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 내 외국인 수용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참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고 참담한 일이었다. 그러나 언론에 화재 발생 이후 벌어진 사건들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이 화재로 인해 9명이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은 더 컸다.
당시 수용 시설 내 직원들은 수용자들이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이들의 도주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판단의 우선 순위였다. 사건 발생 3일 후까지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손목에도 도주를 막기 위해 수갑을 채워 놓았을 지경이다.
이 참사 사건이 터지자 언론들은 '특종'을 놓치기 않기 위해 매우 상세한 시간대별 보고까지 해대며 여러 충격적인 사실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가 분명한 증거도 없이 흘리는 '방화'설을 보도해 댔다.
이 사건이 5일 째인 지금 언론의 관심은 시들해지고 있고, 최종 조사와 수사가 완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방화'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방화설을 흘린 것은 이 참사의 진정한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면피하려는 비열한 의도였다. 이 사건으로 정부에게 향할 비난과 분노를 '불법 체류자 방화'라는 쟁점으로 피하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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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정부의 단속과 구금 정책이 가져온 필연적 사건이다. 코스쿤 셀림과 누르 푸아드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 사고를 예고한 것이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정부의 이런 술책과 언론들의 편승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이 참사 사건을 접한 이주노동자들의 비통한 심정을 면도칼로 다시 한 번 후벼 파는 행위다.
현재 우리는 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화재 현장 출입도 여전히 할 수 없고, 부상당한 피해자들도 이제야 면회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화재 당시의 사실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이들은 불안한 자신들의 체류 상태 때문에 지금도 매우 불안한 심정이다. 정부는 화재 사건 이후 병실로 옮겨진 한 부상자를 상태가 양호하다며 몇 시간 만에 청주 보호소로 보내 재구금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건의 핵심은 방화냐 아니냐가 아니다. 설사 방화라 할지라도 이 참사는 현재의 단속 정책과 수용시설이 유지되는 한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자신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져야 한다.
2005년 인권위에서 펴낸 외국인 수용소 실태 보고에 나와 있는 형편없는 처우와 반인권적 실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 12월 화성 보호소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단식을 벌이며 항의하다 여수와 청주로 강제 이송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이들의 큰 불만 중 한 가지는 이 수용소 처우였다. 또 이주노조는 일상적인 단속 때문에 조합원들이 끊임없이 단속돼 구금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들을 면회 갈 때마다 접하는 조합원들의 호소는 이번 참사와 같은 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단속과 구금 정책이 가져온 필연적 사건이다. 코스쿤 셀림과 누르 푸아드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 사고를 예고한 것이다. 따라서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무엇이든 이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김성남 씨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단지 허가되지 않은 업종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는 이유로 구금됐고, 7백만 원의 체불 임금 때문에 힘겨운 20여 일의 수용소 생활을 견뎌야 했다. 과연 허가되지 않은 직업을 가진 것이 그의 신체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할 만한 이유가 되는가? 이런 사연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수용소 내에 넘쳐난다. 또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수용소 생활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체불 임금, 퇴직금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강제 출국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자격과 취업을 엄격히 규제해 이들을 값싸고 부리기 쉬운 인력으로 사용하고, 미등록이 된 이주노동자들은 '범죄자' 취급해 쓰레기 버리듯 내다버리기 위해 잡아들여 추방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이런 참사는 언제든, 더 비극적인 사건으로 재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악랄한 차별과 억압 정책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 점점 더 깊숙이 뿌리 내리며 우리와 함께 섞이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인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이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즉각적인 요구뿐만 아니라 단속과 외국인 수용소 자체를 문제 삼으며 광범한 항의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한번 이주노동자들의 억압과 차별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켰다. 이 기회를 잘 부여잡고 광범한 세력들과 공동의 활동을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공동대책위원회'는 2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서울역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예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분노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함께 이 항의 시위와 도심 행진에 적극 참가하자.
첫댓글 아래에도 인권 교육에 대한 내용을 퍼왔지만...참 부끄럽습니다. 모두가 마다하는 3D 업종에 대부분 종사하며 불구가 되기도 하고, 단속을 당하여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70만(유입된 이주민 총수 89만의 80%가 노동자)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줄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함께 시위나 행진에 참가해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