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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2월 10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갤러리 전경, 낮
$#2. 갤러리 안
4부 엔딩에서 이어지는,
현수 (그림만 보며) 조건 따라 여자 따라다니고, 걘 아주 능수 능 란해.
사람마음을 제 뜻대로 갖고 놀지. 평판도 안 좋아.
모두, 걔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멀리하라고들 해.
재호 (제 얘기 같아, 기분 상한) ... 그래서?!
현수 (여전히 그림만 보며) 그래서? 그래선 없어.
다만 좀 이상하다는 거야.
(그림만 보며) 뭐가 이상하냐구?
난 말이야...
걔가 그런 줄 알면서도... 뻔히 알면서두...
왠지 걔가 싫지가 않아. (4부에선 보았어도, 지금은 재호 보 지 말 것) 강재
호,
이런 마음이 뭐니?
재호 !
현수 (그림을 보며) 이런 감정은 사기야, 그치?
지금 나는 내 마음에 속고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 더 말 하기 싫다) 나
가자.
(나가고)
재호 (나가는 현수 뒷모습 본다, 언짢은 기분이다)...
$#3. 갤러리 앞
현수, 재호 기다리면
재호, 차 몰고 와 현수의 앞으로 온다.
재호 (차 창문 내린다) 택시 타고 가라.
현수 (무슨 말인가 재호 보면)
재호 이 교수님 레포트 내러 학교 가봐야 돼. 전화할게. (하고 차 몰고 가고)
현수 (황당한 얼굴(너무 놀라지 말 것)로 가는 재호 보고)
$#4. 도로, 달리는 재호의 차(창가 쪽에서 보기)
$#5. 달리는 재호의 차 안
재호 (이 앙 다물고 화난 얼굴로 혼잣말) 사기라구?
그래, 사기라면 사기지.
이게 사기라면 나는 니가 넘어올 때까지 사길 칠 거야. 니가 나한테 질투 낼
때까지, 니가 날 사랑할 때까지, 사길 칠 거 야. 내가 널 사랑할 자신은 없지
만
니가 날 사랑하게 할 자신 은 있어. 두고 봐.
$#6. 속력을 내 달리는 재호의 차
느린 화면, 현수 테마음악(9까지) 흐르고
$#7. 길거리
걸어가는 현수.
씁쓸한 웃음 짓는.
$#7-1. 택시를 타고 가는 현수
웬지 자신이 못내 초라해진다.
$#8. 신형의 방
현수, 책상 앞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다.
재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현수 (전화기 보며, 무심하게) 강재호 전화해... 전화해... 전화해...
(그러다, 속상한지 아랫입술 물다가, 핸드폰 전원 꺼버리는)
$#9. 창가
현수, 밖을 내려다 보면.
인서트 - 집앞에 재호의 차 서있고,
재호 그 안에서 멋쩍게 나와 손 흔드는.
현수, 작게 웃으며, 다시 밖을 보면.
집 앞에 아무 것도 없다. 착각이었다.
현수, 씁쓸하게 웃으며 커튼을 닫는.
$#10. 학교 앞
신형, 퇴근차림으로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그때, 경적 울린다.
신형 (경적 소리에 소리 나는 곳 보면)
재호 (차에서 내리며 신형에게) 퇴근하는 길이세요?
신형 응. 방학인데 학교는 웬일이야?
재호 레포트 내러요.
신형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재호 미리 내면 안돼요?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물론 되지.
재호 (손을 뒤로 해 쥐고 있던 레포트를 신형에게 준다)
신형 (레포트 보면) ?
재호 (작게 미소 띤) 점수 잘 주세요. 삼주 후에 내라는 거, 두 주 만에 내는
거니까. 노력한 만큼 점수 주시는 거죠?
신형 (농처럼) 글세.
재호 가겠습니다. (차로 가서 타고)
신형 (그런 재호 보다, 뒤돌아 다시 학교로 가고)
$#11. 재호의 차 안
재호, 백 미러로 가는 신형보고.
$#12. 학교 복도
신형, 가슴에 재호의 레포트 안고 급히 걸어온다.
길진, 자기 방에서 나오다 그런 신형과 부딪힌다.
길진 (신형보고) 퇴근 안 했어?
신형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 말을 더듬는다) 어, 저기... 이, 일 좀 하고 갈
려구.
길진 무슨 일?
신형 학생이 기말 레포트를 냈어. 볼려구?
길진 누군데?
신형 (말 못하고) ...어, 가, 강재호. (그런 신형이 안고 있는 레포트 보며)
레포트를 무슨 연애편지라도 되는 거처럼 안고 있다?
신형 내가 그랬나. (그 말에 자기가 안고 있는 레포트보고, 손에 평범하게 들
고
어색한) 형, 먼저 가...
나, 이 거 보고 갈게. (하고, 자기 방으로 가고)
길진E (그런 신형을 보고 돌아서서 가는 어두운 길진 얼굴 위로) 신 형아,
재호가 도대체 니 마음 어디까지 와 있는 거니? (순간, 뒤돌아 신형이 간 쪽
보고)
$#13. 신형의 교수실 밤
신형, 레포트 읽고 있다.
심란하게 레포트 내려놓고 잠시 생각한다.
서랍에서 오래된 레포트 꺼낸다.
인서트 -
오래된 레포트 제목 : 인지적 접근에 대하여. (그 밑에 1992년도 기말 레포트
라고 적혀있는)
신형, 재호의 레포트 보면 제목에 '인지적 접근에 대하여'라고 써있다.
신형, 재호의 레포트 내용을 소리내어 작게 읽는다.
신형 인간은 적극적인 자극 수용제라는 것과 의식적인 정신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엔, 오래된 레포트를 들춰 내용을 소리내어 읽는다) 인간은
적극적인 자극 수용제라는 것과 의 식적인 정신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두 레포트 접어서 양손에 들고 한숨 쉬고, 창가로 고개 돌리고, 아랫입술 깨
물
었다 놓으며, 혼잣말) 그 관심을 우리는 지적호기심 이전에 생리적
호기심으로 보아야 한다. (한숨)
이건 저자후기지... (어이없는, 배신감이 드는 묘한 웃음을 짓 는 끝에
서글프다) 전부... 다, 베꼈어.
