 안 자봤는데 안 불쌍해?
난 내가 나를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난다.
형, 나 터프하게 살고 싶어하는 거 알지?
달건 야, 여자랑 자면 터프해지냐?
나 일 해야 돼.
경기도 안 좋아서 하루 스무 시간 뛰어도 사납금도 못 채워. 불쌍한 거는 니가
아니라 나야.
넌 방학도 있잖냐.
석구 내가 무슨 방학이 있어.
달건 겨울이라 경매도 없고, 경매 없어도 장사는 되잖아.
냉동창고에 있는 게 가져다 팔면 되니까.
석구 그럼, 내 일 같이 하자. 내가 머릴 짜볼 테니까.
내 일 하는 조건으로 나 여자랑 붙여 줘.
$#8. 여관 복도
석구, 조바심치며 서 있고 달건은 그런 석구의 옆에 서있다.
석구 형, 형 진짜 여자 와?
달건 (작게, 혼잣말처럼) 병신 같은 놈.
석구 (그 말 못 듣고, 괜히 걸어다니며, 기분 들떠, 혼잣말) 와, 큰 일났네,
여자가 온대, 이제. 아! 이 무슨 호강인가.
달건 (어이없이 웃으며) 누가 지었는지, 니 별명 하나 정말 잘 지 었다. (석구
의 머리 만지며) 어우, 썩은 바가지, 썩박.
석구 (갑자기 험악한 얼굴이 되어) 썩박이라 그러지 말랬지! 가뜩 이나 머리
썩는 거 같아서 죽겠는데.
그 때 복도 끝에서 여자 오며,
여자 운짱 아저씨가 나 불렀어?
석구 (놀라) 형, 형. 나 들어간다.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달건 (석구 보며 귀엽다는 듯 웃고 여자에게) 이리 와.
여자 남자 둘이야? (고개 젓고) 나 갈래. (하고 돌아서려면)
달건 (여자 잡고) 쟤 하나야.
여자 아저씨는?
달건 난 결혼했어. 동생이다, 잘 봐줘라.
여자 (짜증내며) 형, 동생끼리 무슨 난리 부르스냐? 하여튼 남자들 은
지랄이야. (하고 석구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가고)
달건 (여자가 들어간 방에 귀 대보고)
$#9. 여관방 안
석구, 침대 밑에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 여자를 보고 있고, 여자는 화장대 의자
에 앉아 담배 피우며 거울보고 자기가 이쁘다는 듯 갖은 표정 지어 보이며,
여자 아저씨 먼저 씻으세요.
석구 (어눌하게 더듬으며) 난 씻었는데요?
여자 그래두 한번 더 씻으세요. 낮에 씻으셨을 거 아니에요.
석구 깨끗한데.
여자 (석구 돌아보며) 아, 이 아저씨 짜증나네. 생긴 것도 드럽게 생겨 가지고
하는 짓도 드럽네. 알았어요, 이리 오세요.
석구 (죄지은 사람처럼 여자에게 가면)
여자 (석구의 웃옷을 벗기며) 진짜 처음이세요?
석구 (여자의 하는 양을 보다 놀라 피하며) 왜 내 옷을 벗겨요?
여자 옷을 벗어야 일을 치를 거 아니에요.
석구 (씩씩대며) 왜 내가 옷을 벗어요? 그 쪽이 옷을 벗어야지.
여자 셋 셀 동안 이리와요. 하나, 둘, (하는데)
석구 (여자의 입 막으며) 난 옷 안 벗어., 니가 벗어.
그리구 세지마, 숫자 세지마.
우리 엄마가 나 밥 먹을 때 셋 셀 동안 안 먹으면 밥그릇 뺏 는다는 소리
때문에 허겁지겁 밥 먹다 위장병 생긴 사람이야.
그리구 너 눈 감어, 어서, 셋 셀 동안!
여자 (짜증스레 석구 손치우고, 눈감는다) 증말 오늘 재수없네.
석구 (자기 가슴 제 손으로 다독이며, 턱을 덜덜덜 떨며 여자에게 입
맞추려는데 여자, 석구를 와락 끌어안으면 석구 비명 지른 다) 아악!
$#10. 여관 복도 + 계단
석구, 방에서 뛰어나온다.
달건 놀라 '왜 그래?'하면 석구, 달건 손잡고 '형, 암말 말고 뛰어'하며 뛰고,
달건 얼결에 뛰고.
방안에서 여자, '야, 새끼야, 돈주고 가야지! 새끼야!'하고, 소리지르며
뛰어나온 다.
$#11. 여관 밖
석구, 뛰어가고, 달건 '석구야' 부르며 뛰어가고.
석구 (정신없는 얼굴이다) 저 기집애가 입을 맞췄어, 입을 맞췄어. 저 기집애
가
나한테. (하며 가고)
여자 (뛰다 힘든지, 멈춰 서서 씩씩대며) 돈 내, 이 새끼야! (하다 석구 안
보이자) 아, 찐따같은 새끼.
$#12. 재호의 집 근처 동네 어귀, 밤
재영, 누군가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 때 미선, 퇴근해 온다.
재영 (오는 미선보며) 나머지 수업했니?
미선 (그 말에 둘레 살피고 재영을 째려보며) 사람 놀리는 것두 아 니구,
공장에 나머지 수업이 어딨어. 야근했다.
재영 (상대하기 싫다) 들어가. 니네 엄마 너 기다리시는 거 같더라.
미선 (벽에 기대며) 아, 어디 가서 소주나 빨았으면 좋겠다. (재영 에게) 야,
사는 게 왜 이렇게 피곤하냐?
재영 (미선 보며) 너두 그런 생각하면서 사니?
미선 나두 머리가 있는데 생각 안 하겠냐?
재영 왜 그러는데? (하며 미선 옆, 벽에 기댄다)
미선 너는 말해두 몰라.
재영 말해봐 심각한 거야?
미선 물론.
재영 뭔데?
미선 내가 오늘... (하다가) 에이씨, 말하기 싫어.
재영 말해봐.
미선 우리 엄마한테 말하지마.
재영 알겠어.
미선 우리 엄마가 알면 나 죽는 일이야. 절대로 말하면 안돼. (고 개 숙여, 푹
한숨쉬고, 재영 보며) 나, 사고 쳤다.
재영 또? 무슨 사고?
미선 심각한 사고. (자기 머리 긁적이며, 시무룩하게) 내가 도와주 는 미싱사
언니가 있거든, 황언니라구. 아니다, 언니두 아니 다, 황양이다.
