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의 삼성바이오 사태 보도를 보면 KBS의 수준을 알 수 있다 ⓵
통진당 출신의 인사를 마치 순수한 청년인 것처럼 방송해 “김정은은 겸손하고 능력있는 지도자, 김정은의 열렬한 팬”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던 논란의 방송, ‘오늘밤 김제동’. KBS의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 12월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사건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親與인사인 ‘김제동’ 개인의 편향성과 능력 부족 문제 외에도, 프로그램 제작진 전체의 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문제라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자인 김제동 씨는 기본적인 공부도 하지 않은 채 이날 방송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이 사안을 공정하게 다룰 기본적인 형식도 갖추지 않았다. 上場유지 결정에 대해 논평한 KBS 최 모 기자부터, 反재벌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출연진 모두가 ‘삼성바이오’를 부도덕한 회계 조작 기업으로 몰아갔다. 반대 측 의견을 전할 출연진은 없었다. 인터뷰로도 담아내지 않았다.
진행자인 김제동 씨가 삼성 측 입장을 대변한다며, 한두 가지 질문을 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예능인이 상대방의 허접한 논리와 사실왜곡을 지적하기에는 事前 공부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이날 방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어권은 지켜지지 못했다. 김제동은 진행 중 스스로도 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질문하는 것이 멋쩍었는지, “예능인이 지금 왜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는 예능인이 있어야 할 자리와 아닌 자리를 구분했어야 했다. 적어도 KBS라는 조직의 수많은 아나운서를 제치고, 11시 뉴스를 대신해 편성한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결정되어 연봉 7억을 챙겨갈 기회를 얻었으면, 적어도 ‘분식회계’가 무엇인지, 삼성바이오 사태가 과거 분식회계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어떤 회계처리를 두고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가 맞서고 있는 것인지 등 사전에 經濟紙라도 챙겨보는 성실함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사회자가 이 事案을 다룰 능력이 안된다면, 적어도 삼성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패널은 출연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논쟁이 첨예한 사안을 다루는 공영방송의 공정함은 이날 방송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근혜 정권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인가?
‘오늘밤 김제동’은 『‘삼바’ 상장유지, 왜?』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한다. 연도별로 사건을 정리한 화면을 차례대로 내보내는데, 맨 처음 ‘2016년 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청문회’ 장면을 보여준다.
안민석 의원, “(독대했을 때)대통령이 무슨 말을 핵심적으로 하던가요?”
이재용 부회장,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관한 활동을 더 열심히 해달라는 말씀을 제일 처음에 하셨구요..”
‘삼성바이오’라는 회사가 마치 박근혜 정부의 특혜와 비호 하에 성장한 것처럼 만들어가는 프레임이다. 출발 자체가 엉터리다. 삼성바이오는, 2007년 이건희 휘장이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돈을 얼마를 쓰든 제 2의 삼성전자를 찾아라”라는 특명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합한 시장보다 더 큰 1조1천억 달러(2016년 기준)의 시장인 ‘글로벌 제약시장’을 삼성이 미래의 ‘먹거리’로 선택해 만든 기업이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와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소설이다.
방송은 2011년 삼성바이오 설립부터의 역사를 정리한다.
2011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삼성이 오늘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의약품 생산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2011 삼성바이오로직스, 의약품 위탁생산
2014 삼바, 4년 연속 적자 기록
2015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015 제일모직은 삼바의 최대주주
2015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
2015 회계처리 방식 변경
(배경화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나란히 선 모습)
2015 1조9천억원 흑자로 전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 “바이오 산업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주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2016 삼바 코스피 상장
2016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해 박 전 대통령, 합병 도왔나’ 의혹 제기
2018.2 이재용의 2심 판결 “승계 위한 묵시적 청탁 없었다”
2018.8 ‘박근혜의 2심 판결’ “승계 위한 묵시적 청탁 있었다” ⇒ 엇갈린 사법부의 판단
2018.11 증권선물위원회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론
2018.11 삼바 주식 거래 중지, 대표 해임 등 건의
2018.11 삼바 측 반박 “회계처리 적법했다” 행정 소송 제기
2018. 12 거래정지 20일 후 한국거래소, “삼바 상장 유지”
2018. 12 삼바 주식거래 재개
화면으로 구성한 삼성바이오 관련 내용들은 거의 소설 수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의 모종의 거래와 특혜가 있었던 것을 전제로 하면서, 4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한 것 자체가 특혜였고, 이 모든 것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적자였던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상장이 특혜?
