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용식·건국대학교 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교수
무료 음악 콘서트를 보고
가끔 오늘처럼 갑작스레 '행운'이 찾아올 때가 있다.
18일 정오, 내가 일하는 건국대병원 로비에서 콘서트가 열린다고 했다. 사실 우리 병원에선 음악회를 자주 열기 때문에 늘 보고 듣던 음악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려간 지하 1층 로비에서 만난 게 스타급 첼리스트 송영훈과 '피아졸라 밴드'의 멤버였다는 유명한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Zinger), 스페인 출신 클라리네티스트 호세 프랑크 바예스테르(Ballester)였다. 조선일보와 음반사 스톰프뮤직이 매달 여는 '찾아가는 무료 콘서트―나눔프로젝트' 행사로 찾아왔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이들의 외모를 보고 놀랐다. 다들 어찌 그리 잘 생겼는지. 젊은 여성 관객이 많이 몰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연주회 주제는 조금 생소했다. 공연 이름도 '라틴 아메리카의 여정'인데다 연주하는 노래들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할 때 파블로 징어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앞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더니 '반짝반짝 작은 별'과 우리나라 노래 '옹달샘'을 연주해 보였다. 어떻게 우리나라 노래까지 알았을까. 과연 대가(大家)구나 싶었다.
-
- ▲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가운데 뒷모습), 클라리네티스트 바예스테르(오른쪽 뒷모습), 첼리스트 송영훈(왼쪽 뒷모습). 이들이 빚어내는 절묘한 앙상블이 병원에 울려 퍼지자, 길을 걷던 환자도 의사도 발길을 멈췄다. /오진규 인턴기자 jinkyu@chosun.com
푸가 형식에선 세 악기가 모두 각자의 노래를 노래하고, 합주에선 마치 한 악기처럼 음색을 맞췄다. 지휘자도 없는데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다.
두 번째 음악은 브라질 작곡가 루이즈 시마스(Simas)가 작곡했다는 '행복한 순간들(Momentos felizes)'. 경쾌한 선율.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은선(가명·52)씨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아픈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며 했고, 구개 수술을 받은 초등학생 강호원(가명·9) 어린이는 "첼로 소리가 이렇게 섬세한지 미처 몰랐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공연 막바지. '탱고의 전설'로 불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Piazzo lla)의 '혁명(Revolucionario)'과 오페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 중 노래 세 곡을 연달아 연주하자 병원엔 휘파람과 박수소리가 가득 찼다.
이들의 연주를 듣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관객도 있었다. 박원종(26)씨는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고, 천식 때문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최미윤(16)양은 "신문 기사를 보고 일부러 다시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주를 병원에서, 그것도 환자들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공연문의 (02)2658-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