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후 새삼스러운 기간제 근무가 힘들어서 허덕이던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에 접어든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크게 두 가지 과업(?)을 완수했다.
그 첫째는 경남 남해안 가족 여행.
화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목요일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일정이었고
남해군과 통영시를 알차게(라고 쓰고 무식하게 라고 읽는다^^) 돌아다녔는데
폭염 속에서 하루에 욕심 사납게 네 군데 씩을 훑으며 다니려니
너무 너무 너무 힘들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5월 중순에 귀국한 둘째가 다시 출국하기 전에 국내 여행 시켜주려고
폭염을 무릅쓰고 우리 부부 방학 하자마자 나섰는데
노구(?)를 이끌고 폭염 속에 길 떠날 일이 아니더라.
다시는 이런 무모한 일정은 안 잡기로 다짐을 했다.
젊은 우리 딸들이야 그렇다 치고, 늙수그레한 우리 부부 더위 안 먹고 무사 귀환했으니 장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수행한 과업(?)은ㅎㅎ
나의 정장 한 벌 구입하기..
왜냐하면, 8월 26일에 남편 정년퇴임식을 한다는데
거기 참석하려면 그럴듯 한 복장을 갖추어야 하니까..
퇴임식이 2월 말이라면 입을 만한 옷이 한 두 벌 있는데
여름 옷은 영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데다가 체형이 망가진지 오래 되어
여름엔 그저 시원한 통바지에 편안한 블라우스 차림으로만 다니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원래, 똑 떨어지는 정장을 입고는 근무할 수가 없다.
수업을 하고 애들 급식 챙겨 먹이고 하는 일과 동안
몸과 정신을 함께 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랬는데ㅎㅎ 남편 퇴임식에 바지에 블라우스 차림으로 갈 수는 없으니
여름 옷 다 들어가기 전에 예쁜 원피스를 한 벌 사둬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래서 금, 토 이틀 동안 옷을 고르러 여기 저기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ㅎㅎ 옷 사러 다니며 거의 울 뻔 하였다.
걸려 있는 모양새가 이뻐서 내가 입어보면
입는 족족 아니올씨다, 노 굿, 별로, 의 연속..
나와 달리 옷 잘 입는 딸내미가 같이 다녀준다는 것도 거절하고
(나는 희한하게도 쇼핑을 언제나 혼자 해야 편안하다)
의정부 신세계 백화점, 홈플러스, 면목동의 인견 의류 전문점, 노원 롯데 백화점
이 네 곳을 이틀에 걸쳐 돌아다니며
수많은 옷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면서 상처를 받고 이를 갈았다ㅎㅎ
옷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나의 D라인이 유죄로다..
내가 내가 살을 빼고야 말리라!
어느 세월에? ㅎㅎ
아무튼, 고난의 행군 끝에 결국 한 벌 건졌다!
마지막으로 들른 노원 롯데에서!
참으로 신통하게 덜 쪄보이는 옷,
맞춰 입은 듯 내게 딱 맞는 원피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 그래서 당연히 비싼 옷.. ㅠㅠ
여름 옷 세일 기간이라서 백화점에도 싸고도 좋은 옷들 많았지만 안 어울리는 것을 어떡하나,
결국은 눈 튀어나오게 비싼 옷을 샀네..
딱 한 벌 어울리는 옷이니 그 옷을 살 수 밖에..
여름철엔 위 아래 합쳐서 10만원 대의 차림새로만 다니는 내가
38만원 짜리 원피스를 사서 돌아오는 길.. 영 입맛이 썼다.
이렇게 옷 한 벌에 과용을 하다니!
이제 기간제 근무도 8월 말로 끝이니
백수 주제에 당분간 새옷 사입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ㅠㅠ
그런데.. 나, 이대로 살아야 하나?
이 나이에 다이어트를 또(지난 세월 동안 뺀 살 다시 찌우기를 여러 번 했다^^) 하랴?
옷 맵시는 차치하고 건강을 위해서 다시 빼야 하나?
