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이혼에 관한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대하여,
부부는 본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이니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신다(복음).
혼인은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가벼운 계약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르심에는 그에 합당한 소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혼인 예식 때 하느님과 배우자 앞에서 자신의 인격을 걸고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서로가 한 몸이 되라는 혼인의 신비는
그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한집에 산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약한 점과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품어 주라고 주님께서 부르신 것입니다.
영적이고 정신적인 참된 가치관을 가지고 주어진 운명을 지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라는 부르심입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이런 혼인의 부르심에 끝까지 충실한 부부는
세상에서 출세와 성공을 한 그 어떤 누구보다도
소중한 것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혼인하여 가정을 일구고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을 많이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겪는 가운데 자신의 배우자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의 위기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곧 십자가의 길이 그렇고, 사제나 수도자의 길이 그러하듯,
부부 생활에서도 적어도 세 번은 쓰러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쓰러짐은 도저히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게 다가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부르심에는 이러한 위기가 따르기 마련이고,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그러한 위기를 이겨 내며 다시 일어섭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고, 교회의 역사 안에서
수많은 신앙인들이 그러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한 몸이 된 부부들 또한 쓰러져도 일어서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를 원하시고, 또한 그렇게 일어서도록 힘도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19,6)
부부는
하느님의 중매로 맺어진
귀한 인연이라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신의를 지키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을
하느님 앞에 서약한 이들이
끝까지 인내로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현세의 순교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