KBS의 이런 프레임은 그동안 참여연대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이 주장해온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내온 것은 맞다. 지금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다. 그런데 코스피 상장시 13만 6천원이었던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현재 약 37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만년 赤字 기업에 베팅하는 바보들이어서 이렇게 주가를 끌어올린 것인가?
製藥산업의 특징에 대해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무지한 듯 보인다. 제약 산업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초기에 어머어마한 R&D자금이 투입된다. 제약 기업이 설립하자마자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 십수년에 걸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자금 투입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兆 단위의 투자를 하고도 ‘매출 0’의 혹독한 시련을 견딜 수 있는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도 그런 진입 장벽이 높은 제약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초반의 적자는 제약기업이 걸어가는 당연한 코스일 뿐이다. 기존 제약회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일을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약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신약개발을 하겠다는 것이 삼바의 기본 전략이다. 다행히 2015년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약이 한국과 유럽 판매승인을 얻으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적자 기업인 삼성바이오의 株價가 계속 오르는 것도 투자자들이 이 기업의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를 더 크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지식도 없이 방송을 제작하다보니, ‘적자’인 현상만 보고, 부실한 기업이 특혜 속에 코스피에 상장된 것으로 생각하는 無知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上場은 특혜가 아니라, 우수기업을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유치하려는 금융당국의 ‘모셔오기’ 행정의 결과다.
삼성바이오는 원래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은 적자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어 기업의 과거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스닥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요시하기에 상장 희망 기업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지 여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上場 당시 적자일 수 밖에 없는 삼성바이로로서는 나스닥 상장이 합리적 선택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매달렸다. ‘시가총액 6000억, 자본금 2000억’ 이상이면 ‘대형 성장유망기업’으로 분류해 상장이 가능토록 조치했다. 이것이 밀실에서 이루어진 특혜였는가? 2017년 2월 16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가급적이면 국내 시장에 상장해 달라, 그래야 우리 자본시장이 풍부해지고, 유망한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느냐고..”라고 증언했다. 금융당국의 유치 노력의 결과 ‘삼성바이오’의 미래가치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현재 좋은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은 모든 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 놓고 움직이는 전지전능한 기업?
‘오늘밤 김제동’은 삼성바이오 사태의 사건경과를 편향된 시각에서 브리핑한 이후,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 재개’ 결정에 대해 다룬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KBS 최 모 기자는 ‘거래 재개’ 결정을 내린 한국거래소가 마치 삼성의 손아귀에서 움직여진 집단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 근거가 ‘이랬을 것이다’하는 추측 뿐이다.
‘그동안 16개사가 심사 대상이 됐는데 한번도 상장폐지가 된 적이 없다’고 한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의 말을 근거로 금융당국이 ‘거래재개’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추측했다.
이어 한국거래소 내 ‘기업심사위원회’의 위원 풀(Pool)이 15명 밖에 안되는데 대부분 유명한 변호사 및 회계사들이고 김&장 출신도 있다며, ‘삼성이 이 사람들을 몰랐을 리 없다, 그 이전부터 접촉하면서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한 작업을 분명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재들은 모두 삼성의 ‘관리’하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최 기자는 “다 친구들일 것 같아요, 어젯밤에 술한잔 했다고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는, 다 이너서클에 있는 분들이거든요, 상당히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삼성이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대한민국=삼성공화국’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한 논평이었다.
*‘분식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드러나는 KBS 기자의 논평
그러면서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 재개 결정은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지극히 부당한 결정이라고 강변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재개되는 데 1년 3개월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減資도 하고, 자기자본 비율도 높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상장을 다시하게 된 것인데, 삼성바이오는 뭘 했냐는 것이다. 같은 소액주주인데 왜 차별받아야 하냐고도 했다.
최 기자의 이 리포트를 보고 있으면 ‘분식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약 5조5천억원의 영업손실 누락 등으로 ‘분식회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하고 대출을 해줬던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입었다.
재무상태의 부실함을 숨기기 위해 매출, 부채, 현금자산, 영업이익 등의 지표를 조작하는 것이 분식회계다. 삼성바이오는 이런 지표를 건드린 사실이 없다. 단지 2015년 12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에 따른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처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두고 현재 금융당국과 다투는 중이다. 과거 분식회계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기업인데도 株價는 곤두박질치기는 커녕 오히려 계속 오르는 것이다.
최 기자의 이런 보도는 ‘분식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삼성’에 대한 편견 탓일까. 이 방송 전반에서 나타나는 사실 왜곡을 보면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듯하다.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