아, 글로 쓰노라니 또 슬프네.. ㅎㅎ
담배 끊기에 성공한 남자는 독한 놈,
다이어트에 성공한(요요 현상을 극복한)여자는 독한 년이라고 한다는데
내 남편은 금연 성공 어언 20년이 넘은 독한 *인데ㅋㅋ
독한 분과 짝 맞춰서 나도 독한 년이 되어 봐?
아~~~~ 독한 년이 되고 싶다아~~~~ ㅎㅎ
첫댓글 ㅎㅎㅎ
아이고 재미있어라.
둘째따님이 귀국하여 이번엔 남해로 가족여행을 다녀오시고
교장님 퇴임식에 참석하려고
거금 38만원짜리 우아한 여름원피스 롯데백화점에서 한 벌 장만했다는 이야기
둘다 아주 잘 하셨어요.
즐거운 과업 수행하느라
수고하셨어요.
원피스는 아랫배가 쪼금이라도 나오면 안되지요.ㅋ
그런데 날씬하던데 왜 쩠다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제목이 좀 독합니다.ㅋ
ㅎㅎ 제가요, 몸에 비해서 얼굴에 살이 없어요.
그래서 옷 사러 가도 점원들이 제 얼굴만 보고 사이즈를 말하면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리고 카톡 등등에 올리는 사진은 실물과 가급적 거리가 먼 것으로 올리고요ㅎㅎ
지금 기간제 근무하는 학교가 50학급이 넘는 큰 학교인데
제가 이 학교에서 두 번 째로 뚱뚱해요.
처녀 때보다 20킬로 이상 쪄 있는 상태예요ㅠㅠ
체형이 망가지고나니 자존감도 떨어져서
오래 전 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현재 모습에 놀랄까봐 만나기가 두렵고요ㅠㅠ
제가 지난 며칠 간 입어봤던 모든 원피스가 풍성한 배를 못 가려줬는데
딱 한 벌, 용케도 그 배가 그래도 덜 나와 보이는 옷을 샀네요.
물론 속옷을 탄탄하게 입어야 하고요ㅎㅎ
유행 안 타는 디자인이니, 두고 두고 본전 뽑게 오래 입을 거예요.
살 빼고 그 옷 줄여서 입어야징, 하고 원대한 포부도 품어 봅니다ㅋㅋ
그나저나, 별꽃 선배님처럼 호리낭창 하고 싶어요오~~
너무나 부러워요오~~~~ㅎㅎ
학교 다닐때 부터 피우던 담배 40중반 하루 아침에 끊었다가
10여년 뒤 다시 피웠다가 일년 후 다시 끊었으니 두번 독한 넘 여기 있슴다.ㅎ
자취방에서 한밤중 책보다 피우는 담배맛이 얼매나 좋은디요.ㅎㅎ
그나저나 구슬님은 평생 검소하시고 알뜰하신 모범 교사이신데 마지막 정장?을 몇번이나 입으실려는지....ㅎ
제 남편 취미가 담배 끊기 였어요ㅎㅎ
금연 후 다시 피우기를 거의 예닐곱 번을 하더니
어느 날 딱 끊고는 다시 안 피우더군요.
진짜 독한 남자예요ㅎㅎ
그러게요, 학교에도 안 입고 다니던 정장을 샀네요. ㅎㅎ
주일에 교회 갈 때 입고, 기타 등등 갖춰 입어야 할 자리에서 입고,
비싸게 샀으니 두고 두고 본전 뽑아야지요. ^^
공감해주시고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제목이 독한 년
얼마나 독한지 궁금했는데
유혹에 빠젔구나 싶네요.ㅎ
가족여행을 통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접하는
가족의 화목한 모습 아닌가 싶네요.
행복한 가정사가 한 눈에
재미나게 함께 나눕니다
원피스 구입할 몸매라면
날씬하네요.
비싼 원피스 곱게 입고
퇴임식 잘 다녀오세요.
항 개도 안 날씬하고요ㅎㅎ
딸들이 엄마 일찍 죽을까봐 살 빼라고 성화랍니다.
이틀 동안 다니며 별별 디자인 다 입어봤는데
허리에 벨트 매면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오고
그렇다고 너무 풍성하고 벙벙한 디자인은 더 쪄보이고..
최종적으로 고른 이 옷은 원단이 그물 같은 짜임이면서 탄탄해서
일자로 똑 떨어지면서 체형 커버가 되더군요.
