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은 사사이면서 나실인인데, 성욕(性慾)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성욕이 강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성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구나 나실인이며 사사인데도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였기에 결국 파국(破局)에 이르게 됩니다.
1절부터 3절에서는 삼손이 가사(Gaza)에 가서 한 기생을 보고 그 기생과 잠자리에 들었다가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죽을 뻔한 사건이 기록되었습니다. 가사라는 성읍은 원래 여호수아가 유다 지파에게 분배한 땅이었지만, 블레셋 사람들이 이곳을 점령하여 다곤(Dagon) 신전을 세웠습니다. 블레셋의 주요 다섯 성읍 중 하나로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거주하는 땅이지만, 삼손은 당당히 그 땅에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기생의 집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1절의 기생은 매춘부, 창녀를 의미합니다.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사에 거주하는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이 기생의 집에 들어갔음을 알고 밤새 매복하여 삼손이 깊이 잠든 새벽에 삼손을 죽이려고 했지만, 삼손은 밤중에 일어나 가사 성읍의 성문 문짝들과 두 문설주와 문빗장을 빼어내어 어깨에 짊어지고 헤브론(Hebron) 앞산 꼭대기에 가서 버렸습니다. 아마 삼손은 가사 사람들이 자기를 죽이려는 것을 눈치채고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삼손이 메고 간 성 문짝과 두 문설주와 문빗장의 무게는 대략적으로 최소 1.5톤에서 많게는 4.4톤에서 9톤에 이르는 무게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 헤브론 앞 산꼭대기까지 메고 가서 버린 것입니다. 헤브론은 가사에서 남동쪽으로 약 60km 정도 떨어진 성읍으로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등이 묻혀있는 성읍이기에 이스라엘에게 있어서는 역사적으로, 신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성읍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사는 가사의 성 문짝과 문빗장, 문설주를 이렇게 헤브론 앞까지 가지고 와서 버린 것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의미가 컸을 것입니다.
4절부터는 그 유명한 들릴라(Delilah)와의 이야기입니다. 들릴라는 소렉(Sorek) 골짜기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여인인데, 삼손이 들릴라를 보고 사랑하게 되었는데, 블레셋 사람들의 지도자들은 들릴라를 이용하여 삼손을 죽일 계책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블레셋 의 다섯 방백이 각각 은 일천일백 세겔을 들릴라에게 주면서 삼손의 괴력이 나오는 원천을 찾아내서 그 원천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한 사람의 방백이 일천일백 세겔을 준다고 했으니, 모두 합하면 오천오백 세겔입니다. 1세겔은 약 11.4kg으로 그 당시 일반 노동자의 4일치 품삯이었습니다. 4일 치의 품삯은 요즘의 품삯으로 대략 40만 원 정도로 계산해도 대략 22억 원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큰 금액입니다. 그러니 들릴라가 매우 현혹할 만한 협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금액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삼손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였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들릴라가 온갖 아양을 떨며 삼손을 유혹하여 삼손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물어봅니다. 사실 이러한 들릴라의 말은 언뜻 들어도 말해주면 안 될 것을 느끼게 될 요청입니다. 아마 삼손은 들릴라에게 자기의 큼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려주면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거듭되는 들릴라의 간청에도 엉뚱한 답을 알려줍니다.
7절에 나오는 활줄(Bowstring)은 활에 걸어 화살을 먹여 당기는 줄을 의미하는 말로, 영어성경 NASB에서는 Seven fresh animal tendons(동물 싱싱한 힘줄 일곱 개), 새번역 성경은 “마르지 않은 푸른 칡 일곱 매끼”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원어로 본다면 새 활줄은 “라힘 예타림”(לַחִ֖ים יְתָרִ֥ים)이란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말 그대로 “푸른 활줄”이란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푸르다는 말은 “싱싱한”이란 의미로 사용되기에 새 활줄이란 개정 개역 성경의 번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새 밧줄(New ropes), 삼손의 머리털 일곱 가닥 등으로 자기를 결박하면 자기의 힘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들릴라는 삼손이 한 말대로 다 해보았지만, 블레셋 사람이 들이닥쳤다고 말하는 들릴라의 말에 모두 쉽게 끊어버리고 맙니다.
아마 삼손은 들릴라가 블레셋의 지도자들과 짜고 자기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삼손이 그저 들릴라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그만큼 들릴라를 사랑했었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삼손은 사사이며 나실인입니다. 이방 여인인 블레셋의 들릴라에게 빠져서, 들릴라가 블레셋의 방백(지도자)들과 짜고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들릴라의 치마폭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악의 달콤한 유혹은 분별력을 잃게 합니다. 나 자신의 욕망은 죄악으로 치닫게 합니다. 갈라디아서 5:24에서는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십자가에 나 자신을 못 박고 오직 성령의 은혜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