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고래를 꿈꾸다 외 1편
박용숙
고래가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에는 널려있다지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오늘도 홈쇼핑 최저가 핸드폰 결제
그래도, 태평양 가슴에 품으니
이까짓 편의점 아르바이트 서너 개쯤이야
하루 세끼 삼각김밥도 견딜 수 있어
바다 한가운데 은빛으로 빛나는 내 모습
날치 꽁치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아
노는 물도 당연 다르지
옥션의 경매 정보나 쿠팡의 쿠폰도 팡팡 쌓이고
광고판도 뼈대 있는 내 이름 석 자로 빛나고 있지
이제는 겪을 일 없는 풍파
신의 가호란 말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 이놈 똥 뺄 것도 없겠네
달랑 소주 한 병으로 나를 깨운 거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저 아줌마는 모를 거야
내가 어떤 세상 꿈꾸는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술고래 말고
푸른 물결 헤쳐나가는 대왕고래
가슴에 산다는 걸
정말, 고래가 될 수 있을까?
안전불감증
박용숙
책도 눈꺼풀 무거워져
낮잠 청하는 나른한 오후
도서관 화재경보기 요란하게 울어댄다
오작동 감지기 갈아 끼우는데
요놈, 심심해 울었을 리 만무한데
졸고 있는 열람실 잠 깨우고 싶었을까?
책상머리 손가락만 까딱이는 내가 얄미워
훈련이라도 시킨 걸까?
기특하게도 이승과 저승 사이
출입문 저절로 열리는데
단 한 명도 꿈쩍 않는다
어느새 중년의 몸이 보내오는 신호
무시한 채 낮과 밤으로 끌고 다닌 불감증
뒤따라오며 궁시렁댄다
피차일반, 피차일반
그래, 이유 없이 울고 싶을 때 있지
그냥, 안부 전하고 싶을 때 있지.
박용숙 약력
2023년 애지신인문학상 등단
pyss7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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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숙의 멸치, 고래를 꿈꾸다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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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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