아무튼, 그 황양이 첫날부터 계속 깐죽대드라구. 내가 쪽가위 로 실밥 뜯다가
옷 좀 오렸거든. 물론 그 옷은 못 쓰게 됐지.
어쨌든 그랬다구 쥐처럼 찍찍대는데, 그래두 내가 참을라구 했거든.
재영 (짜증스럽게 미선 보며) 그래 가지구?
미선 오늘은 못 참겠더라구. 내가 졸다가 다리미로 옷을 태웠는데..
재영 그 옷두 못 쓰게 됐니.
미선 (당연하다는 투) 물론. (재영 곁눈질로 보며, 작게) 암튼 그년 이 열나
찍찍대서, 내가 내 머리로 받아버렸다. 내 머린 괜찮 은데 걘 꼬맨 거 있지.
재영 (미선 보면) ?
미선 몇 바늘 안 꼬맸어. 다섯 바늘인가...
그래서 사장이 이번 달 월급 안 준대. 세상 참 고달퍼, 그지? 학교같으면
짤리기라도 하는데 거긴 짤리지두 않구.
재영 (미선이 한심하다) 집에나 들어가라.
미선 (재영 보지않고) 들어가야지. (하다 재영보고) 너 석구 오빠 기다리지?
재영 (보면)
미선 내가 오늘 같이 기다려주구 싶지만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내 마음
이해하지? (하다 재영의 뺨을 손으로 툭툭 치며) 기집 애 귀엽게 생겼단 말야.
(하고 침 캭 뱉고 간다)
재영 (가는 미선보며) 쟤두 무지 독특한 애야. (하다 길가쪽 보며) 근데 내가
박석구를 왜 기다리니?
강재영, 너두 참 무지 독특한 애다. (하고 길가 살피고)
$#13. 재호의 방
재호, 컴퓨터 앞에 앉아 숙제하고 있고
진숙, 재호의 옆에서 재호 꼬나보며,
진숙 이모 말이 말같지 않어? 얘기하자구 몇 번을 말해?
재호 (컴퓨터 화면 보며) 할 말 없어요. 레포트 써야 되요.
진숙 (그런 재호 보다 컴퓨터 코드를 확 뽑아 버린다)
재호 (진숙을 맘에 안 들게 본다)
진숙 (재호보며) 끄는 방법을 몰라. 이렇게 하면 꺼지는 거겠지?
재호 (화나, 자판을 내팽개치며)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그 남자랑 사귀고싶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재영이 불러와 요? 우리 둘
앉혀놓고 이모는 너희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남자를 더 사랑한다, 그
남자랑 살아야겠다. 니들은 니들끼리 살어라. 어릴 때처럼 그 얘길 하고
싶어요? 이모 항상 그랬 죠. 무슨 대단한 협박처럼.
이번엔 이 남자랑 살아야겠다. 이번엔, 이번엔... 좋아요. 가세 요. 가시면 될
거 아녜요?!
진숙 내가 가든 말든 그건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너 이 렇게 싸가
지
없이 구는 건 못 참겠어.
너는 너만 생각하고 산다고 생각하니? 나도 생각해? 내가 언 제 니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하디?
내가 너 모른 척 하는 거 만큼만 너도 나에 대해 모른 척 할 수 없어? 출세하
고
싶어?
(버럭) 해, 그럼 이 자식아! 못난 이모 남이라고 말하구, 니 집 잘 산다고
거짓말해가면서 너하고 싶은 대로 해! (속상한) 니 엄마 돌아오고 싶어도 너
무서워서 못 돌아올 거다.
그것만 알어, 나쁜 놈. (하고 나가버린다)
재호 (진숙 나가면 화나 한숨쉬고 가방을 문에 던져버린다)
$#14. 마루 + 마당
재호 방에서 가방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나면, 신자와 인숙 수돗가에서 걸레
빨 다 이구 동성으로 '이게 무슨 소리야?'하며 재호의 방 쪽 본다.
진숙 (재호 방 나와 마루에서 방 쪽 본다)
재호 (방에서 나와 진숙에게, 화난) 지금 그 말 취소하세요!
진숙 (독하게 보며) 무슨 말을 취소해?!
재호 내가 엄마 얘기하지 말랬죠! 나 버리고 간 엄마얘기 하지 말 랬죠! 싫다
구
말했죠!
진숙 (서운한) 니 엄마 그렇게 싫으면서, 니 엄마랑 닮은 나랑은 어떻게 살어,
나 미워서 이 집엔 어ㄷ게 들어와! 먹고잘 데 없어서 들어와?
인숙 (걸레 빨다, 진숙에게로 가서, 팔 끌고 수돗가로 내려오며) 언 니
말하지마, 말하지마. 말 안 되는 애랑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재호 (속상한 얼굴로 진숙 보고)
신자 (진숙에게) 니 또 쟤한메 뭐라 캤어? 지 엄마 얘기 듣기 싫 다는 애한테
또 그 소리했어? (재호에게) 니, 방에 드(들어) 가. 가방 던지고 문 부숴 먹고
쏘가지 부릴대로 다 부렸네. 드(들어)가.
재호 (진숙에게) 한번만 더 엄마 얘기하면 나보고 집 나가란 소리 로 알겠어요.
(하고 방으로 들어가며 문 쾅 닫고)
진숙 (재호에게 소리지른다) 야, 이 자식아!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미워두 니
에미야! 나쁜 놈아!
신자 (진숙에게) 에헤, 그 말 하지 말라캐두, 그년 승질 못됐네.
(하며 진숙을 끌고 가 자기방 툇마루에 앉힌다)
인숙 (옆에 앉아, 재호 방 쪽 보며) 갈수록 못 됐네, 저 자식.
신자 (인숙에게) 주둥아리 닥쳐! (진숙에게) 속상해 마. 재호 쟈가 진짜 지엄
마
싫으믄 저래 소리도 안 질러. 지도 지에미가 그 리우니까, 지에미 얘기
듣기싫은 거야. 그리운까. 지 엄마가 지 버린 거 지한테는 상천데 염장 지르는
거 아님, 말 마.
인숙 어떻게 동생얘긴데 안 해요?
신자 애 못 났는 년은 주둥아리 닥쳐.
인숙 진숙 언니두 애 안 났는데.
신자 시집 안 가 안 난 년하고 가서 못 난 년하고 같아?
얘 애 못난 거는 당연한 거고, 시집 간 니 애 못 낳는 거는 희안빠꼼한 일이지.
(진숙 보며) 고마 속상해라. 지레 늙는다, 니.
진숙 (일어나며) 들어가 잘래요.
