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공항 도시의 핵심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접지역들을 부챗살처럼 연결해 항공 이용객 누구나 쉽게 드나들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 공항이 목적지인 승객뿐 아니라 ‘환승고객’까지 품을 수 있다. 월시는 “미래형 공항의 경쟁력은 분야별 최적 파트너들을 골라 강력한 팀을 구성하는 데 달렸다. 이 팀이 최상의 서비스를 발휘하는 ‘오케스트라형’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고객 다변화다. 공항의 기존 고객은 여행객과 항공사였다. 앞으론 공항 이용객이 중요한 고객 범주로 자리 잡는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나 환송·영접객들이 공항에 들렀다가 다양한 점포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올리버와이먼 서울지사의 정호석 대표는 “공항 환승객과 인근 주민, 젊은 쇼핑객을 겨냥한 판매액이 주요 공항 매출의 절반을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항 운영회사 매출에서 이착륙 비행기가 아닌 주변 시설 관련 매출 비중은 많아야 30% 정도였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환승 여행객은 566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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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공항을 꿈꾸는 인천공항의 미래는 어떨까. 지난 24일 싱가포르의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ACI의 공항서비스평가(ASQ) 시상식에 참석해 ‘2011년 세계 최고 공항상’을 받았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공항 주변에 다양한 테마 시설들이 부족하고 김포공항과의 역할 분담도 보완할 점이 많다.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란도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뜨겁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이렇다.
우선 테마 공항도시로의 도약이다. 세계인이 즐겨 찾는 비즈니스·문화·레저의 명소가 되기에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처럼 풍부한 배후 복합시설이 부족하다. 네덜란드·홍콩·프랑스 등 선진 공항들은 앞다퉈 복합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도 컨벤션·호텔·쇼핑시설 조성을 추진하지만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못하다. 동아시아의 인천공항 경쟁자는 하나같이 버거운 상대들이다. 중국 상하이(푸둥)·베이징, 홍콩 첵랍콕, 싱가포르 창이, 일본 나리타 등이다. 창이공항과 베이징공항은 ACI의 세계 최고 공항상 순위에서 인천공항에 이어 2, 3위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다음은 김포공항과의 관계 설정이다. 일본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의 관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나리타공항은 국제선, 하네다공항은 국내선을 주로 맡는 2원화 체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도쿄 이외 거주자들이 해외로 나갈 때 지방-하네다-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겪었다. 일본 29개 도시 항로가 있는 인천공항을 이용할 정도다. 결국 일본 정부는 나리타의 국내선을 보강하고 하네다의 국제선을 부활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엔 두 공항의 차별화에 문제가 생겼다. 올리버와이먼 서울지사의 신우석 이사는 “다행히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간 환승이 나은 편이다. 전철로 연결되고, 전용고속도로가 뚫려 있어 환승 비용·시간 차원에서 경쟁력이 있다. 다만 나리타와 하네다의 고민처럼 인천과 김포가 차별화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가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인천공항 민영화 관련법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현 정부에선 물 건너간 분위기다. 하지만 복합시설 조성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해 완전 민영화는 아니라도 100% 정부 지분 중 일부는 매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공항업계의 주장이다. 국민 세금으로 인천공항을 운영하면 투자나 수익 차원에서 글로벌 공항회사로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얘기다. 특히 공항과 인근에 다양한 복합시설을 구축하려면 민간투자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국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게 넘기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