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세금까지 지원한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 노조 파업 / 7/10(수) / 중앙일보 일본어판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이뤄졌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 노조는 며칠 전 사흘간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노조는 합리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의 투명한 개선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목적을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당장은 생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15일부터 두 번째 파업이 예고돼 있어 조합원 대다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사업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멈추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삼성전자 노조도 다른 노조와 마찬가지로 파업할 권리는 있다.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은 노사의 자율적 교섭에 맡기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을 지켜보는 심경은 편치 않다. 장마비 속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현장 라이브 방송 화면에 '파운드리 클린라인이 멈췄다' 등의 문자가 뜨자 조합원들은 환호했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조의 이 같은 모습은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으로 522조원(약 61조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2.3%를 차지한다. 무려 25년 동안이나 1위다. 경제성장률, 수출, 세수 등 경제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노사는 연봉 인상률에서 회사가 제시하는 5.1%와 노조가 요구하는 6.5%를 놓고 다투고 있다. 모처럼 돌아온 반도체 경기 회복기를 노사 대립에 휘둘려 낭비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3500만원이다. 귀족노조도 파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갖는 도덕적 의무)'라고는 말하지 않아도 한국 1위 기업의 직원답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말라고 한국 정부가 준 감세 혜택을 삼성전자는 한꺼번에 얻고 있다. 국가재정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받은 세금 감면액은 6조 7068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K-CHIPS법에 따른 국가전략기술공제 확대,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등 파격적인 감세가 이어졌다.
정부는 올해도 17조원의 저리 대출과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은 정부보다 더 강력한 지원법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정부가 망설이는 보조금 지급까지 포함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받아온 감세 혜택과 향후 예상되는 추가 지원은 모두 이 기업을 응원해온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아무리 민간기업의 파업이라도 대기업인데도 삼성전자에 세금을 선뜻 지원해 온 국민의 깊은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