신자 (팔 잡아 앉히고) 가만히 있어. (하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잠 시 후 소주
병 들고 나와 진숙에게 주며) 맨 정신엔 잠 안 올 기야. 나발 불고 자.
진숙 (소주병 들고) 고마워요. (하고 들어간다)
인숙 (신자보며) 아유, 노랭이 할머니가 어쩐 일로 소주를 병째로 준대?
신자 이뻐서 준다.
쟈가 내 언니라구 불러서 이뻐서 줘.
니도 내 언니라고 불러.
그라면 소주 한 병 주께.
인숙 그렇게 비굴하게는 안 살래요.
신자 니는 내를 언니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비굴해?
그래, 니 비굴하게 살지마. 혼자서 독립운동 마이 해라. 대한 독립 만세다.
(하고 방으로 들어가다) 니는 왜 안 자빠져 자?
인숙 (자랑하듯) 희진이가 안 자요. 달건씨는 자는데. 잠 안 자고 있으면 괜히
달건시 만지고 싶구 그래가지구.
신자 참, 니도 주접 억시기 싼다.
$#15. 신형의 집 거실 + 계단
혜자, 전화받으면서 이층으로 간다.
혜자 예, 예 엄마.
이 서방? 바뻐. 알았어요.
한번 내려갈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신형이 바꿔줄게.
$#16. 신형의 방
신형, 자고 있는데
혜자, 들어와 신형을 깨운다.
혜자 신형아 외할머니 전화받어.
신형 (졸린 채 일어나 전화 받고) 네 할머니. 안녕하세요. 네, 네. (웃으며)
네,
네. 교수는요, 시간 강산데... 네, 할머니. 또 뵙겠 습니다. (하고 혜자에게
전
화 주고 쓰러진다)
혜자 (전화기 손으로 막고 신형을 살짝 때리며) 안부 좀 더 묻지.
마지못해서, 받는 것처럼. (하고 전화 다시 받고) 네, 엄마. 끊 어요. 다시
전화할게요. 건강하시구요. (끊고 신형 보며) 누가 업어가두 모르게 자네. 어
쩜
하는 짓마다 지 아버진지. 그러 니까 두 부녀가 살만 디룩디룩 찌지. 아유,
미워. (하고 신형 의 엉덩이를 때리고 나간다)
$#17. 안방
혜자, 들어온다.
병국은 자고 있다.
혜자, 자리에 눕다 다시 일어나 병국의 이불을 확 들춘다.
병국 (자다 놀라 일어나며) 왜 그래?
혜자 이번 주 주말에 서산 가요.
병국 당신 혼자 다녀와. 바뻐. (하고 이불 덮고 도로 누우면)
혜자 (다시 이불 들추고)
병국 (소리친다) 왜 이래, 정말! (하고 다시 일어난다)
혜자 당신이 일이 바뻐? 바람 피는 것도 일이야? 뻔뻔스러 정말.
병국 내가 뻔뻔스러워? 당신이 독하지는 않구?
혜자 (병국을 째려본다)
병국 내가 밖으로 도는 이유가 뭔데? 근 이십 년 전 일을...
혜자 (병국의 말을 자르며) 정확히 십 칠 년 전이에요.
병국 그래. 십 칠 년 전에 그 일루,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무릎을 꿇었어.
용서해 달라, 용서하면 다신 그런 일없을 거다. 몇 번 을 말했냐구.
혜자 그래서, 내가 용서 안 해줘서 이삼년 걸러 한번씩 여자 만났 어요?
병국 (한숨쉬고 담배에 불붙이고 혜자 보며) 무슨 여잘 만났나 내 가... 술집
가
술 마시면 다 여자 만나나... 사람 숨통 좀 틔워 줘. 정말 숨이 막혀 살겠냐,
이거?
혜자 내가 당신 목을 졸랐어, 왜 숨이 막혀? (어이없이 웃으며) 설 마 설마
했었어요, 그때.
아니겠지, 아니겠지, 그렇게 믿었던 사람한테 (병국 흉내) 나 그 여자랑 잤어?
당신하고 잠자리는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 어?
병국 (혜자 보면)
혜자 (이병국씨, 나 그 때 서른 다섯이었어. 젊디젊은 그 나이에, 남편한테
그런 소리 듣고 충격 안 받을 여자가 어딨냐?
병국 (일어나 옷 입으며) 당신은 한순간 충격으로 끝났지만 난 이 십 년 피를
짜. 지겹게, 지겹게.
혜자 (병국 보다 일어나 병국을 돌려세우며) 옷은 왜 입어요?
병국 신형이한테는 출장갔다고 그래. 우리 사이 나쁜 거 신형이만 모르면
되는 거 아냐? 나도 이제는 더 이상 비위맞추면서 살 기 싫어. (하고 나가려
면)
혜자 이 밤에 어딜 가? (하고 잡으면)
병국 놔! (하고 나간다)
혜자 (기막힌 얼굴로) 이젠 대놓고!
$#18. 신형의 집 앞 + 병국의 차 안
병국, 차 문 열고 들어가 시동 걸며 문 쪽 보고,
병국 안 잡는다 이거지. 잡지 말라 이거야. (하고 운전해 간다)
$#19. 길거리
여관 간판 보인다. 병국, 차 주차시키고 답답한 얼굴로 나와 여관 간판 보는
데
짜증스럽고 한심 한 생각이 든다. 혼자 궁시렁대는
병국 어머니는 왜 돌아가셔가지구, 지금 살아 계심, 이럴 때 찾아 가고, 좀
좋아. (하며, 여관 안으로 들어가는)
$#20. 여관 프론트
병국 (들어와 창을 노크한다)
주인 (졸린 듯 나와) 누구세요?
병국 (멋쩍은) 여기 하루 얼맙니까?
$#21. 신형의 집 전경, 아침
$#22. 신형의 집, 주방
신형, 현수, 혜자, 밥 먹고 있다.
현수 (혜자 보며) 아저씨 벌써 나가셨어요?
혜자 (가만히 있다)
신형 엄마, 현수가 묻잖아. 아빠 벌써 나갔냐구?
혜자 보면 모르니? 자리에 안 계시잖아. 그럼 나가신 거지. (수저 놓고) 엄마
밥맛없다. 니들끼리 먹구 설거지 개수대에 담궈놓 고 가. (하고 나간다)
현수 (신형에게) 아저씨랑 아침에 싸우신 거 아냐?
신형 우리 엄마 아빠는 안 싸워.
현수 싸우신 거 같은데? 찬바람이 쌩쌩 불잖아.
