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 성모 승천 대축일
(루카 1,39-56)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께서는
유다 산골에 사는 엘리사벳을 찾아가신다.
엘리사벳은 마리아께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신” 분이시라고 외친다.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바친다(복음).
마리아께서 승천하신 날입니다.
마리아께서는 곧바로 하늘로 들어 올림을 받아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그렇게 되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그것은 마리아의 삶을 잘 모르고 그분의 승천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천사가 예수님의 잉태를 예고할 때,
처녀인 자신의 처지를 포기하고 ‘주님의 여종’임을 솔직히 고백하십니다.
이로써 마리아께서는 이제 개별적 인간 마리아가 아니라,
주님의 여종으로서 철저하게 주님께 순종하면서 살아가십니다.
처녀인 마리아께서 주님의 거룩하신 어머니,
인류의 어머니로 불리게 되신 것은 주님의 은총이기도 하지만,
성모님의 신앙 고백적인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곧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축복의 표지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자신의 온 생애를 오로지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위하여 바치셨습니다.
그러한 성모님을 주님께서는 곧바로 하느님 나라로 들어 올려 주셨습니다.
우리 또한 성모님과 같은 삶을 산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현대 가톨릭 문학의 거장인 프랑스의 소설가 베로나노스가 쓴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시골 본당에 부임한 젊은 신부가
거룩하고 옳은 길을 걸으면서 겪은 고뇌와 고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골 신부는 사목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고통 속에서 하느님 은총의 참다운 뜻을 깨닫습니다.
소설은 신부의 이러한 독백으로 끝맺습니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모든 게 은총인 것을.”
엘리사벳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성모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하신 분이라고 말합니다.
많이 배워서, 가진 것이 많아서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사람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저울로
인간의 행위를 측량하시는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곧, 인간의 저울로 재면 권세 있고 부유한 이들이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저울로 재면 굶주리고 비천하게 살지만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정의로움입니다.
인류의 평화와 구원은
하느님의 정의로움을 믿고 살아갈 때 찾아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이 점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은총의 전구자이십니다.
허영자 마리로사 시인이 쓴 ‘전구자’라는 시의 일부를 묵상하며
성모님의 승천을 함께 기뻐합시다.
자비로운 전구자 (轉求者)
하늘과 땅 사이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는
무지개입니다.
천주님과 사람 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는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우리가 기쁘고 즐거울 때도
당신은 함께하시지만
더 많이 우리가 슬프고 괴로울 때
근심의 이마를 짚어 주시는 어머니
그러하기에
자비로우신 전구자이신
당신 승천의 영광은
저토록 광휘롭습니다.
성모 승천은 그리스도 안에서 산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구원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위로와 희망의 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