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다. 메밀은 일찍이 흉년에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눈이 횅할 때 구황식물이었다. 요즘은 세상이 한참 뒤바뀌어 너무 배가 부르다며 먹기 싫어 여기저기 입맛 따라 이것저것 찾아다니면서 챙겨 먹고 허리띠를 푸는 기호식품이 되었다. 완전히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 꼴이다. 어찌 보면 마음도 입맛도 돌고 도는 것이다. 푼수에 변덕도 있지 싶다. 더 나아가면 뽐내면서 과시욕도 있다. 같은 음식이나 물건도 싸면 안 사다가 비싸서 남들이 혀를 찰 때 보란 듯 다가가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아무리 제멋에 산다고는 하지만 좀은 악취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때는 정말 보잘것없던 것이 지금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서 웰빙식품이라고 불티가 난다. 세월이 돌고 돌아 돌리는 물레방아 메밀꽃이다. 평창 고을에서 이효석의 대명사가 된 메밀이다. 평창에 거듭난 메밀꽃이 밥줄이다. 이제 단순하지 않은 온갖 영롱한 정기를 모아 마음에 피는 꽃 마음꽃이 되었다. 낮추고 낮추며 피어나는 꽃이다. 그래서 더 높고 고상해 보인다. 우수수 현란한 꽃이 진다고 너무 서러워 마라. 나름대로 제 몫을 다했을 것이다. 어디 요란스러워야 꽃인가. 인적 드문 곳에 순박한 것이 한결 어여쁜 꽃이다. 화장하거나 옷맵시에 신경을 쓰지 않은 민낯의 그 모습이 더 청순하다. 어느 꽃인들 예쁘지 않으랴. 어느 꽃인들 사랑받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벌 나비는 겉모습의 우아함보다는 달콤한 꿀이 많은 꽃을 선택한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꿀이 없으면 다가가지 않는다. 벌 나비는 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꿀을 얻으러 가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꽃을 놓고도 취향이 각각 다를 수 있다. 작아서 좋아하고 커서 좋아하는가 하면, 민들레처럼 자라난 환경이 대견스러워 좋아하고, 한 해의 맨 처음에 피는 복수초나 산수유를 좋아하기도 한다. 가시를 감춘 장미가 좋고, 한발 더 나아가면 열매가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꽃도 있다. 꽃이 다양하고 많듯이 사람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