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지심도 선착장을 떠나 지하철 "신평"역을 맞추어 놓고 차는 출발한다.
시내에 들어가기 전 교통사정을 보아 밀리면 이곳에서 지하철로 부산역으로 가는 것이 빠르니까.
지금 이 계절은 거제도도 섬전체가 꽃천지이다.
길의 한켠은 유채밭에 꽃이 낮게, 다른 한켠은 벗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앞 자리에 앉아 깜빡 졸고나니까 차는 벌써 터널과 거가대교를 통과한 후 부산으로 진입하였다.
차는 "내비"에서 가르키는 길을 가지 않고 갈대로 유명한 하단,
70년대 처와 데이트하던 "에덴공원" 아직 그대로인지는 몰라도, 를 지나
고신의료원, 송도, 자길치를 거쳐 비교적 빠르게 부산역에 도착한다.
아마 "내비'를 믿고 따라온 다른 차는 좀 헤매일 것같다.
출발하려면 시간이 넉넉치 않아 전에 한번 가 보았던 역부근 "돼지 국밥집" 을 찾아 갔다.
이런 종류의 음식은 펄펄 끓는 솥에서 그냥 퍼담아 주면 되니까
시간이 없을 때 시키면 좋다.
밥까지 말아 주니 설거지할 그릇하나 줄이고
반찬은 부추무침과 김치 한가지, 풋고추, 양파와 마늘, 된장과 새우젓이 전부.
나는 이런데서 절대로 고추는 먹지 않는다.
보기만 해도 매워보이네. 그리고 생마늘도, 먹고 나면 냄새가 나니까.
한참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야되는데 주위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다.
옛날 생각이 난다.
20연도 더 지난 시절, 호주 멜본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금요일 저녁에 먹은 마늘이 월요일 오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뚱뚱하고 마음씨 좋은 아일랜드 아줌마가 "닥터 유, 지난 주말에 마늘 먹었지?".
국밥에 부추무침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된디.
뜨거우니까 반드시 "후 후"불며 먹을 것.
한입 떠 먹으니까 돼지 잡맛은 나지 않고 뭐랄까? 형용할 수 없이 그냥 맛있다는 말밖에.
이 때 대구의 손효돈선생이
"참 맛있다. 내 생전 이렇게 맛있는 국밥은 처음이다. 또 오고 싶은 집이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나와서 식당의 사진을 찍고
주방을 둘러 본다.
아줌마가 아까 나가서 사진 찍는 것을 눈여겨 본모양이다.
사진을 찍으며 물어본다.
"전에 옆에 돼지국밥집이 있었잖아요?"
3년전에 식당 문을 닫았단다.
자기는 이곳에서 20년째 문을 열고 있고,
여기에 오기전 20년을 하였다며,
"시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이것 뿐이예요"
"맛이 좋아요"
"그럼요, 냉장고를 보여드릴께요. 이게 어제 들어온 국산돼지고기입니다."
앞에 있던 다른 아줌마가 질색을 하는데 인척간이란다.
냉장고 속의 돼지고기, 냉동이 아니라 냉장육이다.
아리랑 호텔 바로 옆의 이 길로 들어가면 나온다.
저런 인공조형물로 서있고
나오면서 찍은 밤의 부산역.
언제 부산을 가서 역부근에서 시간도 없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싶으면
이집을 강력히 추천한다.
따끈한 돼지 국밥 한그릇에 오천원이다.
첫댓글 곰탕보다 더 맛이 있나요 ? 물론, 주관적이겠지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것과 비슷한 질문입니다. 이건 이것대로 맛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