$#14. 신형의 집 전경, 밤
$#15. 신형의 집, 마당
신형, 마당에 앉아 낙엽 모아, 불을 붙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현수, 두 사람이 마실 차가 놓인 쟁반 들고 나오며
현수 아직도 불 안 땠어?
신형 (바닥에 무릎 꿇고 불을 지피려고 후후 입김을 불며) 잘 안 붙어.
현수 (쟁반 한쪽에 놓고, 신형의 팔을 잡아 끌어내며) 나와 봐. (하 며,
신형보고) 언니는 그 등치 갖고 제대로 하는 일이 뭐 있 어? (입 모양 신형
흉내내며) 후후, 그래 갖고 불이 붙냐? 나 하는 거 한번 봐.
신형 (그런 현수에게) 너두 별 수 없을 걸. 불을 아무나 때는 줄 알어?
현수 난 불보다도 뜨거운 여자야. 땔 수 있어. 봐. (하고 확 입김 부는데 불이
확
붙는다)
신형 기죽이네.
현수 (커피 주며) 커피 드시죠?
시간 경과.
신형과 현수, 모닥불 앞에서 차 마시고 있다.
신형, 생각하고 있다.
현수, 차 마시다 신형 보며
현수 오늘 언니 이상하다. 저녁 내내 말도 별로 안 하고, 텔레비전 도 안 보고,
밥도 조금 먹고, 책도 안 보고.
재 냄새 싫다드니 불을 다 피우고 무슨 일 있어?
신형 (불만 보며) 레포트 썼니?
현수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신형 (자기 생각에 빠져 현수 보지 않고) 넌 레포트 어떻게 쓰니?
현수 (아무렇지도 않게) 책 읽고, 요약하고, 반론하고, 수긍하고, 그 렇게 하
지.
신형 (현수 안 보고) 그지? 레포트는 그렇게 쓰는 거지. 남의 것 베끼는 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쓰는 거야, 그지?
현수 무슨 말이야?
신형 (여전히 불만 보며) 난 좋은 교수가 되고 싶어.
존경받는, 옳고 그른 걸 판단할 수 있는 정직한, 교수다운 교 수. (비장한,
혼잣말처럼) 용서 안 할 거야.
$#16.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전화 버튼 누른다.
잠시 후, 신호음 떨어지고.
진숙E 네, 애인처럼입니다.
혜자 여보... (뭐라 하려다가, 전화 끊는다. 그리곤 다시 전화기보 고)
$#17. 애인처럼 안
진숙, 전화기 내려놓으며.
진숙 누군데 말을 하려다 끊어.
$#18.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전화기 보며.
혜자 (혼잣말) 목소리가 사나운 게... 매력은 없는 거 같은데... 인물 이 잘
났나... (그러다 짜증나는) 그런데, 내가 새삼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자신에게 하는 말) 둘이 놀아나든 말든 상관없잖아. 그래, 상관없다. 슈퍼나
가자. (하며, 백 들고 현 관 나가는)
$#19. 신형의 집 근처 골목, 공중전화 안
병국, 전화하고 있다.
병국 데이트하자구요.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문득 집에 들어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 이 들어서요.
심야영화 한다는데 보러 가자구요.
$#20. 애인처럼 안
진숙, 전화받고 있다.
진숙 (웃음 띤) 심야 영화요? (사이) 싫은데요.
병국E 왜 싫어요?
진숙 어제 외박하셨다면서요.
하루 밖에서 주무셨으면 다음날은 집에 들어가셔야지요.
병국E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진숙 (달래듯) 이실장님. 바람을 펴도 적당히 피셔야죠.
그러다 이혼 당해요.
그럼 난, 책임 못 져요.
난 살림하는 여자들처럼 남자 수발 들 자신 없거든요.
우린 애인사이두 아닌, 애인처럼만 지내는 사이잖아요.
그럼 적당한 선을 지켜야지, 이렇게 매일 만나려고 들면 위험 해져요.
$#21. 공중전화 안
병국, '정말 정확하십니다'하며, 껄껄 웃는데 전화박스 유리문 밖으로 혜자 지
나가는 게 보인다.
$#22. 공중전화 부스 밖
혜자, 가게를 들렀다 가는지, 봉투 들고 가다가 뭔가 이상해 뒤돌면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병국 웃고 있는 게 보인다.
혜자 (혼잣말) 집에 전화 놔두고 밖에서 무슨 비밀 전화야? (잠시 보다가) 뭐
가
저렇게 웃기고 좋아, 등신처럼. (쓰게 입맛 다시 고 돌아서서 간다)
$#23. 공중전화 안
병국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을 지켜라?
좋습니다.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누라가 나한테 돌아 올 때까진
애인처럼 대해주는 겁니다.
진숙E 물론이죠.
병국 고맙습니다.
$#24. 애인처럼 안
진숙 네, 그래요.
내일이나 모레나 편하실 때 오세요. (끊으며) 참 이 남자도 어떻게든
살아볼려구 애쓴다. (이때 전화 온다) 여보세요? 어 머, 세검정 언니가
왠일이야?
어, 어. 애 구했다구? 너무 잘 됐다. 요즘 혼자 일하느라구 힘 들었는데. 내
일?
좋지. 그래. 잘 있어.
참, 장사 잘 되지? 응, 응. (하고 전화 끊고) 이번엔 어떤 애 가 올려나.
$#25. 신형의 집, 주방
병국, 밥 먹고 잇다.
그 앞에 앉아 혜자, 물 마시며 병국을 관찰하듯 보며
혜자 어제 어디서 잤어요?
병국 (밥 먹으며) 여관.
혜자 혼자 잤어요?
병국 여자랑.
혜자 (병국 보며, E) 막 가시는 구만. (병국에게 묻는다) 오늘 직장 나갔어요?
병국 안 나갔어. 여자랑 하루 종일 있었어.
혜자 (병국 보며, E) 그 배포에 화살 안 나가? 자리 떨려 날까봐 쩔쩔매는
인사가? 회사 나가는 거 봤는데 거짓말을 한다?
