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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ditor's note
2005년 1월 11일 언론은 일제히 미국 진보경제학계를 대표하던 경제학자의 부음 소식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학자 가운데 한 명이며 경제학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로버트 L. 하일브로너가 85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는 기사였습니다. 20여 권에 이르는 그의 저서 가운데 각 기사에서 대표작으로 소개된 책은 바로 그의 처녀작인 《세속의 철학자들(Worldly Philosophers)》이었습니다. 그를 세상에 알려준 이 책은 미국과 세계 각국 경제학과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번역 소개된 바 있으며 당시 좌우진영을 막론하고 경제학 전공자들의 필독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 책의 제목 ‘세속의 철학자들’은 1953년 초판이 나올 때부터 줄곧 논란거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실 속의 학문으로 경직되어만 가던 경제학이라는 용어 대신 돈과 인간에 관한 세속철학으로서 경제학의 의미를 강조하며 저자가 제시한 이 제목은 출판사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으며 책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팔려나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수정을 요구받았다고 합니다. 독자들도 낯설게 받아들였음은 물론이고요. 그럼에도 ‘다행히’ 끝내 바뀌지 않았다고 저자는 제7판인 이 책 서문에서 처음으로 제목에 얽힌 일화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간 국내에 두 차례 번역출판될 때도 제목이 ‘경제학의 거인들’ ‘세계를 움직인 경제학자들’ 등으로 바뀌었던 것을 보면, 영어권이나 비영어권 모두에게 참 생소한 제목이긴 한가 봅니다.
저희 역시 제7판 책을 펴내면서, 제목을 놓고 상당히 고심하였습니다. 아무도 경제학 책인지 모를 거라는 우려와 서점의 철학 코너에 진열되어 경제학 서적을 찾는 독자나 철학 서적을 찾는 독자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말 거라는 비관적 예측, ‘세속’이라는 단어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거부감을 지적하는 의견 등, 원제를 우리 실정에 맞게 바꿔야 할 이유는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희도 결국 원제를 그대로 살리기로 하였습니다. 비판경제학의 방법론을 정립한 인물로 평가 받는 저자의 연구와 문제의식 및 그의 분석적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 책은 수식과 도표로 계량화되는 경제학, 과학에 경도되는 경제학, 정치적 논리로 이용되는 경제학 모두와도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그것도 우리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학자들의 고민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사상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명성을 얻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영향력에 비해 우리에게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위대한 경제학자들’에 관해 다루면서, 그것을 낱개의 줄거리로 병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의 ‘비전’이라는 큰 틀 안에 일관하여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못지않은 필력으로도 명성을 얻은 저자의 탁월한 글 솜씨는 딱딱한 이론들을 알기 쉽게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개인사와 접목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제출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전공자들이나 경제이론을 처음 접하는 고등학생들, 교양서적으로서 생애 단 한 권의 경제학 입문서를 원하는 일반인 등 고르고 넓은 독자층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여러 분야에서 과도한 양극화와 빈부격차 확대 등 자본주의적 모순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경제의 동학이 무엇인가에 문제의식을 맞추고 경제사상의 본질과 의미를 추구하는 이 책은 사회적 모순으로 신음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에서 일반인들도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훌륭한 경제학 입문서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경제학은 우리가 속한 세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경제체제의 본질과 논리에 대해 철학적인 분석을 하는 학문이다. ―로버트 L. 하일브로너
이 책의 개요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하여 슘페터에 이르기까지 250여 년에 걸친 22명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경제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시대상황과 경제학자의 생애를 통해 그들이 경제학 이론을 창안하게 된 동기를 찾아내고, 그 이론이 역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각 이론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줄거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보다인간적인 경제에 대한 저자의 비전은 출간 이래 시공을 넘어 젊은 경제학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저자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지켜본 뒤 펴낸 일곱번째 개정판이자 최종판인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을 완전히 새롭게 써서 추가하였는데, 과학에만 경도되어 현실 설명력이 급속히 떨어져가는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고 21세기 경제학의 새로운 목표, 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징과 의의
1. 반세기 넘게 경제사상의 대표적 입문서로 꼽히는 경제사의 고전
