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궁중기록화
조선 화원, 꽃을 피우다
김용권(문학박사/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윤겸 황치석은 전통 방식 그대로 ‘궁중기록화’를 재현하는 작가로, 오늘날의 재현작가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재현이 ‘밑그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으며, 재료와 기법이 완벽하게 터득돼야만
비로소 진정한 재현작품이 탄생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윤겸(潤謙) 황치석(黃致碩) 작가는 20년간 쌓아온 기량을 담은 완성도 높은 ‘궁중기록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서민들이 즐겨 사용한 ‘민화’를 지속적으로 발표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궁중기록화’에 더욱 집중하여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야말로 조선시대 화원들이 오늘날에 다시 살아나 그린 것처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궁중기록화’로 크게 주목받은 시점은 2017년부터로, 이때부터 그는 보다 차별되는 활동과 격 높은 ‘궁중기록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를테면 그는 2017년, 운현궁에서 선보인 《조선왕조 궁중기록화》展을 시작으로, 허준박물관 12주년 기념 《장생을 위한 염원》展과 미국 뉴욕의 한국문화원 《조선왕조 궁중기록화》展 그리고 인사동 한국문화관정품관 갤러리 《조선화원, 꽃피우다》 展 등을 연이어 개최하여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정조세손가례반차도〉, 〈효명세자입학도〉, 〈철종가례반차도〉, 〈조선수군사열도(또는 조련도)〉, 〈수원화성야조도〉 등이 바로 옛 방식을 철저하게 따른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이를 위해 몇 년 몇 달에 걸쳐 조형적, 재료적, 내용적인 연구를 하면서 정성스럽게 작품 제작에 임했다. 그는 손과 팔에 마비가 오고, 잠을 못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병원을 오가면서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철종가례반차도〉는 이 세상에 없는 24m의 두루마리식 반차도로, 규장각 어람용 책에 나오는 ‘철종가례반차’ 장면을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상과 같이 윤겸 황치석은 전통 방식 그대로 ‘궁중기록화’를 재현하는 작가로, 오늘날의 재현작가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재현이 ‘밑그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으며, 재료와 기법이 완벽하게 터득돼야만 비로소 진정한 재현작품이 탄생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통해 조선 화원의 임무가 무엇이고 그들의 실력은 어떠했는지, 또 어떤 상황을 기록 그림으로 남겼는지 등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끝으로 황치석 작가는 ‘교육학 박사’로, ‘조선왕조문화예술교육연구소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그는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궁중기록화’ 재현을 선택해 열과 성을 쏟고 있으며 결국 성공적인 작품을 제작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황치석 작가는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원래 작가의 길이 그런 것이다. 지금처럼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고 깨우쳐 줄 수 있는 ‘궁중기록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