그럼 여자랑 잤다는 것도 거짓말인데, 아- 그래 그래. 내 성 질을
돋궈보시겠다? (병국에게 말한다) 토요일에 강남 은성에서 일곱 시에 당신
대학교 동창회 있대 요.
병국 (혜자 보며) 당신 신나겠군.
혜자 (병국 보면)
병국 동창회 가서 자랑할 꺼리 많이 생겼잖아. 나 진급했겠다. 신 형이 교수
됐겠다.
혜자 (병국 안 보고) 그건 여고 동창회에서 다 써먹었어요. 아무리 자랑하고
싶어도 두 번, 세 번은 그렇지. 거기 내 동창들도 끼었는데.
병국 (꼬나보며, 비아냥조) 이번에 나가실 땐 뭘 입고 나가실 건 가?
분장해야지, 또. 다소곳한 척, 한복을 입으실 건가?
아니면 검은 원피스에 큼지막한 꽃 다시고 모피 코트 입으실 건가?
혜자E 불난데 기름을 붓겠다?
병국 당신은 말야, 인물이 조금만 잘 나고 키가 한 뺨만 컸으면 말 이야, 배우
하면 딱 맞았겠어. 연극 잘 하잖아.
이십 년 으르렁거리고 살아도 사람들 앞에선, 천하에 둘도 없 는 부부인 양...
종식이가 그러대.
(흉내) 니네는 금슬 좋아 보인다. 아직도 잠자리가 즐겁냐?
일주일에 두 번은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이없이 하하 크게 웃다가,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일주일에 두 번?
십 년 전에 어거지로 안으려다 뺨 맞아보고는 손끝도 못 대 봤네.
혜자E 쌍스러. (하고 물잔 내려놓고 나간다)
병국 (나가는 혜자 보고 물 마시며 혼잣말) 밥맛이다.
$#26. 재호 동네 전경, 아침
석구E 예, 엄마. 많이 아퍼?
$#27. 진숙의 방
석구, 전화하고 있고
진숙, 옆에서 발톱 깎고 있다.
석구 (퉁명스럽지만 걱정스럽게) 그 무릎이 왜 그렇게 말썽이냐?
저번에도 쇠 박았잖아. (사이) 아이, 그게...
또 돈 들어간다 소리가 아니구 무릎 다시 열면 아프잖아.
엄마 아플까봐 그러지.
돈걱정은 하지마. 잘 번다니까.
알았어. 한 삼사일만 기다려.
재호한테 말해볼게.
조심하구 계세요. (전화 끊는다)
진숙 (석구 보고) 집에 무슨 일 있어? 어머니 어디 편찮으시대? 혹시 무릎 또
도졌니?
석구 (고개 숙이고 있다가) 신경 쓰지 마세요. 잘 되겠죠, 뭐. (하 고 나가고)
진숙 쟤도 어떻게 편할 날이 없니. 칠십 먹은 노인네들이 하들 하 나 잡네.
서울 살면 돈이 우물물 긷듯 펑펑 나오나? 대충 사 시지.
$#28. 재호네 집, 마당
석구, 재호의 옆에서 심란하게 서있고,
재호, 아령하고 있다가 내리며
재호 돈? (석구 보고 한숨 쉬며) 얼마나?
석구 오 백.
재호 (어이없다 싶어, 아령 바닥에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석구 (재호를 마음에 안 들게 보고) !
$#29. 재호의 방
재호, 옷 갈아입으려고 옷 벗고 있다.
석구, 의자에 앉아 재호 보며 기분 나쁜 듯이 말한다.
석구 피하는 거냐?
재호 (윗 옷 벗다) 나 이번 달에 등록금 내야 돼.
석구 (언짢은 얼굴로) 그래서?
재호 다음 달에 수술하자고 말씀 드려.
다음 달 수금해서 고스란히 다 줄 테니까.
석구 (화나 소리치는) 아프대!
아퍼서 잠을 못 잔대! 두 달이나 참았대.
어떻게 더 참으로 그래?! 너 같으면 참겠냐?
엉덩이에 종기 하나만 나도 하루를 못 참고 그날로 병원 가 서 째는 놈이...
니
일 아니라고 그러는 거 아냐. 치사하게 돈 갖고 그러지 말고 해 줘라.
재호 억지 부리지마. 돈 나올 데 없잖아.
석구 니 등록금 줘.
재호 안 되는 거 알지? (옷 입꼬) 나 이번 학기만 다니면 조기 졸 업 돼. 그만
하자.
석구 (버럭)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어라, 이 새끼야! 치사한 놈. (나간다)
재호 (그런 석구 보고 한숨 쉬고 나서 옷 마저 갈아입는다)
$#30. 마루
석구, 나와서 신발 신는다.
그 때 진숙의 방에서 재영, 옷을 잘 차려 입고 나온다.
석구 (재영 보고, 퉁명스레) 넌 무슨 옷을 그렇게 잘 차려입었냐, 선 보러 가
냐?
재영 미팅 나가.
석구 (재영에게) 두 남매가 아주 내 부아를 질러라, 질러, 엉? (소 리 지르며)
두
남매가 내 속을 끓이라구! (하고 뛰쳐나간다)
재영 (석구 왜 그런가 싶고)
$#31. 대문 앞
석구, 씩씩거리고 나와 가고
재영, 뒤따라 나와 그런 석구 보고 심란하게 뒤돌아 간다.
석구, 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되돌아 집으로 들어간다.
$#32. 재호네 마당
석구, 들어서서 신자의 방문을 연다.
$#33. 신자의 방 안
문 열리면 신자, 방 청소하다 화들짝 놀란다.
그러다 석구 얼굴보고 숨 내쉬며,
신자 아, 거 간떨어지겠네, 그 새끼.
석구 미선이 어디 갔어요?
신자 (방 쓸며) 어디 갔는지 알면?
석구 말씀해주세요.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신자 걘 니한테 들을 얘기 없어. 꺼져.
석구 말씀해주세요.
신자 (빗자루 들고 때리려는 듯) 이 새끼 저리 안가?
