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딱딱한 조직문화 피해 강소기업 택한 신입사원들
조민희씨(28)는 지난달 홍보(PR) 전문회사인 '피알원'에 입사했다. 2006년 설립된 피알원은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업계를 대표하는 종합 홍보컨설팅 회사로 자리 잡았다. 정규직 비율은 88%이며, 이직률도 3%대로 매우 낮다. 더구나 지난 8월, 피알원은 서울시가 심사를 거쳐 인증하는 '서울형 강소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조씨는 피알원 기획조정실에서 기업을 홍보하는 업무를 맡아 회사 홈페이지나 공식 블로그, SNS 등을 관리하고 있다. 기존 회사에서 홍보 경력을 쌓았던 조씨는 경험과 전문성을 더 많이 쌓기 위해 피알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조씨는 "성장가능성도 높고, 직원들 간 소통이 잘되는 점이 좋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분야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청년 취업난'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가운데 청년 구직자들 중엔 다수가 선호하는 대기업 이외 기업으로 눈길을 돌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조직 문화가 좋다면 기업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대기업을 피한다고 말한다. '서울형 강소기업'에 실제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최계호 씨(27)는 지난달 IT 기업인 '스페이스링크'에 입사했다. 1997년 설립된 스페이스링크는 위성통신 기술을 선도하며 핸드드라이어 '바이오장풍' 등을 선보였고,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최씨는 스페이스링크에서 위성시스템 개발을 맡아 근무 중이다.
최씨는 대기업에선 못하는 다양한 직무 경험을 하고 싶어 스페이스링크를 선택했다. 그는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들을 보면 맡은 프로젝트만 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제안서도 쓰고 개발도 하고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업무에 치이지 않도록 칼퇴근이 보장되고,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최씨가 꼽는 장점이다.
지난달 울트라브이에 입사한 신입사원 이아련씨(29)는 원래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이직했다. 봉합사(녹는실)와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제조하는 울트라브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60억원으로 2011년 설립 때보다 약 4배 가까이 뛰며 지난달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근로자 전원이 모두 정규직이고, 청년 근로자 비율도 80% 이상으로 높다.
이씨는 울트라브이 해외영업팀에서 제품 수출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화장품이나 시술 등도 미리 이용해 볼 수 있고, 소규모인 대신 다들 친근한 분위기에 퇴근할 때 눈치 보지 않는 유연한 조직 문화 등이 강점이다. 대기업만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도 일하기 좋은 곳이 있으니 서울형 강소기업을 비롯해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꿈꾸는 최은희(25)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난달 한방차 프랜차이즈 기업인 '오가다'에 취직을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한방차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오가다는 지난 5월 기준 국내 140개 매장을 내고 미국 진출에 나서는 등 성장을 거듭하는 강소기업이다. 최씨는 "매장 인테리어를 맡고 있는데, 지역 특성에 따라 인테리어 시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