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났다”지만… 5세 소녀 73시간만에 구조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사망 1만7500명-부상 7만명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 넘어설듯
“시신 수습할 가방도 모자라” 호소
6일(현지 시간) 새벽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3일 만에 사망자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도 거의 7만 명에 다다랐다.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구조된 5세 소녀의 소식도 들려왔지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지진으로 육로, 하늘길, 바닷길 곳곳이 막히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만7513명이다. 몇 시간 만에 사망자가 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사망자가 1만4351명까지 늘어났으며, 시리아에서도 최소 3162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두 곳의 부상자를 합치면 최소 6만8000명으로 7만 명에 육박한다.
서방 국가와 국제 단체는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총성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까지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구조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지역까지 닿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공항과 항만을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 다리 등도 무너져 남동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호물품은 차치하고 구조대원들의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희망의 불씨가 희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사망자 수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1만8500명 사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만 명 넘는 목숨이 희생될 확률도 14%나 된다고 예측했다.
국제 구조 전문가 데이비드 루이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어떤 생존자는 지진 발생 20여 일 후에도 발견되지만 이는 온도, 식수, 음식량, 갇힌 방식 등 조건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앙인 가지안테프 등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은 한밤중에 발생해 안전한 곳을 찾을 시간도 없었기에, 건물 붕괴 당시 운 좋게 위층이나 지붕으로부터 지켜줄 빈 공간이 있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에 따르면 유엔은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후 5∼7일 차에 수색 및 구조 시도를 중단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는 “생필품은 물론이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모자란다. 얼마 뒤면 시신을 적절히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며 간곡하게 지원을 호소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