석구 어우. (하고 문 꽝 닫아 버린다)
신자 (다시 문 열고) 니 미선이 만나면 나한테 콩가루 돼. 이 새끼 야. 어디서
고추가 처녀를 찾아댕겨.
$#34. 마당
석구, 화가 나 머리 헝클어뜨리며,
석구 아우.
신자 어데서, 아우하고 성질을 펴, 이 버릇없는 놈.
재호 (방에서 나오다 그런 석구 본다)
석구 (재호 보고 나간다)
재호 (신자에게) 쟤한테 뭐라 그러셨어요?
신자 (고개 젓고, 웃으며) 학교 가나? 닌 상관할 거 없다. 미선인 내가 잘
키우고 있다.
재호 (무슨 소린가 싶어) 네?
신자 닌 그리만 알면 돼. 참, 보면 볼수록 잘났다, 니.
재호 (그런 신자 이상해서 보다, 고개 끄덕 인사하고 나가고)
신자 (가는 재호 보며) 자식, 내 40년만 젊었어도 살고 싶네.
$#35. 집 담벼락
석구 (벽에 기대) 어휴, 씨. (하고 담배 피우려는데)
인숙 (실밥 뜯을 거리 머리에 이고 오다가 석구 보고) 너 왜 그러 구 있니?
석구 아무 것도 아니야.
인숙 (집으로 들어가려면)
석구 (인숙에게) 누나, 미선이 요즘에 어디 나가?
인숙 (석구의 그 말에 주위 둘러보며 작게) 왜?
석구 방학인데 학교 가는 거 같진 않고 어디 나가나 해서.
인숙 이거 말하지 말랬는데.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공장 간다 구.
석구 공장?
인숙 콜라 공장 뒤에 봉제 공장 시다로 있는 거 미선이가 말하지 말랬어.
그래두 너한테는 말해두 되겠지? 미선이가 너 좋아하 니까. 말해 줄게.
석구 다 들었어.
콜라 공장 뒤에 봉제 공장, 거기서 시다 한다며.
인숙 누가 그래?
석구 누나 미쳤어? (하고 간다)
인숙 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36. 미선의 공장 안
미선, 랩을 부르고 춤추며 다림질하고 있다.
그때 출입구 문이 벌컥 열린다.
미선, 돌아보면 석구다.
석구, 성큼성큼 들어온다.
미선 (놀라) 어! 석구 오빠!
석구 너 나 좀 봐. (하고 미선의 손을 잡고 나간다)
복순 (미선에게) 야! 고미선. 너 어디가?
미선 (끌려 나가며 손휘파람 불며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내 애인 이에요.
멋지지?
석구 (그런 미선 끌고가며) 이리 나와, 쪼다야.
$#37. 공장 앞, 벤치가 있는
석구, 벤치에 미선 끌어다 앉힌다.
미선 (석구 팔뚝 만지며) 오빠 터프하네, 팔뚝 왕 굵다, 힘두 쎄구.
석구 (자기 팔에서 미선 손 쳐내며) 조용히 하구, 묻는 말에만 대 답해.
미선 (석구 보며) 오케이.
석구 너 나 좋아해?
미선 좋아해. 그런데?
석구 묻는 말에만 대답해.
미선 (고개 끄덕인다)
석구 내 갈치가 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몇 가지 있다, 지 킬 수 있
어?
미선 뭔데?
석구 지금부터 너 내숭 떨어.
미선 내숭?
석구 배고파도 안 고픈 척하구 내가 먼저 말하긴 전까지는 나를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하지마. 그리구 가끔 튕겨, (강조) 강하게. 알았지?
미선 배고픈데 어떻게 안 고픈 척 해. 그리구 난 못 튕겨. 내가 기타 줄이야,
튕기게?
석구 (때릴 듯 손을 들며) 그러라면 그래. 난 내숭과가 좋단 말야.
난 너 좋아하고 싶으니까 제발 좋아하게 해줘, 알았어?
미선 (눈치보며) 그래두 내숭은 못 떠는데.
석구 시키는 대로 해!
미선 알았어. 재영이처럼만 하면 되지? 그 년 오빠 앞에선 트림도 안 하지? 내
앞에선 방귀도 뀌면서.
석구 (미선 노려보며) 그리구, 앞으론 재영이 얘기하지마.
미선 (고개 끄덕이며) 그러라면 그렇게 해주지 뭐. 오케이, 오케이.
석구 저녁에 왕순네, 떡볶이 집에서 보자. 내가 떡볶이 국물에 비빈 만두
사줄게, 좋아?
미선 좋아.
석구 거기서 보자. (하고 간다)
미선 (가는 석구 보며, 심란한) 내숭을 떨어라?
아- 난 오분만 내숭 떨면 짜증 확 나는데 어쩌냐?
$#38. 커피숍
재영, 남자와 앉아있고
재영의 친구 '잘해 봐'하며 옆자리 다른 남자에게로 간다.
남자는 재영이 맘에 드는 얼굴이고 재영은 어색하고 싫다.
시간 경과.
남자 (찻잔 내려놓다, 인상이 험악해지며) 이모가 술집을 해요? 부 모는
없구요?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재영 (기죽은 모습이다) 아니요.
남자 그럼요?
재영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저희 버리고 나가셨어요.
남자 엄마가, 버렸어요?
재영 (가만히 있다)
남자 오빠는 뭐해요?
재영 대학생이구요, 게장사해요.
남자 개요?
재영 멍멍개가 아니구요, 꽃게요.
남자 그럼 돈도 없겠네.
재영 남한테 빚지구는 안 살아요.
남자 나 의대 다니는 거 알죠?
재영 네.
남자 그럼 우리가 안 어울리는 것도 알겠네.
재영 (기죽은) 네.
남자 댁한테 어울리는 남자 찾아봐요. 커피 값은 각자 냅시다. (하 고 오천원
을
탁자에 놓고 나간다)
재영의 친구, 옆자리에서 그런 재영 보고 '인재씨, 인재씨!'하고 불러도 남자
뒤
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고 재영의 친구, 재영의 자리로 와 앉는다.
