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나요 >
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나요
이 밤 너무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
<2.그 여자네 집>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 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립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같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있는 집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들판에
화사한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3.우화등선>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작가 소개)김용택 1948 전북 임실 출생.순창농고 졸업후 섬진강
주변 초등교사 시작. 1982 시 '섬진강'데뷔(초등교사. 시인).<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그 여자네 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