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75)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9)
~ 영일만을 돌아 포항에 이르다(흥환보건소 – 포항여객선 터미널 26.1km)
5월 17일(화), 새벽에 일어나 호미곶 해안으로 나갔다. 5시 15분의 일출시간에 맞춰서. 해안에 우리 일행 여러 명이 나와서 해돋이를 마중한다. 다행히 구름 없이 맑은 하늘, 5시 15분쯤 붉은 해가 머리를 내민다. 조금씩 둥근 부분이 커지더니 이내 온몸을 드러낸다.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경이로운 장면을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담기 바쁘다. 2년 전에도 해맞이를 나왔으나 수평선에 구름이 끼어 장관을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기억을 떠올리며 온전한 해맞이를 할 수 있어 기쁘다.
호미곶의 해맞이, 카톡으로 화면을 본 지인은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찬탄한다
새벽바람이 차다. 숙소에서 잠시 쉰 후 식당(충청도회식당)으로 향하였다. 아침 메뉴는 명태해장국, 맛있게 들고 7시 반에 버스에 올라 전날 도착했던 흥환보건소로 향하였다. 보건소 맞은편 공터에서 스트레칭을 한 후 중국인 왕펑 씨의 선창으로 ‘최고의 길, 해파랑길! 힘차게 걷자, 걷자, 걷자’를 외치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오전 8시에 마을 안쪽의 시골길을 따라 걷기 시작, 평탄한 길이 20여분 이어지다가 임도로 들어선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이 끝나는 가 했더니 다시 오르막,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두 시간을 걸어도 계속 이어진다. 시야가 확 트이는 고개 마루 양지바른 곳에 조성된 동산공원묘지가 일품이다.
임도 걷기 두 시간 지나 휴식을 취하며 싱싱한 오린지(전날 김경숙씨가 사온 것)로 목을 축인 후 한 사람이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풀이 우거지고 가시가 몸을 찌르는데다가 전날 내린 비와 무성하게 깔린 소나무 갈퀴 등으로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산행을 즐기는 신인섭씨가 임도의 장점을 설명한다. 시야가 넓고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어느 때나 걷기에 적절하다. 안전성도 등산로보다 높아 일반인들이 걷기에 알맞다고. 아마추어에게 솔깃한 정보다. 위험한 오솔길을 지나며 남녀노소 다수가 이용하는 해파랑길은 자전거전용도로나 임도 등 보행에 불편이 없는 안전한 길로 연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럿이 걸어도 넉넉한 임도
오전 11시, 세 시간여 임도와 산길을 걸어 차도로 내려오니 도구해변으로 연결된다. 해변의 공터에 앉아 쉬는 동안 김지수 대원이 도구해변이 영일만의 상징장소라며 그 유래를 설명한다. ‘신라 시대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이 부근(해달못)에 살았는데 연오랑이 바다에 나갔다가 바위 채 일본으로 날아가고 남편을 찾아 나선 세오녀도 역시 일본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통치자가 되었다. 그 후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뜨지 않아 연유를 살핀 즉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탈 때문, 신라왕이 일본 측에 두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그곳 통치자가 된 이들은 돌아갈 수 없으니 대신 그들의 터전에 신표를 부착하면 해와 달이 정상으로 뜰 것이라 하여 그대로 되었다. 그래서 이곳의 못을 해달못이라 하였고 지금의 명칭이 일월동(현재의 행정구역)이 되었다.’ 젊은 대원의 조리 있는 설명에 일동 박수.
11시 반, 도구해변 인근의 장수셀프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메뉴는 소고기찌게, 으식 솜씨에 자부심을 갖는 주인 내외가 정성으로 준비하여 밥맛이 좋다. 점심을 들고 12시 20분에 오후 걷기 시작, 백미숙 대원이 구호를 선창하고 박성원 대원이 깃발을 든다. 30여분 걸으니 청포도문화공원에 이른다. 10여분 휴식, 강호갑 총대장이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에 대하여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한다.
청포도문화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단원들
청포도문화공원에 육사의 시, 청포도가 새겨져 있음을 상기하며 그의 또 다른 애송시 광야에 관한 소견을 덧붙였다. 외국여행 때 자주 맞닥뜨리는 산맥과 광야를 볼 때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로 시작되는 육사의 시, 광야를 떠올린 사연과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이 바다를 연모해 달려가는 이미지의 소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한 편으로 백두대간 다른 편으로 동해를 끼고 걸으면서 한국, 백두대간, 동해를 더 깊이 천착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내 이야기의 요지. 이어서 명단심 대원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두렴‘의 청포도 전문을 낭송하였다.
청포도문화공원을 출발하여 한 시간쯤 걸으니 제철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는 포항제철 거리를 지나 호수처럼 아름답게 가꾼 형산강 하구로 들어선다. 다리건너 강변의 그늘진 곳에서 휴식하는 동안 먹음직스런 팥빙수가 하나씩 전달된다. 강호갑 대장이 결혼 37주년을 맞아 대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전하는 부부사랑의 증표, 뜻깊은 날의 선한 베풂이 두 분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웅변한다. 남은 때,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라.
형산강하류에서 포항항구롤 이어지는 둑길을 걸어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4시, 26.1km를 여유롭게 걸었다. 인근의 숙소(릴리모텔, 2년 전에 투숙했던 곳이다)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 일부대원은 병원으로 백화점으로 볼 일 보러 가기 바쁘다. 인근식당(영일돼지국밥)에서 저녁식사(메뉴는 동태찌개)를 하고 숙소에 돌아와 하루 일과를 기록하고 풍광을 전송하느라 분주하다. 오늘부터 날씨가 더워진다. 내일은 기온이 더 올라가고 걷는 거리도 늘어난다. 컨디션 조절하며 잘 대처하자.
항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살피며 걷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