1953년에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개정판을 거듭하며 1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400만 부나 팔린, 경제학 전문서적으로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이다. 첫 출간 후 입소문을 타고 아이비리그에서부터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책은 출간 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미국의 경제학도들뿐만 아니라 경제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으며, 이제는 고등학생들의 경제학 교과서로까지 채택되는 등 그 독자층이 한층 넓어졌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제학의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원론》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책은 지난 1980년대 한국에서 제5판이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으며, 지금껏 경제학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인기에 대해 “경제학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진입 지점이다. 그리고 전기와 경제사 및 경제사상은 경제학을 뚫고 들어가는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 경제사상의 핵심을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풀어낸 경제 이야기
자타가 작가로 인정하는 저자의 뛰어난 글 솜씨와 유려한 문체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사상의 핵심을 쉽고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다. 또한 철학자, 광인, 성직자, 증권브로커, 혁명가, 귀족, 미학자, 회의론자, 방랑자 등 인생경력도 다채롭고 성격도 각양각색인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 가운데 유별난 특징을 자세히 소개하여 그들의 경제사상과 개인사의 유관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자본주의사회의 소란스러운 진화와 복잡한 동학을 파악하려는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창조성이 가득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일브로너는 그 극적인 이야기들이 오늘의 시대와 미래 전망에도 깊은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경제학 서적을 읽는 것은 곧 먼지 날리고 지루한 글들의 사막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는 고정관념을 기분 좋게 뒤집었다.
3. 변화한 시대상과 문제의식이 반영된 저자의 마지막 개정판
일곱번째 개정판이자 그의 죽음으로 인해 마지막 개정판이 된 이 책은 그 어떤 개정판보다 저자의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종전의 오류를 바로잡고, 저자의 견해가 잘 드러나도록 강조하는 부분과 해석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흥미로운 경제사상가들의 연대기로 단순 나열되는 기존의 한계를 넘어 내용상 서로 밀접하게 맞물리는 줄거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비전’이라는 변화하는 개념 속에 그 줄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11장을 새롭게 썼다. ‘세속철학의 끝?’이라고 제목을 붙인 마지막 장을 통해 저자는 경제학에서 과학이 새로운 비전으로 부상하고 자본주의가 사라지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경제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본성의 힘과 정치적인 인간의 사회생활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21세기에 세속철학이 쓸모가 있기 위해서는 심화와 확장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 책이 그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4. 한국 경제학의 비전 상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경제의 문제의식
한국의 경제학에 대해 다양성이 결여되고 현실적합성이 부족하다, 공리공론이 많고 사실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연구가 적다, 너무 수학적이고 분석적이며 어려워서 실제 생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유주의 이념에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등 경제학계가 수용하고 해결해 나가야할 비판이 적지 않다. 경제학 교육에 있어서도 가르치는 이론이 너무 서구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은 너무나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받아들여져서 경제학 비전공자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에서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과 같은 경제학의 비전 상실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제도주의 경제학, 포스트케인스주의 경제학 등 다양한 입장의 경제학도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있다. 위대한 경제학의 전통을 유지하는 한편 현대 주류경제학에서도 전체 사회를 조감하는 비전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현실과 경제학 간의 괴리를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
제7판 서문 경제사상의 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
저자가 앞서의 그 어떤 개정판보다 심혈을 기울여 제7판의 개정 작업에 임했음을 잘 보여주는 장. 변화한 시대상과 저자의 문제의식, 각 장의 내용을 묶는 하나의 줄거리를 자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책의 제목을 둘러싼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chapter 1 서론 : 흥미로운 모험과 위험한 탐구의 학문
경제학은 사회역사의 질서와 의미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은 위대한 철학자들과는 달리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그들의 생각은 세계를 뒤흔들었고 그들의 오류는 큰 재앙에 버금가는 폐해를 초래했다. 이 책은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식별한 여러 사회유형을 통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뿌리를 발견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 더불어 그러한 과정에서 위대한 경제학자 개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개성이 다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상은 그 사상을 빚어낸 인간의 흔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chapter 2 경제혁명 : 새로운 비전의 탄생
상당히 오랜 기간 인류는 관습과 명령으로 움직이는 사회 속에서 살았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경제학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 어떤 혁명보다 더 근본적으로 사회를 뒤흔든 혁명이라 할 만한 과정을 통해 시장체제의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이러한 사회를 설명하고 분석할 필요에 의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하게 된다.
