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환하고도 따뜻하다.
바람이 언듯 불어 어디선가 잊고 있었으나 친숙한 향이 밀려 오기에
무슨 향인가 살피니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추운 날씨에 예년보다 늦게 핀 아카시아 하얀 꽃이 반갑기 그지없다.
또한 들에는 있는 듯 없는 듯 모르던 보라색 붓꽃도 여기저기 피어
수수하기도 하고 고고하기도 한 자태가 고요하다.
아카시아꽃이 피고 붓꽃도 피면 늙은 소나무도 꽃을 피우는 시기가 되어
바람이 소나무가지를 흔들 제 노란 송화가루는 눈처럼 휘날린다.
정선에 온 첫 해에는 이를 모르고 날씨가 화창하다 하여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집 안은 온통 마당의 소나무숲에서 날아 온 송화가루로 뒤덮인다.
그 후로는 송화가루가 그치기를 기다려 창문을 연다.
이웃 초등학교에서 내 집 앞의 공터를 일구어 농장을 만들고는 아이들의 손으로
감자, 옥수수는 물론이요 파프리카를 비롯한 온갖 채소를 심었다.
추운 곳이기도 하려니와 손이 많이 가기에 정선에서는 보기 드문 수박, 참외도 심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동네어르신들도 구경하러 온다.
학교의 등교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에 나온 몇 아이들은 밭으로 달음박질하여
손수 심은 감자는 싹이 났는지 모종으로 심은 고추는 얼마나 컸는지 살피니,
농부의 마음을 간직한 그 마음씀이 대견하고
그 모습 또한 귀엽다.
새로이 만든 밭이라 학년을 달리하여 아이들은 종일 돌을 줍고 풀을 뽑으며
또한 내 집 마당의 수도에서 물을 받아서는 뿌린다.
시멘트를 바르지 않고 돌로 옹달샘처럼 만들어 놓은 수돗가는
한 바탕 아이들이 지나가면 온통 흙투성이가 된다.
가물 적 물을 뿌리고자 둘둘 말아놓은 호스도 밟아 흙투성이요
동그랗게 쌓은 돌담도 무너지고 엉망이기에,
아이들이 지나 간 후에는 돌도 다시 놓고 물도 뿌려 따로이 청소를 한다.
그렇지만 화창한 날의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날씨만큼이나 싱그럽기에
그 정도 수고는 아깝지 않다.
갑자기 뻐꾸기가 운다.
금년들어 처음이다.
아카시아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면
시나브로 봄은 물러가고,
오디가 익을 즈음해서는 여름이 시작된다.
아카시아꽃이 피고 붓꽃도 피고
송화가루 날리는 산촌은 고요하기만 하고,
감자, 옥수수가 크는 밭에서 듣는 뻐꾸기 소리,
뻐꾹 뻑국,
뻐버국...
빛바랜 추억이고,
평화,
그 자체다.
첫댓글 적막하리만치 평화로운 날이군요. 시원한 솔바람소리 상상하며 초여름의 고요를 느껴봅니다.
아이들의 손짓발짓을 이쁘게 표현하셨습니다. 저희도 사택에 많이 살아서 아이들의 노는모습은
늘 눈에 선합니다.
오늘도 고요한 날입니다.
아이들 지난 자리, 치우느라 바쁩니다.ㅎ
어느새 뻐꾸기가 우는 때가 되었군요.
정선나그네님이 아이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 자신들의 친할아버지라 느낄거같습니다.
네, 뻐꾸기가 시시때때로 우는군요.
아직은 아저씨라 부르는데...ㅎ
아~ ㅎㅎ 그러시군요 이런 실례를....미안합니다.
글을 볼때마다 꼼꼼하고 섬새하고 자상함이 보여서 연세가 높으신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얼굴도 못뵈었고 그냥 추측으로만 가늠하다보니........ㅎㅎㅎㅎㅎㅎㅎ
뻐꾸기 소리 어렸을적 들어보고 잊은지 오래내유~
간간히 뒤뜰 소나무에서 부엉이 울음소리와 까치 소리는 들리지만....
정선 나그네님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여기는 뻐꾸기가 울어야 여름이 왔구나 하지요.ㅎ
어제 이쁜김영희님을 정릉골짜기 에서 만났더니
이쁜영희님 말씀이
정선에 가서 님을 뵌적 있다고...
카페에서 만난 인연이 참 좋습니다.
저도 정선에 가게되면 미리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젠 정릉골짜기에 노래가 울려 퍼졌었습니다.
네, 언제일까 기다립니다.ㅎ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갠 하늘...
그 빛이 너무 곱다.
고요한 시간이 길어지면 세월의 흐름이 좀 느린것 같지요.나그네님!
우리가 시련 많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알게 모르게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이
삶에 힘이 되어주기 때문인가 합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나그네님의 유유자적한 모습이 부러울 때가 많아서
언제 한국에 가게되면 정선에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햇살은 따뜻하고 고요한 날입니다.
정선은 언제 오셔도 반갑다 하지요...
정선소식에 반갑습니다.본인도 오늘 아침에 (관악산 정상에서 제일 가까운 동네라서)산에 산책 나가는데 뻐꾸니 울고 어제 저녁에도 울어서 참으로 좋은 동네 산다고 생각했는데.교통이 좀 불편하것이 흠. 정선나그네님 동네 놀러 가서 보고 결정하고 싶은데 왜이리 바쁜지, 강건 하세요,정선나그네님.
네, 님께서도 좋은 날 되세요~
요즘은 아파트 화단마다 담장마다 장미넝쿨 찔레꽃 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우리 동네도 참~ 좋다 했는데
정선의 소식을 읽으니 산골의 정경이 그려져요..비교가 않되죠 ㅜㅜ
아~~부럽습니다^!^ 그 초여름을 만끽할수 있는 정선의 사람들이요,,.
이제 저도 밤꽃이 피면 엄마 산소에 갈려고 하는데 그때나 뻐꾸기 소리를 들어 볼 듯합니다.>>>
5월은 어디나 좋은 계절입니다. 그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만끽하소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아직 있네요.
뻐국이 소리 들어본지가 4~50년 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사는게 그리 바빳나 봅니다.
잠시 글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도시에서는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가 없으니 그럴겝니다.
집 옆의 초등학교도 해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군요.
작년의 100명 정도가 금년엔 80명으로...
눈앞에 그곳풍경이 아른거려요.그곳이 그리워요.
그저 고요한 곳입니다.
울아부지 제사때쯤 뻐꾸기기 울어 댔었다네요,,,,아,,그때는 아버지 생각 뿐,,,훌쩍~~
그렇지요. 뻐꾸기 소리는 빛바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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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