친구 인재씨 왜 혼자 가는 거니?
재영 내가 싫대.
친구 삼십분 만에 싫구 좋구가 어딨어? 아까 처음 봤을 때는 너 되게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던데.
재영 내 얼굴은 마음에 드는데 내 환경이 싫은가봐.
친구 (혀 차며) 야, 너 니네 집 얘기 곧이 곧대로 다 했어? 이모 술장사한다는
얘기까지?
재영 술장사하는 게 뭐 나쁘니? (출입구 보며 혼잣말) 의사 집안? 야, 나도
필요 없다. 니 관상 보니까 돌팔이 이상은 되지도 않겠다.
친구 너 저번에도 사실대로 말해서 법대생 놓쳤잖아. 속여, 이 바 보야. 한참
친해지구 나서 정든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어.
재영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어. 평생 살 사람 고르는데 첨부터 거 짓말로
꼬시라구? 관둘래.
친구 너 그래봐라. 평생 남자 하나 못 건지지. 요즘 애들이 얼마나
약아빠졌는데. 니네 집안 얘기 듣고 달려들 애가 어딨냐?
재영 있어.
친구 누구?
재영 박석구.
$#39. 전철역 승강장, 밤
전철 멈추고 재영, 터덜거리며 나온다.
걸어가 계단 오르려는데 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난다.
재영, 돌아보면
미선, 석구 팔짱끼고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미선 (마구 웃으며 얘기한다) 정말 그 얘기 뿅 간다, 홍콩 가.
그거 너무 웃긴다. 여자가 기절했겠다. (석구 치며 큰 소리로) 오빠 보고
총각이라면 누가 믿겠어? 나도 안 믿어.
석구 (짜증내며 두리번거리며) 진짜야. 나 총각이야. (하는데 재영 보인다)
재영 (화난 얼굴로 석구 본다)
미선 (석구 보며) 오빠 왜 그래? (하고 석구의 시선따라 고개 돌리 면 재영
보이고) 어, 재영이구나.
오빠랑 나랑 사귀기로 했어.
너 차인 거야.
오빠가 날 선택했어. 물어봐라.
재영 (화난 얼굴로) 잘 들 논다. (하고 간다)
석구 (재영을 무표정하게 본다)
미선 (가는 재영보며) 오빠, 쟤 샘나나 봐.
$#40. 재호의 동네
인숙, '희진아!' 부르며 나온다.
인숙 봉수네 가서 공부한다더니 그 집에도 안 갔다 그러구 도대체 어딜 간
거야. 밥 먹을 때가 다 됐는데.
달건씨가 밥 안 먹인 거 알면 혼낼 텐데.
(다시 부르는) 희진아...
$#41. 오락실 있는 거리 + 오락실 안
신자, 박스 종이 주워 질질 끌고 오고 있다.
오락실 지나치다 이상해 들여다보면
희진, 봉수랑 둘이 버튼 누르며 '뽀개 버려. 뽀개 버려'하고 오락한다.
옆에서 봉수도 '깨버려. 깨버려'하고
신자 (희진과 봉수 보다) 저 년, 뭘 저렇게 깨부시라카고 있어. (하 고 밖에
박스
놓고 들어가 희진의 뒤에서) 콩깍지 같은 년, 니 뭐해? (하고 희진의 머리 한
대
때린다)
희진 (놀라 돌아보고) 할머니!
신자 니 니에미한테는 공부하러 간다카고 여기서 비행기 쏴 죽이 고 있어?
봉수 할머니 누구세요?
신자 (봉수보고) 니 내랑 사귈래? 니가 내 이름은 알아서 뭘할래, 깨보새 같은
놈아
희진 (그 사이에 몰래 도망가려는데) (희진 잡고) 토낄라 캐? 못 토껴. (하고
희진을 옆구리에 낀다)
희진 (신자의 옆구리에 매달려) 할머니! 할머니!
신자 (희진을 끼고 나온다)
$#42. 길거리
오락실 앞에서 신자 희진을 옆구리에 끼고 박스 끌며 간다.
희진 이거 놔요. (하며 발버둥 친다)
신자 (아랑곳없이) 니 에미한테 가자, 이년.
$#43. 수돗가
희진, 대야 들고 무릎 꿇고 벌 서고 있다.
신자, 그런 희진 보며,
신자 무겁지, 이 년.
좀 더 무겁게 해줄게.
콩보다 못한 콩깍지 같은 년아. (하고 바가지에 물 받아 대야 에 붓는다)
희진 (그런 신자 째려본다)
신자 (희진 보며) 눈 찢어지네, 찢어져. 째려봐라, 이 년. 니 눈이 아프지 내
눈이 아퍼?
그 때 '희진이가 어디 갔지?'하고 인숙 들어오다 신자와 희진 보고,
인숙 (놀라 희진에게 다가가며) 희진아, 너 왜 그러고 있어?
신자 (인숙 가로막으며) 니 이년한테 가지 마. 니 남에 자식이래도 이래 키우
는
거 아냐. 자식은 오냐 오냐 키우면 절대 못 키 워. 매로 키우는 기야.
이년이 니 한테는 친구 집에 공부하러 간다캤지.
근데, 사실로는 이년 오락실 가서 뿅뿅하면서 비행기 죽이고 있었어.
이년 지금 못 잡으면 한도 끝도 없어. 미선이 돼.
지금도 작은 미선이야, 얘.
인숙 그래두 밥두 안 먹구 힘도 없는데 안 되요. (하고 신자 밀치 고) 희진아!
하고 대야 들려면
희진, 대야의 물을 인숙에게 붓는다.
인숙, 신자 물벼락 뒤집어쓰고 '앗 차거!'하고 희진은 방으로 들어간다.
신자 (희진 보며) 와! 고년 독하네.
인숙 (젖은 자기 옷 보며 울상이다)
$#44. 인숙의 방 안
희진, 달건과 전화하고 있다.
희진 (야무진 목소리로) 네, 네. 밥도 안 주구요, 나 벌 세웠어요.
꽥꽥이 할머니랑 꿍짝이 맞어서 벌 세웠어요.
달건E 정말이야?