제가 금년 여름에 즐겨 입고 있는 옷을 볼라치면
티브이 홈쇼핑에서 네 벌에 6만원인가 주고 산 블라우스에다가
(한 벌에 1만 5천원 꼴인데 가격대비 네 벌 다 너무 괜찮아요. ^^)
작년에 의정부 제일 시장에서 산 통바지 두 벌 등등을 이렇게 저렇게 맞춰 입으며 여름을 나고 있는데
진짜 큰 맘 먹고 옷 한 벌 질렀네요.
남편이랑 딸들이 다 잘 샀다고 해요. ^^
고우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
겸사겸사해서 옷 한 벌하셨군요
정년퇴임 하시면 마음이 좀 허전해
지지요 많이 위로ㅗ해주시고 용기
잃지 않도록 내조를 잘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남편은 이번 달에 정년 퇴임이고 저는 작년 2월 말에 명예퇴임을 했는데요,
저는 퇴임한 직후 한 반 년을 그냥 쉬니까 너무 좋았고
이번 학기 기간제 근무를 끝내면 가을부터 또 쉬니까 좋을 것 같은데
남편은 퇴임 이후를 좀 두려워하네요, 벌써부터요.
삼시 세끼 밥 챙겨주기 힘들겠지만, ㅎㅎ 평생을 힘들게 일한 사람 편안하게 잘 해줘야죠.
하긴 평생 힘들게 일한 것은 저도 마찬가지이긴 해요. ㅎㅎ
차마두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월요일 되시어요. ^^
수정구슬님 스무스하게 읽혀 지는 글
맵시 나는 글솜씨 ᆢ 독하게 살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살다 갑시다 저도 55 입던
싸이즈 지금 77 입습니다 ᆢㅎ ㅎ
우리 회장님은 저랑 옷 사이즈는 같으셔도 ㅎㅎ
사진을 보니 살쪘다는 느낌보다는 글래머라는 느낌이 들던걸요.
매력적이세요, 아직도 충분히요.
저는 살이 아무데나 함부로 쪄서 ㅋㅋ 옷 사입기가 참 난감하거든요.
제 글 칭찬해주셔서 오메, 기 살어, 입니다. ㅎㅎ
우리 회장님, 아름다운 동행 방의 기둥이요 스타이십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
참. 글을 재미있게 적어신다.
과목이 국어세요? ㅎㅎ
잘읽었습니다. ^^
이렇게 힘이 나는 흔적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초등교사이고, 제가 교대 다닐 때는 2년제 였던 시절이라서
제가 국어교육과였긴 해도 전공이 국어라기 보다는 초등교육 전반에 걸친 교육학이 전공이었다고 봐야 해요.
2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아동 발달과 교육학 기본에 대해 배우기도 바빴으니까요.
부족한 글을 잘 읽으셨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
와 독한년 되기 힘들어요 나도 무쟈게 노력한는데 배가 안들어가요 걷기도 하고 훌라후프도 하고 또 파콜도 하고 나름운동 하는데 안되네요 ㅎ
식단 조절을 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목표에 도달했다면 더욱 방심하지 말고 요요를 방지하고..
잘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이렇게 힘이 드니
진짜 독한 년이 아닌 다음엔 성공하기 힘든 것이 다이어트 같습니다.
하얀선인장 선배님 공감의 말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더운 여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교장 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정년이라 하니 저가 13년전 정년퇴임식 했던 일이 어제 일 같이 선합니다
백화점에서 그리 좋은 옷을 사셔도 요새 물건 값으로는 큰 돈이 아니군요
그런데 네 군데나 찾아다니셨다하니 땀 흘린 보람이라 생각되는군요
우리집에도 할망이 여름 옷 한벌 사야 한다고 늘 노래하곤 했는데
딸냄이 하고 대구 올라가면 백화점 옷은 비싸다고 늘 보세 옷 사가지고 오곤 하네요
나이들어 운동으로 살 빼기가 쉽지 않는데 운동 재미있게 하면서 걷기가 되는 파크골프가 좋더군요
저는 요즘 파크골프장이 가까워서 하루 건너 한번씩 가서 운동하고 오는데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우경 선배님 변함 없이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편이 교직 경력 마지막 3년을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보람차게 일 잘하고 퇴직하게 되어 감사함이 큽니다.
