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원제 : Coming Home
1978년 미국영화
감독: 할 애쉬비
출연: 제인 폰다, 존 보이트, 부루스 던,
페넬로페 밀포드, 로버트 캐러다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수상
영화는 예술영화니 상업영화니 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해도 다 헛소리고 그냥 돈 벌려고
만드는 것인데, 재미있게 만들기에 역부족인 감독들이 자기 역량미달 인정하기 싫으니
예술영화 어쩌구... 뭐 이러는거죠. 즉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잉그마르 베르히만'
같은 정말 작정하고 스토리 연연않는 추상영화 만드는 극소수 감독 빼고는 대부분
상업영화를 추구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할 애쉬비 감독은 '귀향'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딱히 오락성에 진짜 연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이 영화를 통해서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이
얼마나 '개짓'이었나를 알리고 반전의 당위성을 홍보할 수 있으면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쉬운 말 어렵게 한거고 간단한 말 복잡하게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존 보이트와
제인 폰다 나오는 '귀향' 별 재미없다, 이 소리입니다. 유명 배우가 나오는 헐리웃
영화이며 아카데미상 몇 개 탔지만 절대 오락성을 기대하고 봐서는 안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끝 부분으로 갈수록 영화의 가치가 점점 드러나는 느낌이고,
존 보이트의 후반부 연설은 어떻게 보면 뻔한 문장이지만 꽤 와닿는 명 대사라는
생각입니다.
제인 폰다는 대위의 부인이고, 남편인 대위는 브루스 던 입니다. (이 못생긴 배우가
그래도 악역으로 자주 나오지만 주연급이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참 자주 나옵니다.
무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부유함의 상징인 '톰' 역으로 출연했고, 히치콕의 유작
'가족음모'에서는 주인공입니다) 존 보이트는 제인 폰다와 학교 동창인 퇴역군인
이면서 상이용사 입니다. 하반신 불구입니다. 존 보이트는 베트남전 참전했다
돌아온 사람, 브루스 던은 베트남전에 참전하러 나가는 사람.
대위인 밥 하이드(브루스 던)는 베트남전에 참전하러 가고 아내인 샐리(제인 폰다)는
군인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거기서 골치덩어리 환자를 보는데 그는 샐리의
동창인 루크(존 보이트) 입니다. 하반신 불구가 되어 세상 만사에 부정적이고,
자포자기하던 루크, 샐리는 연민반 동정반인지 그를 적극적으로 돌보며 관심을
보이고, 자기 집에 초대까지 합니다. 동창이라서 그런지 둘은 꽤 통합니다.
어느날 며칠동안 남편 밥이 휴가를 나오고, 전쟁의 참담함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밥에게 샐리는 낯설음을 느낍니다. 샐리의 친구이자, 참전중인 딩크라는
애인을 둔 비라는 여성이 있는데 비의 동생도 군인병원에서 정신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어느날 비의 동생이 병원에서 자살을 합니다. 이미 퇴원하여 나름
자기 삶을 살던 루크는 큰 충격을 받고 전쟁의 부당함을 항변하는 1인시위를
하다 붙잡히게 되고 이 사건 이후 샐리는 루크와 살을 맞닿는 관계로 발전을
합니다. 하지만 루크는 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다리를 다쳐
귀환하게 된 밥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미 베트남전의 참상을 겪고
맛이 간 상태가 된 밥은 이성을 잃게 되고, 급기야 사태를 수습하러 루크가
달려오는데......
참전하러 간 남편, 그런데 참전후 낯선 남자처럼 느껴지는 변한듯한 남편,
병원에서 자포자기하며 행패를 부리는 하반신 불구가 된 동창, 제인 폰다가
연기한 여주인공 샐리는 이렇게 베트남전 후유증을 보이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이 반전영화가 주는 무게있는 무거운 주제를 함께 겪는 역할을
합니다. 제인 폰다는 원래 헐리웃 스타배우 중에서 대표적으로 사회성이
높은 인물이며 가장 대표적인 폴리테이너입니다. 따라서 이런 영화에 기꺼이
출연했을 것 같고, 존 보이트 역시 꽤 이름있는 배우인데 베트남전 상이군인
역할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두 배우가 이 영화에는 왠지 출연료를 많이
받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인 폰다는 이미 몸값이 50만불에 달하는 스타
였지만 77년에 '줄리아'라는 영화로 사회문제를 깊이 다룬 영화에 출연을 했고,
다시 1년뒤에 깊숙한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에 등장한 것입니다.
