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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추위가 맹위를 떨친 한 주간이었다.
‘以冷治冷’ 으로 두껍게 얼은 江의 얼음을 깨고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과
겨울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强骨들을 부러워 하면서....
나로서 감히 冬季訓練은 하지 못하고 겨울산을 찾았다. ㅎㅎ
겨울산의 풍모로도 손색이 없는 가리왕산 (1561m)
맑은 날에는 멀리 동해 바다가 보이고, 계방산, 오대산이 하늘과 맞닿아 보이고
발왕산, 노추산의 줄기가 다가오며, 청옥, 두타에 이어져 멀리 소백산과 이어진다는 산....
지난 주와는 달리
온화하고 바람도 없는 날씨 때문에 두껍게 껴입은 내 모습이 둔하고
운신하기에도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다.
장구목이골에서 정상까지는 은근한 경사가 계속되어 숨 가쁘게 올라야 했다.
계곡의 물줄기는 얼어 붙었고, 고도가 높아갈수록 쌓인 눈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러셀은 되어 있었지만 발이 푹푹 빠져서 걷기 힘든 구간도 있어서 겨울산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정상 부근에는 樹齡이 오래 된 주목 군락과 뽀얀 속살을 드러 낸 자작나무들...
빨깐 열매를 매단 마가목도 가끔씩 보이고 등산로 주변에는 떡갈나무들이 군락하고 있었다.
군데 군데 故死木들이 하늘을 향해 無言의 메세지라도 전하는 듯 보였다.
冬天을 향해 지르는 그들의 함성은 무엇일까?
정상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사방으로 이어진 산맥들이 용솟음치듯 뻗쳐 나가는 형상이었다.
아쉽게도 視界가 투명하지 않아 멀리 동해 바다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年前 덕유산에서 만났던 완벽한 겨울 풍경을 기대하진 않았다.
올해는 아직까지 강원도보다 전라도 지방에 적설량이 많았기 때문에....
하지만 가리왕산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화려한 설경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연말에 쌓인 눈들이 남아있어
나름대로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산악회를 따라 온 산행이었지만 , 내내 혼자 걸었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 신청해서 산행을 한다. 어쩌면 혼자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산이 다른 계절에 비해 시간도 더 걸리고, 체력도 많이 소모됨을 새삼 경험했다.
장구목이골 - 삼거리 - 가리왕산 - 삼거리 - 중봉 -숙암리 ( 약 6시간 )
산행 後에 歸京 버스안에서 생각나는 두 사람 ~~
혼자서 冬節期에 백두대간을 종주한 여성 산악인 남 난희 씨와
홀로 산티아고를 순례한 畵家 남궁 문 씨의 글을 읽으며 혼자 걷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며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 남난희 : 1957년 경북 울진 출생
1984년 1월 1일부터 3월 16일 76일간 백두대간 단독 종주...
1986년 강가푸르나(7455m)를 여성으로 세계 최초 등정..
저서로는 " 하얀 능선에 서면 "
지리산 청학동에서 전통찻집 <백두대간> 운영..
정선 자연학교 교장으로 활동..
“철저하게 혼자 떨어져 지내면 어떻게 될까?” 라는 고민이
추운 겨울 홀로 백두대간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정신과 육체의 고통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
알아볼 요량이기도 했다. 20대에 뒤늦게 찾아온 영락없는 ‘사춘기’였다.
76일간 눈보라와 싸우며 걷는 동안 마주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
눈(雪)이 눈(目)앞을 가릴 만큼 쏟아져 하루에도 2.5Km도 걷지 못한 날에도
눈송이보다 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무 가지에 걸린 달을 희롱하기도 하고, 벌거벗은 나무를 부둥켜 안으면서도
상념은 항상 ‘나’를 맴돌았다.
山을 내려오니 다들 무섭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전 그 질문이 우스웠습니다. 무섭다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었으니까요.“
<책 69 page> 나는 드디어 했구나. 드디어 해내고 말았구나. 장한 내 다리를 만져보았다.
그동안 혹사시켜서 미안한 내 다리. 만신창이가 된 내 육신.
이제는 좀 더 나를 사랑해야겠다.
@ 남궁 문 : 1956년 군산 출생..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 졸업...서울 동성고등학교 미술 교사
‘산티아고 가는 길’ 저술...
“ 나는 혼자 산다.
그래서 혼자 떠나왔고, 그대로 혼자인 채로 혼자 걷고 있다.
혼자도 행복할 때가 있다.
둘이라서 항상 행복한 게 아닌 것처럼
혼자라서 항상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서 느낄 충만함은 없겠지만
약간은 허전한 듯한 行路도 싫지만은 않다.
둘이 걸으면서는 못 느낄 홀가분함을 만끽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으니까.
나는 혼자 걷는다.
너무 자유롭게 혼자 걷는다. “
- 남궁 문 ‘산티아고 가는 길 ’ 에서 -
2009. 1. 17 - yosan -
첫댓글 새해에도 여전하시네요....남난희씨가 요즘 한겨레에 일본시코쿠 1200킬로 도보순례여행 하시는 그분이신가요.......저는 아직 혼자걷는게 겁이나요......철이 덜 들었는지 아직도 뭔가 무서운게 많은가봅니다. 새해에도 건승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마자요. 나도 혼자 가는 건 아즉...청한님..우리 같이 가 볼라우? 무서워 하는 사람끼리..ㅎㅎㅎ
혼자서 하는 산행...처음부터 우리는 홀로여행者들이지요. 갈 때도 어차피 혼자 가야 하는 사람들..모처럼 요산님 얼굴 보니 반가움에 목젖이 울컥합니다. 남난희씨는 저도 같은 여자로서 참 존경할 정도지요. 남궁 문씨야 우리 비상님 친구니까 더더욱..ㅎㅎ새해에도 건강하시고..행복한 모습 늘 보여 주셔여~~!
여럿이 함께 산을 타면서도 결국은 혼자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것도 산인 것 같습니다. 천 미터가 넘는 가리왕산을 내려오면서 유난히 자작나무 숲이 아름다워 겨울나그네가 된 느낌을 받았던 산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산사랑이 크신 분들을 뵈면 왠지 인생을 달관한 느낌이 들어요. 산이 자연이 주는 섭리일까요?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트레킹,,,산티아고,,. 제주 올레,,,그렇게 걷는 꿈을 가끔 가져봅니다...백두대간 이것은 제게 너무 큰 꿈 같습니다.... 단백한 산행기에서 깊은맛을 느낍니다...풍요롭고 행복한 설날 맞이 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도 늘 꿈을 꾸곤 하죠~한적한 시골길 ,때론 가파른 산비탈을..눈덮인 산촌을....홀로 여행하는 꿈을.....여전 하신 우리 요산님,마음과 함께 잡는 손까지 따스한 온기가 느껴 지시는 분으로 기억 하고 있을께요...ㅎㅎㅎ답사도 오셔야지요
갑장님아~~~살아있었구료. 명절 잘 보내시구요. 올 한 해도 멋진 산행 많이 하세요.
겨울산 사진 보는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되었습니다..... 새해에도 산행사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