chapter 3 애덤 스미스의 놀라운 세계
멍청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기로 유명한 철학자 애덤 스미스는 자연이 아니라 노동이 ‘가치’의 원천임을 파악한 위대한 통찰로 유명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긴 그의 대표적 저서 [국부론]은 “한 인간의 위대한 사상뿐만 아니라 당시대 전체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침착하고, 완고함에 빠지지 않고, 악의를 품지 않으면서 철저히 비판적이며, 몽상적 이상에 빠지지 않고서도 낙관적인 사람이었던 애덤 스미스는 중세적 특권과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이기적인 경제활동이 가져올 긍정적 결과를 강조했다.
chapter 4 맬서스와 리카도의 우울한 예감
동시대에 살았던 맬서스와 리카도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선된 세계에 대한 전망을 뒤집는 이론으로 당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맬서스는 인구증가가 모든 생존수단의 증가를 앞지름으로써 결국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 보았고, 리카도는 지주계급이 모든 계급의 이익과 대립되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지주계급과 노동자에 치이게 된 자본가는 결국 몰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chapter 5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꿈
뉴래너크라는 공동체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상적 협동마을을 꿈꾼 입지전적인 인물 로버트 오언, 귀족출신에서 사회주의자로 거듭나고 급기야 스스로 산업종교를 창시하게 되는 생시몽, 기인인 정확히 말하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평가받는 푸리에가 주창한 팔랑스테르라 불리는 휴양지형 이상 사회 등 경제학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공상적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보고 있다. 독특한 삶을 산 그들은 경제학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자본주의의 시장 교환 관계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저자인 하일브로너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을 다룬 이 장에서는 사회주의자로 변신한 존 스튜어트 밀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정치경제학 원리]라는 책을 통해 정의와 자유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를 꿈꾸었다.
chapter 6 카를 마르크스의 냉혹한 체계
혁명으로 들끓는 유럽에서 분노한 천재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들고 등장했다. 엥겔스와의 합작품이라 할 이 선언을 통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한다. 한동안 지구의 한쪽 편에서는 종교적 지도자에 버금가는 숭상을 받고 다른 편에서는 악마의 취급을 받았던 마르크스이지만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세상을 설명하고 조명하며 해석하려는 한 사람의 경제학자일 뿐이었다. 급진적 사상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결국 영국에서 비참한 망명생활을 하게 된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적 동지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후원자이기도 한 엥겔스의 이야기가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chapter 7 빅토리아시대와 경제학의 지하세계
19세기 후반의 진보와 낙관주의라는 안정된 무역풍을 타고 호경기를 누리던 빅토리아시대에 그에 반하는 이론을 제시한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지하세계’를 형성했다. 경제학을 사회에 축적된 쾌락의 몫을 놓고 경쟁하는 인간의 쾌락 메커니즘으로 파악한 에지워스, 비웃음에 가까운 신랄한 유머로 당대 경제 세계를 비판한 바스티아, 지대 제도의 폐기를 주장한 헨리 조지, 저축을 경기침체의 원흉으로 본 홉슨 등이 경제학의 지하세계를 구성하며 자기만족에 차 있던 당대 경제학에 경종을 울렸다. 그에 반해 빅토리아시대의 축복을 받은 당대의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인 마셜은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경제학의 개념적 혼란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chapter 8 베블런의 눈에 비친 야만사회
미국 사회에 융합되지 않았던 노르웨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괴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 덕분에 이방인의 시각을 가지고 미국 사회를 냉철히 분석해낼 수 있었다. 그는 저서 [유한계급론]을 통해 현대사회가 야만사회에서 진화하지 않았음을 고발하고 있으며, [기업이론]을 통해 기업가가 사회의 깽판쟁이 역할을 하며 장차 기업가에 대항할 기계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chapter 9 케인스의 이단론
상류층 부모에게서 태어나 다재다능한 엘리트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케인스는 돈과 명성을 동시에 거머쥔 선택받은 인간으로 일생을 살았다. 그는 전후 유럽질서의 확립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장기적 경기 침체의 진단과 치유책으로 정부의 개입을 적극 주장했다. 그는 경제학자의 이상적 모습에 가장 근접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chapter 10 슘페터의 모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가의 혁신적 활동을 옹호하며, 불황의 형태와 이유를 분석한 슘페터는 자기중심적이며 귀족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겨우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케인스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적 생활에서 그의 진정한 적수는 마르크스였다. 그는 자본주의는 생존가능한가라는 문제에서 마르크스가 제시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제시한, 온화하고 관료적인 계획경제라는 사회주의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마르크스를 눌렀다.
