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아름답게 다듬어 멋진 보석으로 거듭나는 삶을 살자
사람들 마음이 제일 잘 변해
상징적 말이 바로 ‘조삼모사’
결혼때 ‘사랑 변하지 말자’며
다이아몬드반지 예물 주기도
20세기까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뀐 것이다.
말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한 변화이긴 하지만
이것으로 파생되는 많은 삶의 형태들이 함께 변화를 일으킬 것이니 남달랐을 것이다.
그때 유행한 덕담으로는 ‘변해야 산다’는 내용이 많았다.
나도 이를 주제로 글을 쓰고 강연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머리로 했을 뿐 지금처럼 실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변화를 예견하기도 어려웠지만
이렇게 빨리 삶의 형식이나 질이 급격하게 바뀔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세상에 가장 실감하기 쉬운 변화는 무엇일까?
변하기로 말하면 사람도 변하고 자연도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단순하게 묻고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사람 마음만큼 잘 변하고 많이 변하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이러니 이에 따라 오는 사람들의 삶이
마음과 함께 변화무쌍하지 않을 수 없다.
하도 사람의 변화가 심해서 그럴까?
우리들이 결혼할 때 결혼 서약이라는 것을 한다.
내용은 변치 말자는 뜻인데
이 변치 말자는 서약은 예식장을 나오는 순간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람 마음이 잘 변한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이다.
사람들 마음이 잘 변한다는 상징적인 말로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이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다.
근원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하여 여러 마리를 길렀다.
저공은 원숭이들의 뜻을 알 수 있었으며,
원숭이들 역시 저공의 마음을 알았다.
저공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 원숭이의 욕구를 채워줬다.
얼마 후 그 먹이가 떨어질 것으로 보여 양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원숭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 뻔해 속임수를 쓰기로 한 것이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세개를 주고 저녁에 네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다 들고 일어나서 화를 냈다.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네개를 주고 저녁에 세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여러 원숭이가 엎드려 절하며 기뻐했다.
조삼모사와 비슷한 말로
‘겉 다르고 속 다르다’ ‘면종복배(面從腹背)’
이런 말들도 있는데 유사한 말들을 찾자면 수도 없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것이 마음의 속성이니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인들 조삼모사가 아니겠는가.
이 점을 알아서 그런지 결혼할 때
예물로 다이아몬드반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은 조삼모사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보석이라고 생각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이아몬드는 10억∼33억년 전 해저나 지표면의 퇴적물 또는 현무암이 판운동에 의해
지하 깊숙한 곳으로 섭입된 후 퇴적물에 포함됐던
탄소성분이 고온·고압을 받게 되면 형성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이아몬드라고 부르게 된 유래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장인들은 처음엔 다이아몬드(Diamond)를 보고 크게 황당했다.
“길들일 수가 없다(I cannot tame).” 도무지 다룰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래서 ‘길들일 수 없는(Untamable)’ 또는 ‘무적의(Invincible)’라는 뜻을 가진
‘아다마스(Adamas)’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들어오면서 다이아몬드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는 이렇게 긴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다이아몬드가
변치 않는 보석의 상징이 돼 우리들의 결혼도
이 보석처럼 변하지 말자는 뜻을 담아 예물로 교환하지 않았을까 싶다.
길들일 수 없는 것이지만 길 세월을 거쳐
서로 아름답게 다듬어 멋진 보석으로 거듭 나는 삶을 사는 것이 결혼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