제인 폰다, 존 보이트 모두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아서 톡톡한 보상을 받은 셈인데
제인 폰다는 두 번째 수상, 존 보이트는 첫 수상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영화이고 유명 배우가 나오지만 우리나라에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7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베트남전의 당위성을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으면서 역설했던 분위기라서 이런 영화는 개봉되기 어려웠을 것이며, 더욱이
오락성까지 바닥인 작품이라서 미개봉이 당연해 보입니다. 같은 78년에
만들어진 '디어 헌터'는 개봉이 되었는데 '디어 헌터'는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78년에는 베트남전 비판
영화가 그 해를 대표하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79년에는 '지옥의 묵시록'이
발표되었으니 얼마나 '베트남전'이 미국의 실패한 대표적 정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베트남전은 미국의 250여년의 역사에서 손꼽힐 '악수'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지옥의 묵시록도 한 10년 늦게 개봉되었으니 베트남전
비판영화가 개봉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존 보이트의 끝날때쯤 하는 연설의 대사는 정말 크게 와닿는데 몇 문장 소개합니다.
"여러분들은 애국자가 되고 싶고, 참전하여 미국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너무도 많은 죽음을
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제복을 열망하고, 영화의 장면들을 기억하게 되고
다른 전쟁의 영광을 생각할 것이고 애국심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실상은 영화와는 다릅니다.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난 두 다리가 멀쩡했고, 건장한 육체를 가졌고 나가서
조국을 위해 그들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 손에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느낌들, 혹은 포탄에 날아가버리는 친구를
보는 느낌들... 단언하건데 그건 정말 개같은 일이였어요. 난 그럴만한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여기서는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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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임진왜란'이나 '6.25'처럼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참전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같이 정말 무의미하게 참전하는 악수를
두는 전쟁은 없어야겠지요. 미국의 후퇴로 끝난 베트남전, 우려한 것처럼 악의
무리인 빨갱이 베트콩 천국이 된 것이 아니라 베트남은 평화롭고 온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많은 영화들이 등장했고 '귀향' '디어 헌터'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자켓'같은 유명 영화들 외에도 '전쟁의 사상자들'
'야곱의 사다리' 심지어 '람보' 같은 영화도 있었습니다.
'귀향'은 70년대판, 혹은 베트남전판 '우리생애 최고의 해'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영화지만 주요 내용은 세 명의 배우의 삶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주요 인물 3명 외에도 비라는 여인의 비중도 있는데 그녀는 남편이 될 애인은 전쟁에
보내고 남동생은 군인 병원에서 전쟁 후유증을 앓는 상태로 전쟁폐혜를 적나라하게
경험하는 여성역할입니다. 오래도록 지속되어 버린 베트남전의 사회적 문제는
이렇게 여러가지 비판을 꾸준히 받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에서 아버지인 '헨리 폰다'의 모습이 강하게 투영되는 제인 폰다는
이렇게 사회성있는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전성기 시절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은
영화가 개봉되지는 않은 배우입니다.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HUrry Sundown'
이라는 영화와 '바바렐라' 같은, 별로 큰 호평을 못받은 영화들이 개봉되었고,
알랑 들롱과 출연한 '위기탈주' 는 그래도 꽤 흥미있는 오락물에 속합니다. 수준이
있는 영화로 평가받는 60년대의 '캣 밸루' '그들은 말을 쏘았다' 70년대의 '클루트'
'인형의 집' '줄리아' '귀향' '차이나 신드롬' 80년대의 '황금연못' 등 대표작이 될만한
영화들이 모두 미개봉작입니다.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아버지 헨리 폰다와 비교할 때
크게 환영을 못 받은 셈입니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가 많아서 그런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귀향'은 좀 구닥다리 주제를 다룬 영화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시 베트남전 후유증이 팽배하던 70년대 후반, 나름 의미있는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였을 것입니다. 낮은 상업성이 이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는 결과는 되었지만. 주제가 명확한 영화이고 스토리 전개는 그 주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전쟁과 연관된 몇 명의 남녀의 일상을 대부분 다루고 있고,
그 일상속에 투영되어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총알이 오가는 전투를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더욱 깊이 각인되는 효과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일종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존 보이트는 키가 훤칠한 배우인데, 눕거나 앉아있는 모습만 연기하니
큰 키를 과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배우도 젊은 시절에는 영화가 거의
개봉되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서 악역 같은 것으로 등장한 영화가 많이
개봉되었습니다.
ps2 : 비틀즈의 '헤이 주드' 밥 딜런의 'Just Like a Woman' 등 여러 노래들이
구슬프게 흘러나옵니다.
ps3 : 제인 폰다는 1년전 출연한 '줄리아'에서 아카데미상을 아깝게 놓쳤는데
결국 1년뒤에 수상했습니다. 몇 안되는 아카데미 주연상을 2회 수상한
배우입니다.
ps4 : 존 보이트 역할에 잭 니콜슨, 알 파치노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최종적으로
존 보이트로 결정된 것이랍니다.
[출처] 귀향(Coming Home 78년) 베트남전 비판 영화|작성자 이규웅