chapter 11 세속철학이 끝?
경제학 곧 세속철학은 자본주의가 낳은 자식이며 자본주의 아래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보면 경제학의 새로운 비전으로 과학이 등장하고 자본주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세속철학은 앞으로 몇 세기 동안은 스웨덴 모델을 대표로 하는 몇몇 자본주의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나아가는 데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비전으로나마 도움을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자후기 하일브로너의 생애와 사상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저자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하일브로너에 대한 소개는 매우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 경제학 교수이자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인 역자가 미국 진보경제학계를 대표해온 저자의 생애와 사상, 경제학에서의 위치를 본격적으로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소개
1919년 4월 24일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출생. 그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남성의류 소매 체인점을 창업해 상당한 돈을 번 인물이었다. 하일브로너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 전속 운전사가 10여 년간 아버지의 대리 역할을 해주었는데, 가족들은 그를 아랫사람으로만 대했다. 하일브로너는 이 대리 아버지가 받는 부당한 대우에 분개했던 감정이 뒷날 자신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936년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한 하일브로너는 소설을 전공할 계획이었으나 케인스주의자에서 전후 미국 내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변신한 폴 스위지의 강의를 듣고 경제학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조지프 슘페터 등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 아래서 공부를 하게 된다.
1940년 하버드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하일브로너는 아버지가 창업한 남성의류 소매 체인점에서 잠시 일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연방가격관리국을 거쳐 육군정보국에 소속되어 일본군 포로들을 면담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 후 월스트리트의 물자회사에서 몇 년 동안 일한 하일브로너는 잡지에 경제관련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1946년 뉴스쿨대학교 사회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하일브로너는 그곳에서 아돌프 로웨 교수와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은 그의 대표적인 책, 『세속의 철학자들』 초판(1953)의 인큐베이터가 되었고 그 후 40년에 걸쳐 그가 경제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내는 데 도약대 역할을 해주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세속의 철학자들』이 출판되어 대중적 인기를 누리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지도교수들이 학위수여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10년이 지난 후인 1963년에야 논문 「경제사회의 형성(The Making of Economic Society)」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그해 뉴스쿨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어 30년 후 퇴직할 때까지 교수직을 유지했으며, 1971년에는 미국 경제학회 집행이사와 부회장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2005년 1월 4일 85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일브로너는 학자로서 많은 명예를 누렸고, 사상 최고의 경제학 서적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늘 학계의 주류 경제학자들과는 떨어져 있었다. 좌파 경제학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었던 그는 다른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대가다운 문제의식과 권위 있는 글 솜씨로 독자들을 정치경제학과 공공정책이라는 복잡한 문제로 이끌고 가서는 핵심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하일브로너는 전공인 경제학을 넘어서서 현대의 위대한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세속의 철학자들』 이외에도 20여 권의 저서를 냈으며, 주요 저서로는 『The Limits of American Capitalism』 『An Inquiry into the Human Prospect』 『Twenty-First Century Capitalism』 『Behind the Veil of Economics』 『Marxism: For and Against』 『The Debt and the Deficit, with Peter Bernstein』 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 책
-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2016.09
-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