신형 사랑싸움하신 거겠지.
현수 (장난스럽게) 아하, 사랑싸움?
신형 (장난한다) 아하, 사랑싸움.
현수 (웃으며) 우린 언제 사랑싸움해보냐?
신형 난 사랑싸움이래도 싸움은 안 하고 싶어. 사랑하면서 살기도 아까운
시간에 왜 싸우니?
현수 (굳은 얼굴로 장난스럽게) 그렇게 사세요. 싸움하지 말고 재 미없게
그렇게 사세요.
난 지지구 볶구 재미나게 살 테니까. 오케이?
신형 (웃으며, 현수 수저로 장난스레 때리려 하고)
현수 (피하며, 장난스레) 폭력을....
그렇게 재미있게 장난치는 두 사람.
$#23. 버스 안
혜자, 신형, 현수 타고 있다.
신형 엄만 어딜 가는데, 아침부터 벼슬 타?
혜자 (창 밖만 보며) 어디 안 가.
신형 지금 어디 가잖아?
혜자 (창 밖만 보며) 그냥, 버스 여행하는 거야.
현수 아줌마 너무 낭만적이다.
신형 엄마 병 또 도졌어?
현수 (신형 보면) ?
신형 (현수 보며) 우리 엄마 한 번 낭만병 도지면 감당 못한다. 밥도 빨래도
안
하셔. 그럼, 너랑 나랑 죽어나는데.
혜자 얘, 니네 여기서 내려야 되는 거 아냐?
현수 어머. 지나쳤다. 아저씨 내려주세요! (버스 서면 내리고)
신형 (내리며) 엄마 잘 가. (내리고, 차 출발한다)
$#24. 거리
신형, 현수 뛰어간다.
신형이 조금 뒤쳐져있다.
현수 (돌아보며) 언니, 빨리 뛰어. 늦겠다.
신형 (힘든) 니 눈엔 내가 기어가고 있는 걸로 보여?
현수 (뒷걸음으로 뛰듯 걸으며, 신형 보며) 어쩜 달리기를 그렇게 못하니?
신형 같이 가.
현수 (신형에게 뛰어와, 신형 손 잡으며) 알았어. 손 잡어. (잡고, 같이 뛰며,
신나게) 뛰자.
신형 (현수의 손잡고 뛰면서, 웃으며) 야, 손잡고 가니까, 우리 꼭 사귀는 거
같다.
현수 (그 말에 신형 보며, 장난치는) 아이 럽, 신형. (하고, 신형의 허리를 잡
고
안는다)
신형 (간지러운지 몸을 뒤틀며) 야, 징그러.
현수, 그런 신형 손잡으며, '징그럽긴 기분만 좋은데'하며 뛰어가고. 그렇게
웃으며 가는 신형과 현수.
$#25. 병국의 회사 앞
혜자, 한 쪽에서 빼곰이 출입구를 보고 있다. 그 때 병국의 차서고 병국,
내리면 수위 인사하고, 병국의 차 몰아 주차장으로 간다. 병국, 회사로
들어가며 옷매무새와 머리를 정리한다. 카메라 돌면
혜자 (병국 보며, 혼잣말) 어디 다친 덴 없는 거 같으네. 머린 산발을 해가지
구.
외박했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시지. 이 병국씨, 이러지 말아라, 정말 이러지
마라.
병국, 들어가는 모습 보이고.
혜자 (뒤돌아가며, 혼잣말하며, 생각 없이 주변 두리번거리며) 사는 게
이런건가. 그렇게 좋아했는데, 사랑했었는데, 애도 낳았는 데, 이렇게 남처럼
내 나이 사십만 됐어도 매달려보겠네, 이 러지 말라고 매달려 보겠네. (쓸쓸히
가고)
$#26. 재호의 학교 전경
E 학생들의 '와!' 하는 소리
$#27. 강의실
학생들 손뼉 치며 좋아한다.
신형 왜 이렇게 좋아해요?
민철 시험이 없어서요!
신형 그렇게 좋아요, 시험 없는 게?
학생들 네!
민철 교수님 절대로 마음 변하시면 안 되요.
신형 절대로 안 변해요. 난 한번 말하면 반드시 지키는 버릇이 있거든요.
시험은 없어 요. 하지만... (순간 학생들 조용해진다) 지난번 불러준 책들 중,
레포트 내라고 한 것 있죠, 그건 반 드시 내야돼요. 그걸로 성적 매길 거니까.
학생들의 실망하는 듯한 소리.
현수 (그런 신형보고 웃으며, 재호 보고)
재호 (신형을 뚫어져라 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다)
현수 (신형을 보고 웃는 재호 모습에 순간 웃음기가 가신다)
신형 수업은 끝났습니다.
민철 (벌떡 일어나) 교수님. 오늘 종강 파티 가실 거죠?
신형 난 파트너 없인 안 놀아요.
재호 (손 든다)
신형 (재호 보면) ?
재호 제가 파트너 해드리면 안 될까요?
신형 (재호의 그 말에 현수 보고)
현수 (재호 보다 창가로 고개 돌린다)
신형 (조금은 난감한)
$#28. 복도
학생들 우르르 나오고 재호, 뒤이어 나온다.
$#29. 강의실 안
신형, 칠판 지우는데 현수, 신형의 옆으로 와 선다.
신형 (칠판 지우며 현수 보며) 너두 갈 거지?
현수 (안 보고) 난 안 가. 진우랑 놀기로 했어. 떼거지같이 몰려다 니는 거
질색하는 거 알지?
신형 같이 가자.
현수 (괜히 책 넘기며) 언니, 강재호가 언니한테 관심 있는 거 같 지 않어?
신형 ? (칠판 닦으며 어이없이 웃으며) 어린애 취미 없어. 난 중후 한 사람이
좋다구. 내 나이가 중후하거든.
현수 그 생각 안 바뀌는 거지?
신형 너 걔 좋아해?
현수 아니. (신형 안 보고) 그냥 좀 놀구 있어.
신형 무슨 말이야? (하는데 현수의 핸드폰 울린다)
현수 잠깐만. (하고 핸드폰 받는다)그래, 그래. (하며 뒷문 쪽으로 간다)
신형 (그런 현수보다) 현수야! (부른다)
현수 (뒷문으로 나가며 뒤돌아 선 채 신형에게 손 흔들며) 집에서 봐 언니.
(하고 다시 전화통화한다) 화끈하게 놀자구, 좋지.
이 때 앞문으로 길진 들어온다.
