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든 산행이든 카페 게시물 올릴 때 글을 쓸래, 사진 올릴래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사진 올리는 것을 택하겠다.
사진 올리는 것도 정성이 있어야 하는 일이긴 해도 손가락 몇 번 움직여서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 글은 머리에서 쥐가 나기 때문이다.
예전에 중년산행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지만 단지 산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인 카페가 순수하고 건전해서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산행을 안한 사람도 뒷풀이에는 기를 쓰고 참석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산행 때는 뒤쳐졌던 허약 체질 회원도 뒷풀이 자리에서는 펄펄 날았다.
한동안 내가 사진 담당이었다. 컴맹을 겨우 면한 상태였지만 글 쓰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쉬웠다. 어느 날 산행 후에 뒤풀이까지 마치고 집에 와서 사진을 올렸다.
이튿날 총무에게 전화가 왔다. 처음 참석한 아무개 여인이 자기 혼자만 나온 독사진을 내려줬으면 한다는 전언이다. 여러 명과 찍은 사진은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면서 그날 늦은 퇴근 후에 그녀의 사진을 지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다시 총무에게 연락이 왔다. 사진을 한 장만 지우라는데 게시물 전체를 지웠냐고 했다.
한 장만 지운다는 게 내가 무얼 잘못 눌렀던 모양이다. 그날 저녁에 사진을 다시 올리며 나는 혼자 투덜거렸다. "그 사람 참 유난스럽네."
이렇게 세상이든 카페든 말 못할 사연을 담고 사는지 다소 별스런 사람이 있다. 나도 그 별스런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
요실금 때문에 기저귀 차고 산에 가는 친구 아내가 있다. 요즘은 높은 곳은 안 가고 주로 둘레길을 걷는다고 했다. 이런 것까지도 친하면 나중 알게 된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다음 산행 때 뒷풀이 자리에서 그녀가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괜찮다며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녀가 뒷풀이 끝날 때쯤 전화를 받더니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2차 갈 사람들이 노래방이냐 호프집이냐로 한참 의견이 분분할 때였다.
그녀가 간 후 한 여성 회원이 그녀 이야기를 꺼냈다.
"OO님은 남편이 의처증 있나 봐? 엄청 몸을 사리네." 그러자 총무 형이 말을 자르며 엄호에 나섰다.
"야야! 됐네. 사람 없는 데서 뒷담화 하지 않기."
"나부터 말못할 사연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총무 형이 하는 말을 한 줄로 정리하면 남의 사생활 그것은 알기 싫다였다. 몇 달 후였던가. 그녀는 친해진 회원과 팔짱을 끼고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사진 올리는 거 원치 않으시면서 찍으려구요.?"
"이제는 올려도 돼요. 대신 이쁘게 찍어주세요."
몇 달 사이에 남편이 바꼈을 리는 만무하고, 아님 남편 마음이 바꼈나? 또랑또랑한 후배가 들어와 내가 사진 담당을 물려주고도 그녀는 내가 찍고 싶은 여인이었다.
이렇듯 누구한테는 자랑거리일 수 있는 것도 누구한테는 아픔일 수 있다. 그것이 인기관리든, 어장관리든, 인맥관리든 이것은 둘째 문제다.
아내와 다툼이 생겼을 때 밀리지 않으려고 했다가도 결국엔 내가 먼저 손을 들 때가 많다. 내가 지면 가정이 평화로움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전에는 남편 이겨 먹는 여자가 부러웠는데 요즘은 아내에게 져주는 남자가 부럽다.
인생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설명하며 사는 것이 아니다. 살고 나서야 아! 그랬구나 설명되어지는 거다. 나도 그렇다.
*가사가 너무 좋은 노래다. 어젯밤 적당한 알콜 농도에서 들으니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았다. 오늘 날씨와도 딱 어울린다.
첫댓글 바람의 노래ㅡㅡ가사도 좋고 들으면 들을수록 맬로디에 쏙 빠지죠
요즘 저의 애창곡 순위10위권 안에 있지요^^
사진을 올릴때는 세사람중 한사람이 눈을감거나 잘못 나오면 나머지 두사람은 정말 잘 나와서 안타까울때도 있어요
결국 못올리지요
글 쓰는것도 맞춤법,띄어쓰기 등 손볼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럼에도 무슨글 이든 보는이 에게 잘 전달이 되는 현덕 님의 글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일거에요^^
방장님이 어쩌면 제 마음을 이리도 잘 헤아리실까요.^^
맞아요. 제가 사진 담당할 때 단체 사진에서
자기 얼굴만 유독 크게 나왔다며 내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가능한 좋게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리려고 노력했네요.
얼굴에 자신 있는 사람은 그런 것까지도 귀엽게 보이긴 합니다.
얼짱들은 눈을 감아도 입을 벌려도 신경쓰지를 않으니,,ㅎ
저는 감히 언감생심?
좋은글 음악 고맙습니다
창조로 행님 오랜만에 뵙습니다요.
언감생심
얼었던 감도 녹으면 생생해서 먹을 만하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유현덕 ㅋㅋㅋㅋㅋㅋ그런거군요
언감생심 ㅎㅎㅎㅎ
'아는것이 힘이다' 😀
그리하여 신장이 짧다
꽃향기 먼저 맡으려고?
또하나는 6.25때 포소리에 놀라서 경끼하는라
믿거나 말거나 이또한 지나간다~~~~~~~~~~~~~~~~
넵, 맞습니다.
