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9일 달날
날씨: 562. 미세먼지 수치다. 100. 초미세먼지 수치다. 이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겪은 일: 일어나기, 씻기, 집 나서기, 5분수학 내기, 커피 내리기, 모두 아침열기, 고금란 시의원 선거 공부, 선생이 이끄는 선거 공부, 점심, 노학섭 선생님과 글모음 보내기, 모두 몸놀이, 함께 마침회, 저녁, 교육연구모임
제목: 어린이와 청소년
날이 정말 좋지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주말 사이에 비가 왔는데 미세먼지는 아껴놨다가 달날에 짜잔!하고 나타나는 것인지. 이렇게 안 좋을 줄 모르고 창문 활짝 열어두고 나왔는데. 집을 나서는데 서울시장 재보선 공보물을 챙긴다. 다음주 물날에 어린이모임 이끄미 선거를 하는데 진짜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어떤 형식과 공약으로 나오는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냥 지나칠뻔 하다가 서둘러 비밀번호를 누르고 다시 공보물을 가지고 나온다. 달날이라 그런지 버스도 빨리 안 오고 차도 많이 막힌다. 본디 오던시간보다 5분 늦게 닿았더니 선율이가 학교에 먼저 와있다.
오늘은 과천시의회 고금란 의원을 모셔 선거 공부를 한다. 진짜 시의원이 수업을 해준다니. 어린이들은 많이 놀랐을거라. 사실 지금 5학년과 6학년 어린이들은 지난해 고금란 의원의 수업을 한 차례 받았다. 5학년 어린이들은 되새길 수 있어 좋고, 4학년 어린이들은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아- 그런데 수업 태도가 썩 좋지 않다. 찔리는지 내 눈치도 보고 자기들끼리 중재도 하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 이제 높은샘이니 선생 도움말보단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공부라 여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수업이 마무리될 쯤 진정이 된다. 이런.
고금란 의원과 함께하는 공부를 마치고선 선생이 이끄는 공부다. 공보물을 하나 씩 나눠준 뒤, 공보물을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다 읽었으면 다른 어린이들에게 전해주는 것. 후보들 재산이 가장 궁금한 모양이다. 재산은 천원 단위로 나오는데 어린이들은 그걸 모르고 “아니 이 사람은 칠천백십칠원이 전 재산이야! 너무 가난한 거 아니야?” 하하하. 공직자들이 재산은 왜 공개하는지, 병역 의무는 왜 공개해야하는지 어린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준다. 마침 양심적병역거부를 한 사람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있어 연결지어 들려주기 좋다. 공보물을 돌려보는 까닭은 이렇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있고 과연 어린이들 마음에는 얼만큼 닿아있는지.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 마음에 닿는 공약을 얼마나 갖고있는지. 내가 투표권을 가진 서울시민이라면 누구에게 표를 주고 싶은지 말이다. 낱말들이 어려운 탓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떠올려보니 정치하는 사람들의 공약이 어린이들 마음에 닿을리 없다. 어려운 낱말들이 가득하고,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될까. 한 후보 공보물 가운데 고척 스타디움 (야구장) 사진이 있었는데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 몇은 그 사진 한 장이 있다는 까닭으로 그 후보를 지지한다. 크크크. 역시 어린이는 어린이인가보다. 그리고 돌아가며 그 어떤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발표한다. 여러 까닭이 있지만 역시 공약보단 정당과 사진 중심으로 흘러간다. 집에서 듣고 보는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래. 학교교육만큼 중요한 건 가정교육이겠지.
곱씹어보니 몇 해 전, 투표 연령이 낮춰진 때가 떠올랐다. 꽤 여러 해 앞서 청소년, 비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외치며 투표 연령을 낮추는 움직임이 컸었다. 그들에겐 투쟁이었다. 머리를 밀며 눈물을 흘리며. 그 현장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넘겨짚어 알 것 같았다. 뚜렷한 건, 단지 투표권을 바란 것은 아닐 거라. 이 사회속 구성원으로 목소리를 더 내고 싶다는 것인데. 오늘 공보물을 보니, 어린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어린이들은 몰라도 된다. 왜? 그들에겐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18세에서 8세로 확 낮추자는 말은 아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린이, 청소년을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들을 어떤 곳에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어떤 이들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떠오르는 몇 사건들이 있다. 99년 9월 9일 인천 콜라텍 화재 사건, 치솟았던 청소년 자살 비율. 세월호 참사.
하루생활글을 쓰는데 다솜이와 지수가 무릎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들 처지에선 전화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부모님의 잔소리를 받지 않을 것이고(?) 뭐 꿈같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꿈같은 이야기 때문인가. 어린이들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 하루생활글을 보다가 나온 이야기라 어린이들이 투표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다솜이는 “그건 또 그러네”라고 했고, 지수도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과천에 사는 지수, 의왕에 사는 다솜이도 저마다 사는 곳에 시장이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하지 않을까. 살고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의견을 내고 결정할 수 있는 장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래. 내가 너희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구나. 오늘 내가 한 말이 얼마나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스쳐지나갈지라도 한 번은 들어보면 좋겠다 싶다.
난데없는 이야길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단순한 물음이라는데. 툰베리가 그랬고, 아수나로가 그랬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첫댓글 이런 논의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주체들 중 어린이들이 가장 자기 권리나 인간 주체로서의 삶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가장 보호받고 대접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목소리 내기가 참 어려운...
저는 어린이일 때 어른들이 꼬마라고 부르는게 그렇게 싫었는데 ㅋㅋ 갑자기 그 생각도 나고 ㅋㅋ
암튼 아이들과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