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29 --- 담쟁이덩굴이 보이는 한강에서
건물과 담장 사이에 꽃씨 하나 어떻게 들어갔지. 누가 뿌리거나 심은 것 같지는 않다. 억척스러운 강인한 생명력이다. 어떻게 그곳에 들어갔는지 그냥 궁금한 것으로 접어두면 된다. 꼬치꼬치 캐물을 일이 아니다. 음산함마저 거침없이 끌어안은 대단한 포용력이다. 누가 뭐라든 묵묵히 외톨이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언젠가는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나 포부를 지녔을 것 같기는 하다. 서둘지도 초조하지도 않다. 여하튼 어느날 불쑥 새싹을 틔우더니 의젓하게 꽃까지 활짝 피었다. 가까스로 찾아드는 햇살에 환한 눈웃음을 공간에 가득히 채우고 있다.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에 좋다.
한밤에 불빛이 한강을 타고 흐르듯 수많은 차가 줄지어 오간다. 궁둥이를 내보이며 가는 자동차는 벌건 불빛이고, 가슴을 내밀고 달려오는 자동차는 파란 불빛이다. 비록 오가는 불빛은 달라도 끝내는 저기 수많은 아파트가 솟아 있어도 찾아가야 할 곳 각자의 가정집이 있다. 시간만 달라질 뿐이며 집마다 간절한 기다림에 아파트 불빛이 지쳐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섣불리 멈출 수 없는 강물은 남한강에서 혹은 북한강의 먼 거리를 달려오기에 힘겨웠는지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내의 어지러운 불빛이 끼어들고 젖어 들면서 그래도 한시름 놓이는지 묵묵히 흘러가며 깊어지는 한강의 밤이다.
수직의 담벼락에서 담쟁이덩굴이 겁 없이 퍼포먼스를 한다. 쳐다보기에도 고개가 아플 만큼 가파른 수직의 담벼락을 어떻게 타고 올랐지. 대단한 클라이머로 별것 아니라는 듯 아주 태연하다. 특수한 손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디에 잔뿌리가 전부다. 허물어지고 절개된 시멘트 담벼락에도 담쟁이덩굴이 불쑥 나타나서 타고 오른다. 담벼락은 거대한 화판이 되고 일기를 쓰듯이 그려 놓는 만만찮은 끈기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매일 일정한 분량만 그리나 싶더니 여름철이 되며 제법 솜씨를 드러냈다. 무명 화가가 펼치는 한 폭 그림이다. 가을이 되어 붉은색으로 단장하며 고급스러운 카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