많은 가르침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ㅎ
글을 이리도 잘 쓰시면서
어렵다 하시니 저는 꼬랑지 내립니다~~ㅎㅎ
그래도 글을 쓸 때는 항상
쥐덫 두 개쯤 머리에 올려 놓고 쓴답니다.^^
글구 꼬랑지 너무 내리면 밟혀유,,ㅎ
그러고보니 유난스러운 여자 중 저도 있었네요.
적어도 본인이 찍히는 줄 알고 찍힌 사진이라면 상관 없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엉뚱한 모습으로 찍혀서 카페에 올리면 당연히 불편하지요.
제경우는 그랬답니다.
사진보단 글이 더 어렵다는건 대부분 그렇죠. 그러나 유현덕님의 좋은 글은 독자들에게 충분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시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리진 님이 유난스런 것이 아니라 누구든 그럴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이 찍히는 줄 알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내려달라 하는 분이 가끔 있지요.
당연 내려주구요.
지금도 올리기 전에 항상 자체검열을 해서 잘 나온 사진만 고릅니다.
양보다 질이죠. 사진 숫자는 줄겠지만 보는 사람이
즐거웠으면 하니까요.ㅎ
@유현덕 옳소~~ㅎ
어디를 가나 그런분들 꼭 있습니다.
저도 20여년 전에는 산악회 카페를 했었는데
사진 찍을때는 손가락으로 V 이런거 하면서 찍어놓고
사진 올리면 내려 달라고 합니다. 그것도 한참 잠 자는 시간에 깨워놓고..
난감 하네요
v자 까지 해놓고 말이죠ㅋㅋㅋㅋ
@리즈향
누가 아니래요?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요.
왜 그런 전화를 한참 자는 시간에 하느냐 하는거지요.
아마 그분이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나도 그때는 독립운동 할때거든요..
@산애 관종 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넌즈시 듭니다
애정결핍도 될수도 ㅡㅡㅡㅡㅡ
독립운동 하실때라니 더더욱 ...^^
@리즈향
그런 얘기 조금 더 하면요.
하루는 아주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더군요.
왠일 이냐고 했더니 상의 할게 있다기에 말 하라 했더니
우리 카페 **님(남자회원)이 무얼 자꾸 부탁 하는데 어찌 해야 하냐기에
그게 뭔데요? 했더니 그분이 정수기 사업을 하는데 이번달에 1대만 더 팔면
대리점 자격이 된다면서, 그러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고 하나만 사달라고 한다네요.
그러기에, 형편이 되시면 하나 팔아 드리세요 했더니, 혼자 사는 여자가 무슨 정수기가 필요하냐기에
그럼, 안 한다고 사세요. 그러니까
그래도 자꾸 부탁을 하거든요. 그럼 안산다고 하세요.
또 그러면 그래도 함께 산에 다닌 정이 있어서..
그럼 사지 마세요..
이런 얘기를 5분 넘게 하니까 짜증이 확 나기에
혹시 나한테 뭐 다른 얘기 할거 있으세요?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하세요. 했더니
아뇨, 별 얘기는멊고 정수기 얘기 때문에 하기에
소리를 버럭 지르고 전화 끊은 생각이 나네요.
저 그날 잠도 못자고 밤새 담배 피웠습니다..
@산애 저라도 머리에 스팀이 ㅜㅜㅜㅜ
아마도 그여자분은 산애님과 대화가 급했던 모양 이네요
아님 정말 결정장애 였든지ㅋ
댓글이지만 산애 형님을 드디어 만나는군요.
어떤 여인이 전화를 한 것이 확실하다면
혹시 산애님이 독립운동을 밤에 하시느라
낮에 주무시다 전화를 받으시진 않으셨는지요.^^
이상 저의 신고식 유머였습니다.ㅎ
@유현덕
에고, 감사합니다.
반가워 해 주신거 맞지요?
제가 아무리 늦게 자도 낮잠은 잘 안 잡니다.
하여, 낮에 통화 한 게 아닌 것은 확실하다 생각 합니다..
인생을 연습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누구에게서든
사람은 잊혀진다는 것입니다
카페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아마 사진은 내려 달라
할 것 같아요 ㅎ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꼭.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챙이 누이 반갑습니다.^^
인생에 연습이 없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든 만족하며 살지는 못하더라도
먼 훗날 돌아볼 추억이 있다면
그 인생이 조금은 더 촉촉할 거라고 생각하네요.
제 누이처럼 정감이 가는 할미꽃도 잘 봤습니다.ㅎ
잘난얼굴 못난얼굴
나이60넘으면 그게 그거안닌가요?
별꼴이 반쪽이야란 말 ㅎ
나도 혼자 찍은사진 올라오면
여러각도로 이리보구 저리보구 결정 하긴 합니다만 ㅎ
존글 자알 읽고 갑니다
현덕짱!
oh! dear my brother
오랜 만이군요.^^
별꼴이 온쪽이어서 그런 사람도 있다하니
부디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주시기를,,
담에 꼭 봐요.ㅎ
한편 소설보듯 차타고가면서 몰두해보네요 그럴수도 안그래야할수도 있다는 ㅋㅋㅋㅋ 우리도 세월따라 달라지면서 차츰더 익어가는겆~ 내얘기는 아니것죠 ㅎㅎㅎ 오늘도 내는 룰루리 난나~~다녀가유~~^^
에궁~~
연우님 아침 일찍 다녀간 줄도 모르고
오늘 산에 가서 꽃구경 하느라 정신 놓고 있었구만,,
내가 카페 앱을 깔지 않아 오직 PC로만 접속을 하다보니,,
연우 친구님, 편안한 토욜밤 되시구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