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가 터지면 사람은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깨닫는 것이 있다면 성찰을 하여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고, 깨닫는 바가 없다면 그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사망으로 몰고 간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교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눈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권 붕괴.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교권 붕괴 이전에 나왔던 교육 이슈는 학생 인권이었다. 그 당시의 문제점으로는 체벌, 학생의 참여기회 부족, 0교시, 반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 등이 있었다. 그래서 체벌금지를 법제화하고, 학교자치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0교시 폐지 및 야간 자율학습방침 개선이 이루어졌었다. 그리고 교육내용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었던 나선형 방식의 교육과정을 줄이고 교과간 통합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내는 일도 이때부터 일어났다. '교육의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일련의 교육의 변화는 이렇게 일어났다. 그러나 허점을 여기서 발생했다. 어디에도 교사를 신경써주는 교육개선은 없었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교사가 외면받은 것이다.
교육을 이루는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는 교사, 둘째는 학생, 셋째는 교육내용이다. 교육의 삼위일체라고도 부른다. 이번 일은 삼위일체가 무너진 후폭풍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떤 일이든 어려운 일은 없으며 희생을 감내해야할 순간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묻고싶다. 그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 다른 이야기로 바꿔 말해보자. 일제강점기 시기의 독립투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을 무릅쓴 것은 당연한 것인가?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텐데도 그들이 헌신한 것은 당연한 것인가? 대한민국이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아마 당사자들은 그런 것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 교육 현장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꺼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
아이들을 위해 뛰어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학부모에 의해, 때로는 동료교사의 의해 희생되는 교사의 사례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대안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에 대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를 하는 플랫폼에서 대안학교에 대한 것을 검색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퇴사이유를 조사하는 설문도 있었다. 처음에는 월급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간략하게 정보를 찾아봤는데 퇴사의 이유 순위는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퇴사이유 순위> (평가점수 50점 만점)
1위 : 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21점)
2위 : 이사회의 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25점)
3위 : 급여가 적다. (26점)
4위 : 동료교사와의 갈등이 있었다. (27점 - 평가자 사이의 편자 적음)
5위 : 미래발전 가능성이 적다. (27점 - 평가자 사이의 편자 다소 있음)
※ 대안학교 퇴사자 10명의 평가와 그들이 근무했던 3개의 학교의 평가를 종합한 것이다.
※ 위의 3개의 학교는 모두 대안교육연대 단체회원이고, 이 중에는 삶을 위한 교사대학 협동조합과 가장 관련이 깊은 학교도 있다.
1위인 '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위의 퇴사이유 중 유일하게 절반의 점수도 못 받은 항목이다. 대안교육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나마 이 정도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는 건, 통계적 비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공교육은 이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례가 몇 차례 더 발생한다면 교권의 강화를 위해 학생 인권이 논의되던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미 전조는 나타나고 있다. 0교시 부활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했던 일들은 교사의 희생을 낳았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아이들을 억압하는 명분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모순이 참으로 기가 막히지만 마음 한 켠에서 이를 납득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역사는 어리석은 자가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반복된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첫댓글 이걸로 얘기를 나누면 밤샘토론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