길진 (신형에게) 누구 그렇게 애타게 불러?
신형 (길진 보며) 어, 형?
$#30. 길진의 교수실
신형, 다탁에서 우동 먹으며 레포트 더미에서 무언가 찾고 있다.
길진 (자기 책상에서 레포트 보고 있다, 신형보며) 뭘 그렇게 찾 냐?
신형 (길진 보지 않고 우동 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두... (하다가)
강재호, 레포트 안 썼어?
길진 (신형 보며) 왜?
신형 (여전히 뒤지며 우동 먹으며) 읽고 싶어서. 형은 과제 빨리 냈구나. 난
오늘 냈는데.
하긴... 난 몰랐으니까.
처음부터 강의를 맡았으면 미리미리 준비했을 텐데.
방학중에 레포트 걷게 생겼어.
근데 강재호 레포트는 어딨어?
길진 (레포트 하나를 손에 들고 신형에게 다가와 신형에게 준다)
신형 (길진 보며) 뭐야?
길진 재호 레포트.
신형 (무심히 받아, 진중하게 본다)
길진 (신형을 어두운 얼굴로 본다)
$#31. 캠퍼스
신형과 기진,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차 앞에서,
길진 집에 데려다 줄게. 타자.
신형 나 오늘 어디 들렀다 가야돼. 애들이 쫑파티에 춤추러 오래.
길진 니가 춤을 춰?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재밌을 거 같애.
길진 (생각없이 머리 쓸어 올리며) 내가 보면 뭐 알어. 잘 쓴 거 같애. 논제도
확실하구.
길진 (떠보듯) 걔 매력있지?
신형 매력이야, 형이 더 있지.
길진 (신형 본다)
신형 (재호 생각하며) 걔는 건방지지만 형은 매너있지, 걔는 거칠 지만 형은
부드럽지, 걔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만 형은 편하 게 해주지. 걔가 가진
열가지 하구, 형이 가진 열가지를 다 비교해도 형이 나..
길진 (쓰게 웃는다) 걔랑 나를 왜 비교하는데?
시형 (길진을 보면)
길진 (안 보고) 그런 상상을 했어. 니가 누굴 사랑하게 된다면 아 무 너두
모르는, 니 마음이 가는 걸 너두 모르는 그런 미련한 사랑을 할 거라는 생각.
왜 사랑하냐 물어두, 그 답을 찾지 못하는.
신형 무슨 뜻이야?
길진 (보고) 질투난다 그 뜻이야.
신형 (길진을 본다) ?
길진 (작게 서글픈 웃음 웃으며) 난 너한테 매순간 좋아한다고 말 하고 있다.
나중에 내가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황하지 마. 내가 질투 때문에
소리치고 화낼 때 뜬금없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타. 가는 데까지 바래다줄게.
(하고 차에 탄다)
신형 (이상하다는 듯 길진을 보고)
$#32. 달리는 길진의 차
$#33. 나이트 클럽 앞, 어둡지 않은.
길진의 차 멈춘다.
$#34. 차 안
신형 (서두는 기색이 역력하다. 두리번거리며) 책이 어딨지? (하 다) 아,
뒤에다 놨구나. 책 가져가면 잃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어떡하지?
길진 (신형을 보다) 일단 먼저 안전벨트 풀어야지. (하고 뒷좌석에 있는 책을
집어준다)
신형 이 책이 맞나? (뒤적인다. 그리고 책 세 보며) 한 권, 두 권 (갸웃하며)
책이 모두 몇 권이었지?
길진 (신형을 가만히 보다) 네 권이었어. 왜 이렇게 서둘러?
신형 그러게 말야. 늦지도 않았는데. (어색하게 웃고 나가려는데, 문이 안
열린다) 어, 문이 안 열리네?
길진 내가 잠궜어.
신형 (길진을 본다) ?
길진 (편하게) 눈 좀 감아봐, 눈밑에 뭐 묻었다.
신형 그래. (눈 감는다)
길진 (신형 입에 입술을 갖다대는)
두 사람, 그렇게 잠시 있다가.
길진 입술 떼고,
신형 보고.
신형, 눈을 떠, 길진 보다가, 창가로 고개 돌린다.
무덤덤하다.
길진 (신형의 얼굴 피하려, 차 문 따고 신형 본다)
신형 (고개 숙이고 있다)
길진 (신형에게) 화났어?
신형 (작게 웃으며) 나 첫 키스다.
길진 (신형을 본다)
신형 (고개 끄덕이며, 편하게 작은 웃음 띄우며) 키스가 이런 거구 나. 난 첫
키스는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도 않네.
챙피해서 형 얼굴 못 보겠다. 나 그냥 갈게. (하고 차에서 내 려 나이트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길진 (가는 신형보고 시동 걸다 다시 끄고 신형이 간 쪽 보며, E) 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데 신형아 넌 아무렇지가 않아? (쓰 게 웃으며 혼잣말) 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데. 이렇게... (신 형이 간 쪽에 눈길 주는)
$#35. 재호네 집, 마당
희진은 밖에 있고, 인숙은 방안에 있다.
인숙 전과 저번에도 샀는데 또 사?
희진 잊어버렸다구 했잖아요.
인숙 아빠가 너 돈 자꾸 주지 말라구 그랬어.
희진 전과 살 때도 주지 말라고 그랬어요?
인숙 (기죽은) 아니. 만화책 보구 불량식품 사먹을 때 주지 말라 그랬어.
희진 그럼, 전과 살 때는요?
인숙 (주섬주섬 돈 꺼내주며) 주라 그랬어. 여? 어.
희진 (돈을 확 뺏으며) 누가 계모 아니랄까봐 공부한다는데 전과도 안 사주구.
(하며 나가다 들어오는 신자랑 부딪힌다. 신자보 며) 할머닌 내가 안 보여?
(하고 나간다)
신자 (들어서며) 콩깍지 같은 년. 단추구녕 같은 입으로 말 하나 잘하네.
(인숙에게) 저 년 왜 쏘가지야?
인숙 전과 사달라는데 내가 돈 안 줘가지구요.
신자 그기 뭔데?
인숙 할머닌, 말해도 몰라요.
신자 내가 왜 말해도 몰라. 안 해주니까 모르지.
인숙 (심란한 표정)
신자 (인숙 방문턱에 앉으며) 니는 맨날 어째 아홉 살 난 콩깍지같 은 년한테
쥐어 살어? 세상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구 딸내 미한테는 허리가 반절은
꺾이게 굽신거리구. 왜 그렇게 사냐, 닌.
인자 희진이만 보면 자꾸 주눅이 들어요.
