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압 파쇄으로 몸살앓는 북미... 규모 5.1 강진까지 발생
"트럭이 집 치는 듯한 진동"... 보험사들 지진보상 손 떼
LNG 수출 위해 생산량 2배로... 주민 반대에도 시추 강행
BC주의 셰일가스 시추 증가로 지진 발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텍사스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압 파쇄(fracking)로 인한 지진 문제가 북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BC주와 앨버타주에 걸쳐 있는 몬트니 지역에서 2024년 규모 3.0 이상 지진이 34건 발생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1년 연간 60건이었던 지진 발생은 2024년 160건으로 급증했다.
수압 파쇄는 지하 깊이 수직으로 구멍을 뚫은 뒤 최대 4km까지 수평으로 시추하고, 물, 모래, 화학물질을 고압으로 주입해 암석을 쪼개 가스나 석유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지층의 단층을 건드릴 경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BC주 파밍턴 지역에서는 다국적 에너지기업 오빈티브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월 9일부터 24개의 새로운 시추공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지진 발생 위험이 매우 낮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실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미 기존 시추 작업으로 인한 지진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대형 트럭이 집을 들이받는 것 같은 진동과 함께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2023년 6월부터 해당 지역 주택의 지진 보험 적용을 제외하기 시작했다.
BC주의 지진 증가는 키티맷에 건설된 LNG 터미널과 관련이 있다. 터미널은 하루 2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수출할 예정이며, 향후 20년간 몬트니 지역의 가스 생산량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텍사스주에서도 수압 파쇄으로 인한 지진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스나이더 지역에서는 일주일 동안 6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가장 강력했던 규모 5.1의 지진으로 건물 벽과 보도, 기초에 균열이 생겼으며 시 상수도관 파손됐다.
텍사스대학교 지진관측소는 주 전역에 200개의 감지기를 설치해 석유 채굴 지역의 지진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업계는 수압 파쇄와 지진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최근 5년 사이 이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드랜드 지역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시추가 이뤄지고 있다. 주차장과 쇼핑몰 옆에 시추 장비가 설치됐으며, 수평 시추공이 도시 지하 수 킬로미터까지 뻗어있다.
BC주 에너지 규제당국은 몬트니 지역에 35개의 지진계를 설치하고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시추 작업을 중단하고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진학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작은 지진 없이 곧바로 규모 4나 5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에는 규모 4.6 지진으로 피스강의 사이트C 댐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진학자들은 댐과 같은 주요 기반시설 주변에 더 넓은 수압 파쇄 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업계와 정부가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