희진 진짜예요. 아빠가 들어와서 한 번 보세요. 내 팔뚝에 알통 생 겼지. (그
때
인숙, 밖에서 문 흔들며 '희진아! 희진아!' 부른 다. 희진, 그 소리 듣고) 지
금
아줌마 목소리 들리죠? 나 때 려 줄려구 그러는 거예요.
$#45. 택시 사무실
달건, 전화 받고 잇다.
달건 알았어. 아빠 지금 들어가.
그래. 아빠 니 편이야.
들어가서 말려 줄게. (전화 끊고) 이 여편네가 기껏 애 잘기 르라고, 잘 해
줬더니 기가 살았구만. (하고 나간다)
$#46. 택시 회사 주차장
달건, 차에 탄다.
사장, 그런 달건을 보고,
사장 야, 너 영업 없잖아. 왜 차를 몰아?
달건 집에 좀 갔다 올려구요.
사장 회사 차가 니 차야, 임마? 사납금도 못 채운 게.
달건 사납금 못 채워서 내가 빵구 낸 적 있어요? 간신히라도 채웠 지. 나 지금
열 받아 있으니까 말 걸지 말아요. (하고 차 급 히 몰아 나간다)
사장 저 새끼 저러다 사고 내지, 저거. 차를 왜 저렇게 급하게 몰아 (하고
돌아서는데 '꽝!'하는 소리 난다. 돌아보면)
달건 차와 까만 중형차(검게 썬팅 되어있다) 충돌해 있다.
$#47. 달건의 차 안
달건 어떤 놈이야? 깜박이 켰는데도 달려오는 놈이.
아이, 짜증 나. (하고 내려 까만 차로 가) 야, 니네들 내려.
(하는데 까만 차에서 어깨 같은 남자들 서너 명이 줄줄이 내 린다. 달건, 놀라
침 꼴깍 삼키고 뒷걸음질친다)
$#48. 애인처럼 안, 밤
오경희, 껌 씹으며 바에 앉아 진숙과 얘기하고 있다.
진숙과 얘기하고 있다.
진숙, 황당한 얼굴이다.
경희 (둘레 구경하며) 한 달에 얼마 줄 거예요?
진숙 (경희를 관찰하듯 보며) 팔십.
경희 몇 시에 퇴근이에요?
진숙 한 시.
경희 몇 시에 출근이에요? 점심은 언제 먹어요?
진숙 네 시 출근에 밥은 너 먹구 싶을 때 먹어.
경희 (진숙 보며) 이 가게 얼마예요? 월세예요, 전세예요? 손님은 하루에 몇
명이나 받어요? 사장님은 나 팔십 주고 얼마나 가 져가요? 이거 사장님꺼
아니죠? 위에 누구 또 있죠?
진숙 (멍하니 경희 본다)
경희 사장님, 나 맘에 안 들죠? (괜히 새끼 손가락 씹으며) 사장님. 내 이름
본명이게, 예명이게?
진숙 (경희 가만 보다, 지친 얼굴로) 넌 뭘 그렇게 묻니?
경희 (여전히 손가락 씹으며) 난 호기심이 좀 많아요. (웃다가) 사 장님, 나
몇
살이게?
진숙 지독하게 묻네, 증말. 후-. (하고 한숨 쉬는데)
경희 (두리번거리며) 여기 통째로 살려면 얼마쯤 하나?
진숙 (경희 보고, 기막힌)
$#49. 길진 교수실, 낮
길진, 앉아있고,
신형 서서 묻고 있다.
길진 (O. L) 그건 왜?
신형 (손 내밀며) 줘 봐
길진 (신형 보다가, 책상 열어 재호의 레포트를 꺼내 신형에게 준 다)
신형 (레포트 보며) 에이 제로? (하고 길진 본다)
길진 (신형 보며) 잘 썼어, 나두 점수 적게 주는 사람인데, 걔 레포 트 보면
홀려. 이번 학기에 에이 제로는 걔 하나다.
신형 성적표, 전산실에 넘겼어?
길진 아직. (시계 보며) 퇴근 전에 넘길려구.
신형 (단호한 얼굴로) 오후에 넘길래?
길진 ?
신형 내가 뭐 알아볼게 있어서. 이 레포트 잠깐만 빌려줘. (하고, 레포트 들고
간다)
길진 (그런 신형 본다)
$#50. 전산실 안
신형, 경영학과 서적 들고 전산원과 얘기하고 있다.
신형 이 교재도 그렇고, 이 교재도 그렇고 90학번 이후에 교재로 선택된 거
죠?
전산원 네.
신형 졸업한 학생들 학사, 석사 논문, 삼 학년 학생들 레포트 전부 전산실에
입력돼 있나요?
전산원 아뇨, 92학번부터 돼있어요.
신형 아, 네. (하다가) 저, 컴퓨터 자료 좀 찾아볼 수 있을까요?
전산원 저쪽 컴퓨터 쓰세요.
신형 감사합니다.
시간 경과.
모니터에 검색자료 떠있다.
신형, 엔터키 누르면서 자료들보고 있다.
신형, 강하게 엔터키 누르고 나서 보는데 입가에 안도의 미소 띤다.
모니터 화면 어두워지고
신형, 의자 등에 몸 기대며,
신형 (혼잣말) 레포트를 앞부분만 읽고 뒷부분은 전부 다른데서 짜 집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아니야. (하다 문득 드는 생각 이 있다)
전산원E 90부터 92학번까지 논문은 양장본으로 철해서 도서관에 있습 니다.
요즘 학생들이 그걸 많이 베끼죠.
교수님들이 그때건 확인을 잘 안 하시거든요.
전산자료 보시고 도서관에도 한 번 가보시죠.
신형 (서둘러 널려진 레포트 들고 전산실 빠져 나간다)
$#51. 도서관
신형, 자료를 한참 찾고 있다.
찾다가 뒤돌아보면 한 쪽 구석에 먼지에 싸인 레포트지 묶은 박스 보인다.
신형, 그 중 하나 빼서 조심스럽게 펴 본다.
$#52. 길진의 교수방
길진, 현수, 과자 먹고 있다.
