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만해대상 시상식] 문예대상 -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수상자로 통보를 받고 나서 만해 한용운을 벼락치기했어요. 만해가 누구인지 몰라 책도 읽고 시도 찾아 보았습니다. 그분의 철학이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이라 깜짝 놀랐어요.”
2021년 만해문예대상 수상자 강수진(54)은 고교 1학년 때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 2014년 국립발레단장으로 귀국할 때까지 독일(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등 해외에서 살았다. 강수진은 “공부해 보니 생명, 평화, 사랑이 만해의 정신”이라며 “힘든 코로나 시대에 발레 공연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을 즐기면서 뭐 하나에라도 푹 빠져 산다면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 것”이라고도 했다.
2021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2021년 7월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국립발레단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강수진은 지난달 국립발레단장실에서 인터뷰하는 동안 “크고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심사위원회는 강수진 또한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무용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는 등 한국 발레리나 최초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국립발레단장(임기 3년)으로 3연임을 할 만큼 예술감독 겸 행정가로도 수완을 증명했다. 대중은 끝없는 연습으로 생긴 그녀의 ‘세상에서 가장 못난 발’ 사진으로 삶에 자극을 받았다.
“오늘의 강수진은 노력과 행운의 합작품입니다. 제가 보기엔 늘 부족하고 갈 길이 멀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초 공사를 하고 쌓아가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발레도 알면 알수록 끝이 없고 책임감이 더 커져요.”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강수진이 평소 무용수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기본과 상식을 지키자’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MZ세대에게도 예의, 존중, 배려는 기본입니다. 발레도 똑같아요. 무릎을 구부리는 플리에(plié)와 바닥을 쓸어 미는 탕뒤(tendu) 동작이 기본입니다. 기초가 튼튼하면 힘들 때도 안 흔들리고 안 무너져요.”
발레는 남녀가 협업하는 예술이다. 강수진은 “수많은 파트너를 겪어 보니 ‘그냥 파트너’와 ‘OK 파트너’ ‘베스트 파트너’로 나뉜다”며 “베스트 파트너는 발레 실력도 최고지만 인격도 훌륭해서 상대방과 심신의 조화를 제대로 이루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내가 남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면 나도 베스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높아져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수진은 “발레는 숨을 쉬는 것”이라며 “만해상 수상이 나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은퇴 공연 '오네긴'을 마치고 커튼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