신자 (인숙 보다) 니 애 낳라.
인숙 (가만히 있다)
신자 니들 잠을 안 자 애가 안 생겨? 신랑이 니 안 이뻐해? 하긴 내 같애도 니
안 이쁘다.
인숙 우리 달건씨가 나 얼마나 이뻐하는데.
할머니 샘낼까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 세상에서 나만큼 사랑 받는 여자도
드물 걸요?
신자 (보면)
인숙 매일 안아주구, 매일 입맞춰주구 그래요, 뭐.
신자 매일, 매일?
인숙 그래요. 매일요.
신자 얘 또 뻥까네. 후라이치지마. 내 다 알어.
인숙 (신자 보면)
신자 남자가 매일 쪽쪽대주구 만져주는 년이 그렇게 살이 쪄? 우 리 영감이
내를 매일 만져주구 입맞춰줄 때 내 니만큼은 살 안 쪘어. 남녀가 그러는 게
얼마나 살 내리는 일인지, 니 알 아? 툭 까놓고 희진이 땜에 니들 잠도 몬 자
지?
인숙 (훌쩍인다)
신자 (인숙 보며) 왜 짜? 또 후라이 치는 기야?
인숙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예요.
달건씨랑 입맞춘 것도 두달은 더 됐나봐.
신자 불쌍하다.
인숙 그지, 할머니 나 불쌍하지?
신자 그래. 내도 우리 영감 살아있을 땐 이쁨받고 행복했었지.
근데 영감이 안 만져주니까 안 행복해. 내 니 맘 다 알아.
인숙 (금새 눈물 말라서는) 진짜 할아버지가 할머니 만졌어요?
신자 내 두 번 물음 성질나는 거 알지, 니? (사이, 떠보듯) 내 니 행복하게 살
게 해주까?
인숙 (신자 보면) ...
신자 애 배. 그리구 애 생기기 전까지 무조건 아프다 캐.
남잔 병색이 짙고 여리여리한 여자를 좋아해.
진숙이 갸 봐. 얼굴은 썩었어도 몸이 야리야리하지?
그러니까 남자들이 호리호리 당하는 기야.
인숙 (반색) 정말 아프다 그러면 달건씨가 지금보다 잘해줄까요?
$#36. 카페
석구, 재영 얘기하고 있다.
재영 (벌떡 일어나며) 여자를 돈주구 사?
석구 (머리 긁적이며, 심통 난 듯) 그래. 돈주구 샀다.
재영 드러워. (커피 석구의 얼굴에 끼얹고 나간다)
$#37. 카페 밖
재영 가고있고 석구, 따라와 재영의 손 잡는다.
재영 (석구 째려보며) 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난 거짓말하기 싫은데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오빠 보구 그랬 는데. 나만
사랑한다며? 그거 거짓말이었어? 아무 여자랑 입 맞추고 잘 수 있어?
석구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부러 소리치는) 재호가 너 만나지 말 래잖아!
진숙이 이모두 너 만나지 말래.
근데 날더러 어떡하라구!
나는 너 사랑한다구, 사랑한다구 목이 쉬게 말했는데 넌 나 무시하구,
푼수라구 욕하구, 썩박이라구 부르구...
재영 (맘몰라 주는 게 서운하다) 내가 언제 오빠를 썩박이라구 불 렀어?
푼수라고 한 적은 있어도 썩박이라고 한 적은 없어.
재호 오빠가, 아니 다른 사람들이 썩박이라고 불러도 난 그렇 게 부른 적 없어.
오빠가 썩박이라고 부르는 소리 듣기 싫은 거 만큼 나도 남 들이 오빠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듣기 싫어.
석구 톡 까놓고 얘기하자.
너 나 좋아해?
아니지. 나 너 좋아해.
입맞추고 싶어. 안고 싶다구.
동네 골목에서 내가 너 기다리고 니가 나 기다리고 오분, 십 분 보고 또 며칠
씩
말못하고 화장실 앞에서 만나도 휴지 있 어? 남처럼 말하고, 난 그거 싫어.
본격적으로 만나고 싶다구.
재영 (소리친다) 우리 오빠 눈치 보느라 그러지 못하는 거 잘 알잖 아.
석구 그럼 미팅이라두 하지마.
재영 오빠가 하라 그런단 말야.
석구 넌 나보다 이모나 재호가 천 배 만 배 중요하지? 알았어. (하 고 돌아서
가려면)
재영 어디 가?
석구 미선이 만나러 가. 나 같은 놈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미선이 밖에 더
있겠냐?
재영 (서운해서, 부들부들 떠는) 정말이야?
석구 (소리친다) 정말이야!
$#38. 나이트 클럽 전경, 밤
시끄러운 음악소리.
$#39. 나이트 클럽 안 + 스테이지
재호,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춤추고 있다.
신형, 테이블에서 그런 재호 본다.
그때, 출입구 쪽에서 현수, 안으로 들어와 둘러보다가 신형을 발견하고
그리로 가서는 어깨를 툭 친다.
신형 (앉아서 돌아보면 현수 서있다) 어떻게 왔어?
현수 (신형 옆에 앉으며) 강재호가 춤추자고 안 해?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진우하고 논다며, 어떻게 왔어?
현수 재미없어서. 여기 오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왔지. (하고 신형 데리고
스테이지로 나간다. 이 때 음악이 블루스 곡으로 바뀐 다)
신형 (현수에게 잡힌 손 빼며) 추지 말자.
현수 (신형 끌며) 나와.
신형과 현수 둘이 두 손을 맞잡고 블루스 (나인 하프 위크에 나오는 재즈 풍
의
테마곡이었음 좋겠음)를 춘다.
신형이 어색하고, 현수 여유 있게 웃으면서.
재호, 자기 자리로 가서 담배 피워 물다가, 사람들 '와우!'하는 환호성 소리에
고개 들어 스테이지 보면.
스테이지에서 신형과 현수만 남아, 제법 블루스를 야하게 춘다.
신형(부끄러운 듯), 현수(능숙하게), 서로 재밌어 하면서.
재호, 그런 두 사람 보며 재밌다는 듯 웃고 계속 두 사람 춤추는 모습 보면서,
술 마신다.
$#40. 나이트 클럽 테이블
신형, 제 가방과 현수의 가방을 챙기고 있다.
현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고 나간다.
카메라 옮겨가면 재호, 가방을 챙기는 척하며,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현수가 자리를 비우 자, 신형에게로 간다.
재호 이 교수님?
신형 (보며, 조금은 당황한) 어?