현수 오랜만에 우리 셋이서 노래방 가자.
길진 나, 노래 못 해.
현수 그래두 신형 언니가 가자면 갈 거지?
길진 신형이가 가재두 안 가. 내가 그렇게 공처가 스타일루 보여?
현수 엉.
길진 (작게 어이없다는 듯 웃는데)
그때 문 벌컥 열리는 소리 나고, 현수와 길진 문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신형, 굳은 얼굴로 서있다.
$#53. 길진의 오피스텔 전경, 밤
$#54. 길진의 원룸 형식의 집, 거실
길진과 현수, 신형 보며 무슨 일인가 싶다.
신형, 가방 열고(O. L) 한 쪽에 자료철 꺼내놓고 그 옆에다 재호 레포트 한 묶
음 내놓는다.
길진, 현수 그런 신형 보다,
길진 이게 뭐야?
신형 (재호의 레포트 들어 보이며) 이건 재호가 일 학기 때 낸 심 리학과
레포트야. (다른 한손에 자료 들어 보이며) 이쪽 건 90부터 93가지 이 학교
선배들이 쓴 레포트구. (두 자료 다 내려놓고) 심리학과 교수님들 전부가
강재호한테 비 플러스 이상 아니 대부분 에이 마이나 이상 점수를 줬어.
현수 그런데?
신형 재호 레포트는, (자료를 가리키며) 이 지나간 레포트를 교묘 하게
짜집기해서, 베긴 거야.
형한테 낸 레포트두 짜집기했어. 경영학과 다른 과목들두 분 명 그랬을 거야.
현수 (아무렇지도 않게 신형 외면한다)
길진 (신형 보며) 그래서 어떡할 건데?
신형 학점 안 줄 거야. 형두 주지마.
현수 (신형 보는)
길진 (한숨 쉬고 담배에 불붙이고 신형 보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에 아홉이,
레포트를 그런 식으로 작성해.
그래두 걔 성의가 있어서야 베꼈더라도 선배들 좋은 레포트 를 읽었을테구
한군데가 아니라 여서 일곱 군데에서 따왔을 테니까, 충분히 공부됐다고
생각해.
신형 난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어. 그리구 이런 식으로 학생들 가르 치고 싶지
않아.
현수 (신형을 단호하게 보며) 언니식대루라면 우리나라 학생들 중 졸업할
사람 아무도 없어. 대충대충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신형 너두 그랬어?
현수 (진짜는 아니지만, 화나서) 그랬어.
신형 (현수 보며, 단호한) 그럼 너도 에프야.
현수 (신형 보면) !
신형 (꺼내놓은 레포트 챙겨 넣고) 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아 껴. 그들이
성실하고 정직했으면 좋겠어. 학점 안 줄 거야.
길진 신형아.
신형 (길진 보며) 형한테 처음으로 실망했어. 난 형이 좋은 교순 줄 알았어.
어떻게 베낀 걸 알면서도 비도 아니고 에이 제로 를 줘? 형, 그러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하고 나간다)
길진 (답답한 얼굴로 담배 피우고, 나간 신형 쪽 보고)
현수 (나가는 신형을 보다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길진 오빠.
길진 (현수 보면)
현수 저건 지나친 관심 아냐? 난 그런 거 같은대.
$#55. 신형의 집 거실
현수, 소파에 두 다리 다 올리고 앉아 비디오를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형, 그 옆에 한 손 내밀고 서있다.
두 사람 팽팽한 눈빛 주고 받다, 현수 어이없게 웃는.
신형 핸드폰, 전화번호 줘?
현수 (리모콘으로, 비디오 정지하고, 신형에게 타이르듯) 언니, 그 러지마. 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일이 뭐 그리 중요한 건가?
어차피 우리 나라 대학 학벌 따는 거야.
학문,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 젓고)
재호, 나두 걔 하는 짓은 맘에 안 들어.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야.
에이 주기 싫음, 씨 줘. 시는 줄 수 있잖아? 에프 줄 필요가 뭐 있니? 걔가 다
시
재수강하면 그땐 과연 이번처럼 말고, 성 실하게 레포트를 쓸까? 절대 아닐
걸.
재호 같은 애는 대충해서 졸업시키는 게 나.
신형 (단호한) 니가 교수야? 누구 맘대로 에이 주고 씨를 줘.
현수 (한숨 쉬고) 좋아. 언니, 맘대로 해.
아니, 교수님 소신껏 하세요.
신형 (맘에 안 드는 얼굴로 본다)
현수 그런데, (사이) 언니 소신껏 하면 되지, 걜 불러 할 말이 뭐 있어?
신형 너 걔랑 노는 거랬지?
현수 ?
신형 (현수가 걱정스런) 그럼 부탁이야, 놀기만 해.
지금보다 더 이상 가까이 하지마. 니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전화번호 물으면 전화번호 주면 돼.
왜 연애하는 사람처럼, 예민해져 그래?
현수 (신형, 안 보고 작게 웃음 (비아냥 아니다) ) 내가 그랬나...
(입맛 쓰다) 내가 그랬어, (메모장에 전화번호 쓰며) 연애하는 (신형에게
메모장 주며) 사람처럼?
신형 (받고, 올라가려 하는데)
현수 (리모콘으로 비디오 작동하고) 언니두 그래.
신형 (현수 보면)
현수 (비디오만 보며) 연애하는 사람처럼, (사이) 그래.
신형 ?!
$#56. 냉동실 안
냉동실 창고 안
석구, 재호 게짝 정리하고 있다.
한쪽 켠 보면 장고도 일을 하고 있다.
이 때 재호의 핸드폰 울린다.
재호 (석구에게)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하고 창고 밖으로 나간 다)
석구 (일하며, 혼잣말처럼) 받고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 이 자 식아.
장고 (일하는 척, 곁눈질로 석구 보고)
$#57. 창고 앞
재호 전화 받고 있다.
재호 이 교수님이 웬일이세요?
신형E 내일 열두시에 내 방으로 와.
재호 (작게 웃으며, 능청스럽게) 왜요? 혹시 저 보고 싶으셔서 그 런 건
아닐...(하는데 철컥 끊기는 소리 난다, 굳은) 여보세요?