남편 학교는 코로나 시국에서 원격 수업에 각종 새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해서
코로나 초기에 MBC 아침 방송에도 보도가 된 앞서가는 학교입니다.
그때 교장 인터뷰를 거의 한 시간을 찍어갔다던데
막상 방송 때엔 교장이 말하는 장면은 1분도 안 나왔지만ㅎㅎ
애들 원격 수업 장면은 길게 보여줬어요.
아무튼 공중파 방송에도 남편이 출연했으니, 신기하고 좋더군요.
파크 골프, 저희 부부도 시도해보겠습니다.
고마우신 조언과 따뜻한 말씀에 많이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화요일 되시어요. ^^
핑게 있는 옷은 좀 비싸도 용서되지 않을까요?
저도 독한년 될려 해도 작심 3일 이니 쉽지 않답니다
편한대로 살아갑시다 아프지 않고
일단은 옷이 날개이니,
잘 맞는 좋은 옷 입으면 그날 자신감도 좀 생길 것 같아 다행이고요ㅎㅎ
중요한 자리에 입고 갈 옷을 고른다니까 매장 직원이 자녀 상견례 가시냐고 묻던데ㅎㅎ
차제에 내년 이맘 때엔 진짜 그 옷 입고 상견례를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선배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어요. ^^
남편분이 교장선생님이셨군요 부부가 교직생활 참 많이
힘드셨을텐데.
두분 부부선생님.장하시다는 생각이 들구요 자녀들도
참 따님만 있으시다고 하셨던가요'
그리고 살패기
지독하게 안빠져요.
서울에서 살때는 그렇게 안찌던살이
발화상으로 병원에
1달여일 입원 한번 찌기 시작한 살 절데 안 빠지더라구요
절절하게 너무 솔직하고 야무진글
잘 봤네요.
잠못자고 글 올리고 오늘 피곤할텐데 어찌
견디셨을까?
오늘은 만사 재쳐놓고 푹 자요.
수정구슬님
닉도 넘 이쁘고 얼굴도 예쁜 원피스입은 모습 보고 싶어져요.
닉네임만 예뻐서 걱정이예요ㅋㅋ
제가 카페에 글은 써도 오프라인 모임은 거의 못 가며 지냈는데
앞으론 시간은 많지만, 남편도 퇴직을 하니까 종일 함께 있어야 하니
전보다 그닥 자유로워질 것 같지도 않지만요,
그래도 이곳 모임에 참석할 날이 오긴 할 텐데
그때 우리 고우신 선배님 꼭 뵙고 반갑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
저는 집에서 쉬게 되니 좋은데, 남편은 앞으로의 무료할 나날들이 두려운가봅니다.
건강하게 보람있게 함께 나이들어 갈 방법을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고우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어요. ^^
@수정구슬 저역시도 2019년 이후로 우리 갑장친구들도
아직 못봤네요.
2018년도에 가입해 그때는 여기저기 참여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저역시도
글로만 대화를 하네요.
발등화상으로 아직도 후유증이 있어 동네길밖에
많이 못걸어서요.
살다보면 만날날이 오리라 기다려볼랍니다.두분 건강 하시고
행복한 삶의 나날 이어가시길 빌께요.
@수선화 선배님, 발등에 화상을 크게 입으셨으니 얼마나 아프고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어서 어서 씻은 듯이 나으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발목 골절로 오래 고생했고 지금도 후유증이 있어요.
발이 건강해야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는 것 같아요.
고우신 선배님! 속히 완쾌하시길요!
그려유 이참에 홀쭉한 샘보습 그려볼랑께
결국 서방님도 정년퇴임을
울아부지 정년퇴임때가 생가나는 오늘이라우
젊을 땐 선배 선생님들이 정년 퇴임 하시면 그냥 그런가부다 했는데
사실 정퇴를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일단은 만 62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건강이 받쳐줘야 하고..
그래서 건강하게 퇴임하는 남편이 고맙습니다. ^^
지존님, 더위 속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