재호 저랑 차 한잔 하실래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 현수 화장실 쪽에서 나와 그런 두 사람을 본다.
재호 길 건너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신형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재호 (현수 쪽으로 가서는, 웃으며) 낼 보자. (하고, 가고)
현수 (가는 재호, 달갑잖게 보는데)
재호 (문쪽으로 걸어가며 야비한 웃음을 짓는)
$#41. 나이트 클럽 앞
신형과 학생들 우르르 나온다.
현수도 같이 나온다.
학생들 (신형에게) 교수님 안녕히 가세요.
현수 (신형에게) 가자.
신형 어, 누구 만날 사람이 잇어.
현수 누구? 강재호?
신형 (난감하다) 그게...
현수 (대수롭지 않게) 놀다 와.
(농처럼) 근데, 언니, 놀다만 와.
언니가 돈 내지 말고, 사 달래서 먹구. (뒷걸음치며, 손 흔들 고) 안녕. (하고,
돌아서 가는데, 왠지 씁쓸하다)
$#42. 카페 안
신형, 커피 마시고,
재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재호 (술잔 내려놓고, 신형보고 어색하며) 오늘은 차두고 갈게, 걱 정말아요.
신형 아까 약속했잖아. 할 얘기 해.
재호 (술 마시고, 가만 술병을 바로 보다, 신형 보고, 웃으며) 내가 얼마나
거짓말쟁인 줄 모르죠?
신형 ?
재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비밀 한가지 말할게요.
신형 ...안 할게.
재호 정말이죠?
신형 (고개 끄덕이고)
재호 내가 우리 아버지 교수고, 우리 엄마 아주 착한 가정주부라고 했던 말
기억해요?
신형 (고개 끄덕이고)
재호 우리 아버지가요, 교순 거는 맞거든요. 그런데요, 우리 엄마는 요...
신형 (관찰하듯 보며) 엄마는?
재호 (신형 보고, 멋쩍게 웃으며) 죽었어요.
신형 ?...
재호 (신형 안 보고) 내 행동, 버릇 없다구, 오해 말래요. (서글픈 척하는) 난
교수님 보면 왜니 젊을 때, 우리 엄마 행복했을 때... 웃는 모습이...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순간 엄마 생각에 술잔을 드는 손이 다 떨린다, 술잔 내려놓고
창가 보는) ...
신형 (재호 보는데, 맘이 아파 오는 것 같다, 짐짓 숨기려 차를 마 시고
외면한다, 그것도 잘 안돼, 다시 저도 모르게 고개가 재 호 쪽으로 가고)
재호 (신형과 반대편 쪽으로 고개 틀고 생각하는)
그렇게 앉아있는 두 사람 한 컷 보여주고.
$#43. 카페 밖, 도로
신형, 취한 듯 조금 휘청이는 재호의 팔을 잡고서 도로 쪽을 보며,
신형 잠깐만 잠깐만... (혼잣말) 모범밖엔 안 보이네. 내가 가야 빨 리 갈 텐
데.
..
재호, 문득 고개 들어, 하늘 보다가 신형(재호 안 보는)을 보고, 술 취한 듯
머
리를 쓸어 올리다 휘청하고,
신형, 얼결에 재호를 넘어지지 못하게 안는다.
신형, 놀라 재호에게서 떨어진다.
재호, 그런 신형 보며 술 취한 기운에도 웃는다.
그때, 택시 서고.
재호, 그 택시 타고.
신형, 돌아서 가고.
카메라 택시, 뒷유리문 비추면,
재호, 신형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44. 길진의 집, 오피스텔 계단
길진, 서둘러 뛰어내려가는.
$#45. 오피스텔 앞
길진, 나와 두리번 거리면,
한쪽에 팔짱끼고 생각하고 있던 신형,
길진 보고.
신형 형, 나야.
길진 (신형 본다)
$#46. 길거리 공중 전화
재호, 전화한다.
현수E 여보세요.
재호 재호다. 잘 들어갔구나.
현수E 물론.
재호 이 교수님 들어가셨니?
$#47. 거실
현수, 한 손에 책 들고 전화 받고 있다.
현수 (기분 별로 안 좋은) 신형 언니? 아직.
재호E 내가 배웅을 못 해드려서... 그럼, 낼 보자.
현수 ...그래. (전화 끊고, 책 보는데, 책이 안 읽힌다, 재호 생각하 는)
$#48. 공중전화 박스 안
재호, 입가에 쓴웃음 짓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서있다.
$#49. 길진의 집, 거실
길진, 신형 차 마시는.
길진 말해, 할 말 있다며?
신형 (어렵게) 형이.. 나 좋아하는 거 부담스러워.
길진 (짐짓 차 마시며, 편하게) 입맞춰서?
신형 (길진 보면)
길진 니가 부담스러워하면... 아무 짓도 안 할게. 옆엔 있어두 되지, 예전처럼.
신형 (미안하다) 예전처럼이면.
길진 (맘 아프다) 그럼... 예전처럼... 하지 뭐. (작게 웃다, 이내 웃 음 가신
얼굴로 차 마시는 신형보고)
$#50. 신형의 집 앞
길진, 신형 바래다 준다.
길진 들어가라. (하고 돌아서려면)
신형 형.
길진 (신형을 본다)
신형 나 들어가는 거 안 봐?
길진 내가 너 보는 거, 기다리는 거 조차 부담스러워 할까봐, 안 할래. (하고
돌아서 간다)
신형 (가는 길진 본다, 미안한)
$#51. 시장 전경, 아침
$#52. 냉동 창고, 앞
재호, 석구 냉동 창고에서 게짝을 나르는 중이다.
재호 (기분 좋게) 세 짝! 네 짝! (하며 석구에게 주고)
석구 (시큰둥하게 재호에게서 게짝 받아 트럭에 싣고 있다)
그 때 장고, 재호와 석구 옆을 지나간다.
장고 경매도 없는데 돈 잘 버네?
재호 (웃으며) 성실히 일하니까.
석구 (여전히 시큰둥하게 일하고 잇다)
장고 (재호에게) 니네 상권 우리한테 넘기지, 공부하기도 힘들 텐 데.
재호 (장고에게) 형네꺼 우리한테 넘겨. 내가 프리미엄 곱으로 쳐 서 인수할게.
장고 건방진 새끼. (하고 간다)
재호 (가는 장고 보며 게짝 석구에게 주는데 안 받는다) 왜 안 받 어?
석구 열다섯짝 다 채웠어.