$#58. 신형의 방
신형, 전화기 내려놓으며, 속상한
그러다, 가만 두지 않겠다는 뭔가 다짐하는 눈빛.
$#59. 창고 안
장고, 석구에게 돈 꾸러미를 옷 안쪽에 넣어준다.
석구 (장고 보면)
장고 엄마 무릎 아프다며? (석구의 귀에 대고) 재호 상권 열 곳만 나한테 넘겨,
열 곳만.
석구 (그런 장고 보는데) !
$#60. 학교 전경, 낮
$#61. 신형의 교수실 앞
재호 앞에 잠시 서 있다 여유있게 노크한다.
기분 나쁘지 않은.
$#62.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과 재호 소파에 앉아있다.
신형 (O. L) 너 조기 졸업하고 싶댔지? 안 됐지만, 그럴 수 없을 거야.
재호 !
신형 니 이번 레포트 성적은 에프야.
재호 (황당하다)
신형 상담 심리학, 언어심리학, 산업 심리학 모두 에프를 받게 해 주고
싶었는데, 교수님들이 허락을 안 하셨어.
시험 본 과목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재호 (화가 나지만 참고) 왜죠? 왜 그렇게 된 거죠?
신형 (속상한) 왜죠? 몰라서 물어? 니가 그 동안 제출한 레포트 모두
짜집기였어. 아냐?
재호 (신형을 뚫어져라 보고)
신형 너무 교묘해서 나도 속을 뻔했어.
한번도 아니고 무려 삼 년을 다른 교수님들을 속여?
너 교수가 우스워? 내가 우습니?
니가 부린 잔꾀에 호락호락 넘어갈 거처럼 보여?
학점 잘 주세요? (레포트를 찢어, 재호 앞에 던지고, 무섭게 가라앉은) 이 따
위
레포트를 쓰고도 그런 말이 나와?!
재호 (눈감고 떨리는 마음 진정시키고 또박또박 말한다) 조기 졸업 해야 돼요.
제가 잘못한 거 알지만 나만 그런 것도 아니구.
변명은 안 할게요. 부탁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정치학과에 가라는 걸 경영학과에 왔어요.
그 일로 아버지와 의절했어요.
화해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공부 잘 하래요.
남들 대학 사 년 다니니까 너는 삼 년 반에 끝내라, 그러셨어 요. 아버지 말씀
들어드리고 싶어요.
효도하고 싶다구요. 이번에 졸업 못 하면 다음 학기 등록금은 없어요. 우리 집
아주 잘 사는데 (가만 생각하다) 제 버릇 고 치려고 아버지가 등록금을 안
대주신대요. 교수님께 정말 죄 송한데 용서하시고 학점 주세요. 부탁입니다.
신형 부잣집에서 돈이 없어, 아니지?
니가 얼마나 망나니처럼 굴었으면 아버지가 그러셨을까 이해 가 안 가는 것도
아니야. 등록금을 안 내주시면 학교는 못 다 니겠지? 근데 졸업은 해야
되겠지? 그럼 이러면 되겠네.
재호 (신형 보면)
신형 니 차 팔어. 꽤 고급차던데, 팔면 한 학기 등록금은 댈 수 있 을 거야.
재호 내가 (말하려면)
신형 (말꼬리 끊으며) 가만 있어.
재호 ?
신형 니가 만약 날라리가 아니고, 가난하고, 니 힘으로 먹여 살려 야 되는 부
양
가족이 있어서 조기 졸업이 불가피하단 이유를 대면, 난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돈 많은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구 조기 졸업을 원한 다? 그건 안돼.
재호 (신형 뚫어져라 보며 심각하게) 좋아요. 이제부터 제 말씀 잘 들으세요.
(한숨 쉬고, 이 앙 물고 가만있다가 천천히) 나는 고아예요. 그리구 아주아주
가난해요.
출세하고 싶은데 학벌이 없어요. 그래서 뒤늦게 학교에 들어 왔어요. 학벌을
따려구요.
신형 (답답한 마음에 눈감았다 뜨고 재호 보며) 내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
을
거 같애? 널 아낀다. 아껴서 하는 말이야. 이렇 게는 살지마.
재호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신형의 방문을 쾅 소리 나게 닫고
나간다)
신형 (한숨 쉬며, 머리 쓸어 올리며 재호 나간 문 쪽 보고, 걸어와 자기 책상
앞,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책상 앞에 있는 레포 트 펼치지만 재호를 생각하는
얼굴이다. 마음이 아프다. 재호 나간 쪽에 눈길 주고)
$#63. 복도
재호, 커피 한 잔 뽑아 복도 끝에서 창가 내려다 보고 있다.
생각을 하는지 눈에 힘이 들어가 있다.
재호 (혼잣말, 애써 웃으면서) 이 교수님. 아니 이신형씨. 당신은 날 좋아해.
에프? 아니 당신은 나한테 에이 플러스를 줄 거 야. 반드시 그럴 거야. 당신을
믿어. 나는 당신을 믿어. (커피 마시는 불안하지만, 애써 야심에 찬 눈빛
짓는데서 C. U)
$#64. 학과 사무실 안 (다른 날, 낮)
조교 책상 앞에 학생 1, 서있다.
그 뒤에 재호 서있고 재호의 뒤에 학생 2, 3 서있다.
학생1, 조교가 주는 성적표 받아가고,
조교 (학생1에게) 성적 잘 나왔으면 좋겠다.
학생1 잘 나오겠죠, 뭐. (하고 나간다)
조교 (재호 보고, 얼굴 굳어) 재호 왔구나. 성적표 받으러 왔니?
재호 (웃으며) 네.
조교 (재호에게 성적표 주고)
재호 (성적표 받아 돌아서고)
조교 (찝찝한)
$#65. 학과 사무실 앞 복도
재호, 숨 한번 몰아쉬고 성적표 조심스럽게 펼친다.
인서트-
생리심리학 에프.
재호, 가슴이 떨린다.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며 성적표 구기는, 화난 재호의 얼굴에서 엔딩.
<제 5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