재호 아, 벌써 그렇게 됐니? 겨울이래도 일하니까 땀이 다 난다. (담배에
불붙이고 석구에게 담배 주며) 기분 안 좋아?
석구 (담배 받지 않고) 너 같으면 좋겠냐?
재호 (보면)
석구 나랑 재영이랑 진짜 안 되겠냐?
재호 (담배 피우며) 너랑 그 일로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석구 무시하겠다 이거냐?
재호 오늘 장사나 잘해.
석구 (게짝 던지며 소리지른다) 니가 해, 이 새끼야! 내가 니가 시 키면 시키
는
대로하는 꼭두각시처럼 보여? 친구? 말이 좋아 친구지, 새끼. (하고 간다)
재호 (석구 잡으며) 석구야! 우리 싸우지 말자.
석구 (마음 아프다. 한숨쉬며 재호 보고) 나두 너랑 싸우고 싶지 않어. 난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 아버지 빼고 니가 제일 좋 아. 니가 나 일거리 주고 돈
줘서? 아니야. 친구니까. 그런데 내가 널 그렇게 좋아하는데 너보다 (손으로
한 뼘 만 들어 보이며) 한 뼘 정도 말이다, 한 뼘 정도 재영이가 더 좋 아.
그러면 내가 재영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지?
나 울고 싶다. 장사 니가 해. 나, 갈게. (하고 가고)
재호 (안쓰럽게 가는 석구 본다)
$#53. 시장 한켠
석구, 쭈그리고 앉아 담배 피는데 장고 온다.
장고, 석구 옆에 앉는다.
장고 석구야. 나 너한테 안 좋은 소리 좀 해야되겠다.
석구 (심드렁) 무슨 말인데?
장고 진성 아줌마가 니네랑 거래 끊고 나랑 거래하고 싶댄다.
석구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장고 다른 집 전부 다 그런다는 말이 아니구 진성, 하나. 그 아줌마가 나랑
거래 안 하면 정씨 아저씨 있지?
석구 (보면) ?!
장고 삼청 교육대에서 자기만 살아 남았다구 학질 걸리게 하는 아 저씨
있잖아.
석구 (무섭다) 그 아저씨 뭐?
장고 그 아저씨한테 물건을 받겠대.
석구 그럼 안되지!
장고 물론 그럼 안 되지. 그 아저씨가 신길동에 들어가 봐라.
신길동 전부 그 아저씨 꺼 되는 거야. 그러면 재호도 감당 못 한다.
석구 (벌떡 일어나 가려는 듯) 큰일 났네.
장고 (잡으며) 재호한테 가냐?
석구 말해야지.
장고 (석구 잡으며) 분란 만들지 말어. 재호가 알아봐라. 너만 죽어 나. 상가
관리 못했다구.
너랑 나랑 알구 끝내자. 진성만 나한테 줘. 거기서 니들 한달 에 벌어야, 기껏
몇십만원인데.
석구 (도로 앉으며) 그래 그게 낫겠다.
형하구 나하구 딱 둘이만 아는 거다.
생각하니까 오줌 마렵네. (하며 다시 일어나 간다)
장고 (가는 석구 보며) 썩박. 니네 상권 내가 싹 다 먹을 거다, 이 자식아.
(하
고 야비한 웃음 웃는다)
$#54. 상가 어느 가게 앞
주인과 재호 나오며,
주인 (웃으며) 게 좋다.
재호 (기분 좋게 웃으며) 게 좋지? 내가 누나네꺼 특별히 좋은 거 준거야.
주인 괜한 소리하네.
재호 괜한 소리 아니에요.
주인 내일도 니가 올 거니?
재호 아뇨. 석구가요.
주인 난 석구 싫더라.
재호 (웃으며) 좋은 놈이에요. 난 걔 없으면 못 살어요. 가요. (하 고 트럭 타
고
가고)
$355. 학교 건물 계단
재호,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책들고 뛰어 올라간다.
$#56. 도서관 안
재호, 도서 목록 보고 있다. 그 중 세 개 뽑아 사서 앞으로 간다.
사서 (목록 보고, 재호 보고) 한 번에 한권밖에 대출 안 되는데요.
재호 (웃으며) 세 시간 안에 다 보겠습니다.
사서 (웃으며) 책 가지러 간다)
재호 (기분 좋고)
$#57. 구내 서점
현수, 책 골라 보고 있는데 누가 책 뺏는다. 현수, 고개 들어보면 진우, 서 있
다.
현수 (다시 책 빼앗아 보면서) 방학인데 왜 나왔어?
진우 너 찾으려구. 집에 전화해도 없구, 핸드폰도 안 받구. 혹시나 해서 왔어.
오늘 스키장 가자.
현수 (진우 보지 않고) 재호 만나기로 했어.
진우 (기분 상한다) 걔 니 조건보고 좋아하는 애야. 진실성이 없는 애라구.
현수 (여전히 책보며) 알어. (진우보고) 진우야, 한 가지 묻자, 넌 내 조건 어
때?
진우 ?
현수 너두 좋지? 너두 좋으면서, 재홀 왜 속물 취급해?
그러지마. 너나 걔나 내 눈엔 다 우습게 보여.
아니다. 차라리 솔직한 재호가 낫지. (책 덮고, 가고)
진우 (찜찜한)
$#58. 도서관
현수, 들어와 재호 보이면 재호 지켜보다가 다가가, 재호의 어깨 잡는다.
재호, 돌아보고
$#59. 갤러리
현수, 재호 그림 구경한다. 현수, 그러다 재호를 빤히 본다.
재호 왜 사람을 그렇게 뻔히 봐?
현수 너한테 상의할 게 있어
재호 나한테?
현수 (재호 안 보려, 그림 보며) 아주, 재수없는 놈이 있어.
잘난 것도 아닌데, 잘난 척 하고, 조건보고 여자 따라 다니고.
재호 (현수 보는) ?!
현수 (여전히 그림만 보며) 걘 아주 능수능란해. 사람마음을 제 뜻 대로 갖고
놀지. 평판도 안 좋아. 모두, 걔가 진실하지 못하다 고 멀리하라고들 해.
재호 (제 얘기 같아, 기분 상한) ... 그래서?!
현수 (여전히 그림만 보며) 그래서? 그래선 없어. 다만 좀 이상하 다는 거야.
(그림만 보며) 뭐가 이상하냐구? 난 말이야... 걔가 그런 줄 알면서도... 뻔히
알면서두... 왠지 걔가 싫지가 않아.
재호 !
현수 강재호, 이런 마음이 (재호보며) 뭐니?
그런 현수의 얼굴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